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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김연철 "남북 위기, 넘어지지 않고 견디면 기회 올 것"

등록 2020.06.19 16: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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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어…여기서 멈춰야"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길 바라"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06.19.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06.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위기 속에서 1년2개월 만에 자리를 떠난다. 김 장관은 통일부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저는 오늘 제40대 통일부장관의 자리를 내려놓고 여러분 곁을 떠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먼저 직원들에게 "그동안 저를 믿고 험난한 여정을 묵묵히 함께해 준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며 "동시에 무거운 짐만 남겨둔 채 떠나게 돼 정말 미안하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특히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다. 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어려운 시기에 취임했던 김 장관은 "통일가족 여러분에게는 미안함 투성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직원들에게 "저와 함께하는 동안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별로 없었을 것"이라며 "신명나게 일할 기회도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장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고생하는 여러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였다"며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앞으로도 한동안 비바람이 세차게 불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06.19.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06.19. [email protected]

김 장관은 "중국 영화 '인생'에 이런 대사가 있다. '살아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며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장관은 "그동안의 비판과 질책은 모두 제가 안고 떠나겠다"며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근 급격하게 긴장 국면으로 접어든 남북관계와 갑작스러운 장관 사퇴로 이임식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이 진행됐다.

김 장관은 침울해진 통일부 분위기를 의식하듯, 한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축구할 때 불러주시면 통일부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작게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는 끝으로 "여러분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어느 자리에 있건 늘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4월8일 조명균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국면에 놓인 남북관계 속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추진해왔으나 비협조적인 북한과 대북제재 문제 등으로 인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는 지난 17일 최근 대북전단 문제를 계기로 급격히 경색된 남북관계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이틀 뒤인 이날 오전 10시40분 문 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최종 수리하면서 통일부 장관 자리를 떠나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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