노벨문학상 페터 한트케의 삶과 문학···독일문단의 이단아(종합)
"언어는 단순한 의미 전달 도구 이상의 것"
작품의 난해성은 언어파괴와 형식파괴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
【잘츠부르크=AP/뉴시스】2019년 제119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 2009년 8월 7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사무엘 베켓과 페터 한트케의 드라마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 낮까지 그대 파트 또는 빛의 문제"의 드레스 리허설에 참석한 모습. 2019.10.10.
윤용호 고려대 독문과 교수는 한트케에 대해 "이미 1980년 후반부터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작가로 평가받았다"고 논평했다.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73) 역시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페터 한트케다"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트케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의 소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문화적으로 척박한 벽촌에서 보내며 일찍부터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다.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건강 악화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비관하여 자살했다.
그라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1966년 첫 소설 '말벌들'이 출간되자 학업을 중단했다. 그해 전후 독일 문학계를 주도하던 '47 그룹' 모임에서 파격적인 문학관으로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전통극 형식에 대항하는 첫 희곡 '관객 모독'을 발표, 연극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매번 새로운 형식을 고안해내는 그의 독창성은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다.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소망 없는 불행'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희곡 '카스파', 예술 에세이 '어느 작가의 오후' 등을 발표했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대본도 썼다. 그의 작품들은 유명한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되었으며 자신이 직접 연출을 하기도 했다. 독일어권의 주요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역대 최연소(31세)로 수상했다. 프란츠 카프카상, 실러상 등을 받았다.
초기작 '관객모독'(1966)은 비트 음악을 언어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구사하는 관객모독 속의 언어를 좇다보면 줄거리를 찾을 수 없다.
온갖 욕설로 구성된 '관객모독'에서 한트케는 의미 전달도구로서의 언어를 부정했다. '내부세계의 외부세계의 내부세계'(1969)에서는 일정한 문법적 규범 속에서의 언어 변화와 의식 변화의 상관관계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슬로(노르웨이)=AP/뉴시스】2019년 제119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오른쪽). 2014년 9월 21일 노르웨이 오슬로 내셔널테레트에서 열린 '2014 내셔널 입센 어워드'에서 수상하고 있는 모습. 2019.10.10.
페터 한트케의 소설은 난해하다. 언어 파괴와 함께 형식 파괴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패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우울'에서는 해고된 노동자가 그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상황이 계속되며, '내부세계의 외부세계의 내부세계'는 도대체 짐작할 수 없는 줄거리를 통해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두 번 세 번 걸러낸다.
◇국내에 출간된 한트케의 주요 작품.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안장혁 옮김, 문학동네, 2011년 02월 25일 출간)
【잘츠부르크=AP/뉴시스】2019년 제119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 2009년 8월 7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사무엘 베켓과 페터 한트케의 드라마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 낮까지 그대 파트 또는 빛의 문제' 드레스 리허설에 참석한 페터 한트케. 2019.10.10.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윤용호 옮김, 민음사, 2009년 12월 11일 출간)
관객모독(윤용호 옮김, 민음사, 2012년 11월 30일 출간)
어느 작가의 오후(홍성광 옮김, 열린책들, 2010년 0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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