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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북미회담 중재? 정 소원이면 해보라"…北 진의 뭔가

등록 2020.07.07 17: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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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자 거부하면서도 "할 테면 제대로" 압박

"남북 집중하되 북미대화 분위기 조성도 필요"

[서울=뉴시스] 박민석 수습기자 = 스티븐 비건(왼쪽)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을 마치고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9.12.17.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수습기자 = 스티븐 비건(왼쪽)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을 마치고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한이 남측의 북미대화 중재 의지에 대해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폄하하면서도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며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7일 담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며 대화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4일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는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보인다.

권 국장은 담화의 나머지 부분은 남측의 북미대화 중재 의사 표명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전하는 데 할애했다. 담화의 비중으로 볼 때 대남 메시지가 대미 메시지보다 큰 것이다.

권 국장은 남측을 향해 "점점 더 복잡하게만 엉켜 돌아가는 조미(북미)관계를 바로잡는다고 해결사나 되는 듯이 자처해 나서서 제 코도 못 씻고 남의 코부터 씻어줄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고 조롱했다.

이어 "이제는 삐치개질(참견질)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그 버릇 떼기에는 약과 처방이 없는 듯하다"고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고 했다.

권 국장은 그러면서도 "참으로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로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는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뒀다.

【평양=AP/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올 것을 요구했다.사진은 최선희 부상이 2016년 6월 23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2019.09.10.

【평양=AP/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올 것을 요구했다.사진은 최선희 부상이 2016년 6월 23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2019.09.10.

그는 또한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잠꼬대', '참견질' 같은 표현으로 우리 정부의 북미대화 중재 시도를 깎아내리면서도 '중재 노력의 결과'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남측의 북미회담 중재 역할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중재를 한다면 북측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중재자가 되라고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북미정상회담에 부정적이지만 미국이 협상의 '새 판'을 마련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미국과 남측에 공히 결렬로 끝난 하노이 회담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남측의 중재 역할을 믿고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미국도 획기적인 제안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선희, 권정근의 담화는 기본적으로 대화 용의가 없다는 것이지만, 이들이 다시 등장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비건 방한에 맞춰서 미국에 원하는 것을 얘기하고 싶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2019.02.28.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2019.02.28.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홍 실장은 "남측에 대해서도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조롱하듯이 해볼테면 해보라고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며 "중재자 역할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아예 하지도 말든가 하라는 것이고,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개념 같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권 국장 담화는 지난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보여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침, 즉 우리 정부의 북미정상회담 중재 역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 북한은 중재 역할이 없어서 북미관계가 진전되지 못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가 중재 역할을 그만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에 집중하면서도 북미대화 재개 분위기 조성 역할은 필요하다"며 "북한은 중재 역할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권 국장 담화와 관련, "특별히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남북 및 북미간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 목적과 관련,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언급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연출했다. 협상 재개 의사가 있지만 비핵화 목표는 FFVD라고 재확인하며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비건 부장관이 오는 8~9일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고위당국자들과 연쇄 회동을 할 예정인 가운데, 그가 가지고 온 대북 메시지에 따라 북한도 상응하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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