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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인민회의 연기됐다면 2005년 이후 두 번째(종합)

등록 2020.04.11 14:12:03수정 2020.04.11 16: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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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중통·중방, 11일 오전 회의 소식 안 전해

앞서 대의원 평양 도착, 당 관련 회의 등도 무소식

'축소 진행' 기류 속 회의 취소·연기 가능성도 나와

"북한, 英총리 감염 사례 보며 급히 연기했을 수도"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1일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재추대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자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뽑혔다. 2019.04.12.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가 4월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2019.04.12.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11일 북한 공식매체들이 지난 10일 개최를 예고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지 않아 회의가 연기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는 이날 최고인민회의와 관련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또 조선중앙TV도 전날 오후 8시 뉴스와 이날 오전 9시 방송에서 최고인민회의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를 4월10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전국 687명의 대의원들에게 알렸다.

북한 매체는 통상 하루 시차를 두고 내부 소식을 전하기 때문에 이번 최고인민회의 관련 보도는 다음날인 11일 오전에 전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빠르면 회의 당일인 10일 오후 조선중앙TV에 보도될 것으로도 관측됐다. 북한은 지난해 8월29일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당일 저녁 조선중앙TV를 통해 전한 바 있다.

북한은 최고 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헌법과 법률을 개정하고 국가 지도기관을 선거한다. 이와 함께 대내외 정책 원칙을 수립하고 경제발전계획과 예산안을 승인한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연 1회 이상 개최되며 거의 매년 4월에는 정기적으로 열린 바 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도 정기회의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이번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중에 강행되면서 관심을 모았으나 여러 면에서 축소 진행 기류가 감지된 바 있다.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4.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4.10. [email protected]

북한 역대 최고인민회의 가운데 중요한 안건이 상정되는 경우 사전에 노동당 회의를 열어 당 수뇌부가 관련 내용을 먼저 논의해왔다. 또 이를 북한 매체에 보도해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고인민회의 전까지 당 차원의 회의가 열렸다는 소식이 없었고, 오히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박격포 사격 훈련을 참관하는 등 통상적이지 않은 흐름이 나타났다.

북한 매체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의 평양 도착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인 현상이다. 대의원들은 회의 전에 평양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참배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관련 소식이 일절 보도되지 않았다.

이에 더해 북한 당국이 최고인민회의 개최 사실마저 발표하지 않자 일각에서는 회의가 연기 또는 취소돼 개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고위 간부를 비롯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최고인민회의를 치러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회의를 잠정 연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중에는 김 위원장과 같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근무하는 간부들이 많고, 당 부위원장들은 김 위원장과 수시로 접촉하는 관계에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만약 대의원들 중에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나온다면 김 위원장도 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처럼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고지도자의 안전을 체제의 안전과 동일시하는 북한 지도부가 급하게 최고인민회의 회의 개최 연기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05년에도 최고인민회의를 연기한 바 있다. 이번 회의가 연기됐다면 두 번째 사례가 되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005년 "3월9일 소집하게 된 최고인민회의 제11기 제3차 회의를 연기한다"는 소식을 회의 개최 닷새 전엔 3월4일 보도한 바 있다.

[평양=AP/뉴시스]9일 평양 시민들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청사 꼭대기에 북한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북한은 10일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 대한민국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최고 주권 기관으로 국가정책의 기본원칙을 수립하고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2020.04.09.

[평양=AP/뉴시스] 지난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 건물에 북한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2020.04.09.

당시 북한은 "회의 날짜는 따로 결정해 공시한다"고 밝혔다. 약 1달 뒤인 4월1일 중통은 "최고인민회의를 4월11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다시 알렸다. 

그럼에도 아직 최고인민회의 연기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북한 뉴스를 비교적 실시간으로 전하는 조선중앙통신이나 조선중앙TV의 오후 5시, 8시 보도를 통해 이날 중으로 최고인민회의 개최 사실이 보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또는 회의 일정이 갑자기 추가돼 보도가 지연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이틀에 걸쳐 진행하고, 대의원이 아닌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예정대로 최고인민회의가 진행돼 보도가 된다 해도 간략한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즉,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의 전략적 변화를 시사할 만한 중요 결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미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대내외 기조로 자력갱생과 자위력 강화를 기초로 한 '정면돌파전'을 택했기 때문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이를 밀고나가기 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해야 하지만 방역 필요상 국경봉쇄를 완화하기 힘들 뿐더러 대북제재 환경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국 대안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내부적으로 이번 최고인민회의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회의를 개최하고도 아무 내용을 발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 매체가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공식 보도하지 않은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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