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 논란' 나혜석,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열려
[수원=뉴시스] '나혜석,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수원시의회는 12일 오후 수원시의회 세미나실에서 '나혜석,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좌장을 맡은 장정희 수원시의원은 "이 자리에서 나혜석에 대한 논란을 끝내자는 것이 아니라 나혜석이라는 인물에 대해 객관적인 의견을 나눠보자는 것"이라고 토론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동민 나혜석학회 총무이사와 김경호 전 뉴시스 기자가 발제자로 나와 나혜석의 독립운동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한 총무이사는 "나혜석은 수원에서 손꼽히는 가장 역사적인 인물"이라며 나혜석이 김마리아, 황에스더 등과 함께 3·5이화학당 만세운동에 가담했던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나혜석이 옥고를 치를 당시 '혐의를 부인했다', '동료를 밀고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무죄방면 받았다는 이유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독립운동을 한 사람을 '독립운동가' 말고 뭐라고 해야하나"라며 "나혜석이 5개월동안 옥고를 치른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도 했다.
김 전 기자는 "나혜석이 투옥됐을 당시 검찰 신문조서에는 만세시위를 벌였냐는 질문에 '나는 안 했다'고 부인했다. 수원시는 나혜석 관련 책에서 그를 '독립운동가'로 미화하면서 이런 내용은 넣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혜석을 명확하게 독립운동가로 볼 것이면 '팩트'가 있어야 한다. 옥고를 치른 이후 나혜석의 행보는 독립운동가라고 보기 어렵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파 남편과 러시아, 프랑스 등 해외여행을 하고, 친일파와 어울렸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혜석을 '친일파'로 명명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일제로부터 '호가호위'했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라며 "인물의 양면을 다 기록하지 않고 한쪽만 보여주는 것은 왜곡이다. 수원시가 전시, 출판 등 예산을 써서 하는 활동에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명확하게 '팩트'를 검증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경선 수원시의회 의원은 "독립운동가라는 단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 정부에서도 나혜석에 대한 독립운동가 평가를 보류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나혜석을 두 차례 추서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수원시라는 공식적인 기관이 시민의 세금을 써서 인물을 기릴 때는 수원시민과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운동가나 여성운동가가 아니라 화가나 작가로 살아온 나혜석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며 "이미 나혜석은 작가로서 분명한 자기정체성이 있었다. 굳이 논란 속에서 나혜석에게 독립운동가, 여성운동가라는 호칭이 과연 영예스러운 것일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했다.
또 "역사는 냉정하게 기록돼야 한다. 논란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역사"라며 "특히 공공의 영역에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나혜석을 단지 역사적 인물로 국한시키지 말고,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재조명해야 한다", "한 인물의 생애를 바라보는 다양한 입장이 있다.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논의가 돼야 한다", "토론회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길 바란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한편, 나혜석은 1919년 3·5이화학당 만세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5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방면됐다. 그는 친일파 김우영(1886~1958)과 결혼하는 등 이후 행적으로 '독립운동가'냐 아니냐 논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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