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동부구치소 감염, 반인권적 차별대응 때문…과밀수용 해소해야"

등록 2021.01.06 13:26:2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보건의료단체연합 "밀접접촉자 격리 원칙 적용 안돼"

"정부, 감염 피해자에 사과하고 책임자 엄중 처벌해야"

"과밀수용 개선안 내놓지 않으면 민주정부 자격 없어"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이에는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적혀있다. 2020.12.2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이에는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적혀있다. 2020.12.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보건의료단체들이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은 반인권적 차별 대응에서 비롯됐다며 정부에 책임자 엄중 처벌과 과밀 수용 해소를 위한 교정시설 수용자 처우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이 참여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6일 성명서에서 "오늘 동부구치소 6차 전수검사에서 또다시 66명이 추가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수용자 확산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동부구치소 사태는 재소자에 대한 정부의 반인권적 차별대응 때문에 발생했다"며 "법무부와 교정당국은 초기 역학조사와 격리를 일반 시민에 준해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1월 말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외부와의 차단에 주력했을 뿐 3주간이나 전수검사는 없었고 비접촉자, 접촉자, 확진자를 뒤섞었다"며 "정부가 교정시설 외부에서는 밀접접촉자를 격리하는데 교정시설에서는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건 지난해 11월28일이다. 11월27일 서울 송파구 확진자의 가족이자 구치소 근무자가 다음날 확진된 것이다. 이어 종사자와 수용자 등을 상대로 한 대규모 전수검사가 시작된 건 3주 만인 12월18일(1차)과 23일(2차)이었다.

물론 그 사이 전수검사가 없었다는 건 아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동부구치소 종사자 확진 이후 접촉자 등을 분류해 일제검사를 지속해서 650여명을 대상으로 시행해 12월10일 종사자, 14일 수용자 가운데 확진자를 발견했다.

이처럼 종사자와 수용자 등 추가 환자가 발생해 역학조사팀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수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1차 검사에서 188명, 2차 검사에서 288명 등 6차까지 총 1118명(동부구치소 746명, 이송자 372명)이 확진됐다.

그러나 당시 서울동부구치소는 정원의 116.7%로 과밀 수용 상태였다. 그 결과 수용자 중 밀접접촉자들이 다른 수용자들과 혼거 수용됐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시민에게는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는 정부가 국가관리시설에는 가장 기본적 수칙도 지키지 않아 '살려 달라'고 절규하게 만들었고 마스크를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았고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넬슨만델라규칙)에 따르면 정부는 재소자에게 사회에서 제공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보건의료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동일한 수준의 의료는커녕 무책임한 방치로 감염을 확산시켰고, 교정시설을 외부로부터 격리하는 데만 집중했을 뿐 재소자 건강과 생명에는 철저히 관심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교정시설 내 감염 피해자들에게 사과부터 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서울동부구치소의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수용자 이송 등 단기 대책뿐만 아니라 수용자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고 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가 지금 즉시 해야 할 일은 과밀수용 해소 등 교정시설 수용자 처우개선안을 내놓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초기 발표된 국제인권지침들에 따르면 수감·구금자는 감염병에 특히 취약하므로 정부는 즉각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했다. 석방이나 비구금형 등을 고려해서라도 과잉 수용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016년 헌법재판소가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 제기는 계속되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정시설 수용자의 과밀 문제나 보건의료서비스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재소자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나, 최소한의 보편인권 달성을 위해서나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가 현 사태의 단기적 수습책을 내놓는데 그치며 교정시설 인권침해 상황들은 고스란히 방치한다면 스스로 인권을 말하는 '민주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7년을 감옥에서 보낸 넬슨 만델라는 '감옥에 들어가 봐야 그 나라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한 나라를 판단하는 기준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국민을 대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며 "정부는 'K방역 성공'이나 '뉴딜경제'를 운운하기 전에 낮은 곳의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책무부터 다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