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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칼럼] 김어준과 싸가지 없는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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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2-25 07:00:00  |  수정 2021-02-25 11: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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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정치부장


[서울=뉴시스] 김호경 정치부장 = 1.
문재인 대통령이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을 내정하면서 윤석열 징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지 않도록 했다는 뉴시스 청와대 출입기자의 단독 기사를 지난해 12월 2일 저녁 출고했다.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라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 코멘트와 함께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을 최대한 담보하는 차원이라는 해설을 달았는데,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다음날인 3일 아침 방송에서 이를 "가짜뉴스"라고 성토했다.

진행자 김어준씨는 "차관이 징계위원장을 할 거냐 말 거냐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권한과 절차에 철저하다. 대통령이 뭐 하러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라 마라 하겠느냐"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수차례 '가짜뉴스'임을 강조하면서 심지어 "목적은 그런 거죠. 이제 추미애 장관에서 타깃을 대통령으로 옮겨가는 거거든요"라며 대통령을 억지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사가 의도를 갖고 작성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를 <고발뉴스>는 또 그대로 옮겨와 뉴시스를 지목했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오후 문 대통령의 해당 '지시 사항'을 공식 발표했다. 언론에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전하는 보도가 일제히 쏟아졌고, 가령 진보 매체인 <한겨레>도 "문 대통령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징계위원장을 맡기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지명하는 건 추 장관의 권한인데, 문 대통령이 '정당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차관을 배제하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내린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런데도 김씨는 수많은 청취자를 상대로 내뱉었던 발언에 대해 사과나 반성은커녕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제가 착오가 있었습니다.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던 발언은 정정합니다"라고 당연히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뭉개고 만다.

당시 보수 언론을 비롯한 여러 매체가 문 대통령이 이미 윤석열 검찰총장 해임 등 '찍어내기'를 결정해놓고 신임 법무차관 손에 칼을 쥐여주는 것이라는 식의 단정적 보도를 내고 있었지만, 그와 달리 뉴시스는 문 대통령이 징계위 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징계 수위를 예단하지도 않으며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해설을 일관되게 보도했다.

<물 건너간 '동반사퇴' 해법…文대통령, 尹 징계위 결론 수용 방침> <文 법무차관 인사, '尹 징계위'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방점> <법무차관 인선 文 의중은…"尹 해임 예단 않지만 징계위는 열어야"> <尹 징계위 공정성 강조한 文대통령…'찍어내기' 의혹 불식> 등 기사 제목만 봐도 어떤 기조인지를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용구 차관에게 징계위원장직을 맡지 않도록 했다는 단독 보도의 내용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김어준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 '목적'과 '가짜뉴스'를 운운한 건가.

2.
김어준씨는 또 지난 1월 27일 뉴스공장 방송에서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경제성장률 잠정치에 대한 언론 보도 문제점을 거론하며 한국경제신문 <작년 경제성장률 –1%, 외환위기 이후 최악>, 채널A <코로나에 휘청한 한국경제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 뉴시스 <작년 경제성장률 –1%, 외환위기 이후 최저> 세 건의 보도를 대표 사례로 열거했다. 김씨는 "수치만 보면 사실이지만 진실을 보도한 게 아니다"라며 한국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사실, 작년 1인당 국민총소득이 G7에 사상 처음 진입했다는 사실을 함께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사실을 보도했지만 진실을 왜곡했다"며 "사기는 그렇게 치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강조했다.

김씨는 이어 스튜디오에 출연한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인터뷰에서도 언론이 OECD, IMF 등 국제적으로 가장 지명도 있고 신뢰도 높은 기관들의 한국에 대한 평가를 보도하지 않는다며 같은 취지로 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고, 이에 최 교수는 "언론의 광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걸 보도하려면, 제가 만약에 기자라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방을 했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되는 거다. 그게 객관적인 보도 자세"라고 지적했다. 다시 김씨는 "기사를 읽어 보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쁘다는 이야기만 쫙 있다. 그런데 그 수치가 OECD 국가 중에는 1위고, 그 결과로 국민 총소득은 G7에 진입하고, 이런 이야기는 안 한다"면서 "아, 정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 뉴시스 보도가 정말 그랬는가. 과연 기사를 읽어 본 게 맞는가.

1월 26일 한국은행의 발표 직후 오전 8시 2분에 출고된 뉴시스의 해당 기사는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1.0% 역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역성장했지만 주요국 경제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되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수치다."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1.1%를 상회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처음 역성장했지만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선방한 것이다. 1분기 -1.3%, 2분기 -3.2%로 두 분기 연속 역성장 쇼크를 나타냈으나 기저효과와 수출 회복세 등에 힘입어 3분기 2.1%로 반등했다. 막판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경기 회복세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으나 예상보다 충격이 덜 했던 영향으로 4분기 성장률은 1.1%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속보성 스트레이트 기사(뉴시스는 통신사이기 때문에 신속성을 근간으로 속보 스트레이트를 우선 처리하고 이어서 내용을 보강해 종합 기사와 해설 박스 등을 차례로 낸다)에 이어 오전 11시 4분에 출고된 최종 기사 <작년 경제성장률 -1.0%…22년만에 역성장(종합2보)> 내용을 보자. 부제목이 <경제성장률 -1.0%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저/ 코로나 충격에 역성장…"어려움 속 선방" 평가/ 1인당 국민소득 3만1000달러 중반, G7 반열 오를듯>이다.

본문에는 다음 내용이 추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G20(주요 20개국) 중에서는 지난해 2.3%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나타낸 중국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000달러대 중반 수준으로 추정됐다. 한국의 1인당 GNI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7개국(G7) 중 이탈리아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치가 현실화되면 사상 처음으로 G7 반열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선방했다는 내용이 기사에 줄곧 담겨 있다.

김어준씨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보고 뉴시스를 예로 들어 '왜곡'이니 '사기'니 또 운운한 것인가. 뉴시스는 한국은행 발표 당일 오전 중에 이런 내용을 다 담아 보도를 했는데, 김씨는 다음날 방송에서 뉴시스를 지목해 수많은 청취자들을 상대로 엉뚱한 선동을 해댔다. 김씨가 사례로 꼽은 다른 언론사 보도 내용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뉴시스 기사는 위와 같았음에도 김씨는 읽지도 않고 '왜곡'을 하며 '사기'를 친 것이다.

3.
올해 1월 1일 <[인터뷰]이낙연 "이명박·박근혜 사면, 文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라는 여당 대표 신년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연초부터 정가를 강타하고 여론을 들끓게 했던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의 시작으로, 다른 통신사도 이날 함께 보도했다. 그런데 SNS와 각종 커뮤니티, 단체카톡방에 다음과 같은 글이 퍼지고 공유됐다.

"팩트 정리.
뉴시스발 이낙연 대표 이명박근혜 사면 건의 뉴스는 기자가 이 대표에게 사면 건의할 생각 있냐는 낚시성 발언을 던졌고 여기에 이 대표가 즉답을 안 하고 법률적이나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한 후라고 대답한 게 새해 벽두 "이낙연 이명박근혜 사면 건의" 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결국은 기레기 장난에 또 수많은 시민들이 발끈함.
덧: 기레기발 뉴스는 한 템포 쉬고 팩트 확인 후 비판해도 늦지 않음."

기사 배경을 둘러싼 황당한 음모론을 접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 경우는 사면론의 파급력에 비춰봤을 때 가짜뉴스의 노골성이 한층 심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애초에 뉴시스 민주당 출입기자들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질문거리로 생각을 못한 사안이었고, 실제 질문도 하지 않았다. 사전에 이 대표 측에서 두 가지 질문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해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중 하나인 국민 통합에 대해 물어봤는데, 뜻밖에 이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 얘기를 먼저 꺼냈다는 게 팩트다.

베테랑 기자 출신인 이 대표가 언론사 신년 인터뷰를 통해 이 말을 해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던진 화두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뉴시스 기자의 조작으로 둔갑시킨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가짜뉴스를 마음대로 만들어 유포하는 걸까. 정색을 하고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해당 글들은 어느새 삭제됐다.

4.
지난 1월 12일에는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김진애·정봉주 경선…내달 선출>이라는 기사를 출고했는데 김진애 당시 열린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음날 자신의 SNS에 이 기사를 공유하면서 뉴시스를 직접 거명해 이렇게 적어놨다.

"일부러 이렇게 치켜뜨는 사진을 골라 쓰는 걸까요? 김진애나 정봉주나. 열린민주당 경선 기사 쓰면서 잘 나온 사진들이 얼마나 많을 텐데, 이렇게 편파적 사진질을 할까요?"

이에 김 원내대표 지지자들은 "치사하다" "편파적이다" "정말 기레기들 욕 나오네요" "언론적폐" "나경원 사진은 잘 나온 걸로 골라서 내준다" 등 뉴시스와 언론을 비난하는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그러나 이 사진은 뉴시스가 아닌 타사 기자가 찍은 것이었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국회에서도 공동취재사진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풀(Pool) 취재를 맡은 타사 사진기자가 촬영해 공유한 사진 중 뉴시스는 유일한 정면 사진을 기사에 첨부했을 뿐이다. 다른 언론사들 또한 동일한 사진을 다수 게재했다. 이 사진이 왜 눈을 치켜뜨는 모습이라는 건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풀 취재 사진 5장을 보면 이 사진이 특별히 '치켜뜨는' 모습도 아니거니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김 원내대표는 뉴시스가 왜 본인을 겨냥해 편파적인 사진을 썼을 거라고 의심했는지가 의문이다. 뉴시스는 김 원내대표 관련 기사를 지금까지 여럿 써왔는데 전부터 그런 의심이 들었다는 건가. 또는 뉴시스가 종전에 열린민주당에 관한 뭔가 부당한 왜곡 보도를 한 적이 있단 말인가. 그도 아니면 해당 기자가 할 일이 없어서 장난을 쳤단 말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냥 어떤 사진 1장을 보고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대뜸 '편파적'이라고 지목해 언론사 욕하라고 지지자들 앞에 내민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정치인이 너무 즉흥적이고 경솔하지 않은가. 그는 나중에 사실을 바로잡고 사과했지만 원 게시물을 삭제도, 수정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게시해놓고 있다.

5.
가장 기묘했던 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나선 기자의 손가락 모양을 문제 삼은 사단법인 평화나무 이사장 김용민씨의 행태였다. 김어준씨와 함께 '나는 꼼수다' 멤버였고 요즘은 유튜브 '김용민TV'를 진행하는 유튜버인 그는 뉴시스 청와대 출입기자가 전국민을 상대로 생중계 중인 신년 기자회견 상황에서 문 대통령 면전에 손가락 욕설을 날린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다하다 어떻게 이런 기상천외한 소설까지 쓸 수 있는지 기가 막혔지만 김씨는 수차례에 걸쳐 같은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지속적으로 '좌표'를 찍었다. 그는 "의심은 죄가 아니다"라며 '질문'이라고 포장했으나 "이거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냐" "부인하고 싶겠지만 눈 달린 사람들은 '대통령에 대한 욕'으로 본다" "멘털리티나 수준이 당신과 다를 바 없는 기레기들" "침묵도 메시지라고 생각하겠다" 등 해당 기자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언사를 집요하게 반복했고 무수한 시민들이 이 글을 접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공유하고, 각종 커뮤니티에 퍼날랐는지, 또 뉴시스 본사로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흥분과 막말로 점철된 항의들을 해댔는지, 이 과정을 목도하고 직접 겪으면서 필자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TV와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신년 회견 자리를 기회 삼아 대통령을 코앞에서 모욕하겠다고 작정했다면 그 동기가 대체 무엇이라는 건가. 도대체 아무 맥락도 없이 그저 수첩을 쥔 손가락 모양이 이상해 보인다는 이유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과 인신공격이 난무했던 것이다.

급기야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손가락 모독 논란을 들었다. 현장에 저도 있었는데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게 의아할 정도로 손가락 모독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아마 큰 오해가 있던 것 같다"고 밝혔지만 이들은 막무가내였다. 김용민씨 글에, 또 해당 기자의 SNS에까지 몰려가 이른바 진보층이라는 이들이 달아놓은 숱한 악다구니들을 한 번 보라.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손가락 욕설 궤변은 극단적인 진영 논리와 맹목적인 편 가르기에 매몰돼 이성을 잃은 일부 진보층의 일탈과 폭주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해당 기자를 평소 업무와 관련해 지휘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는 부장으로서, 또 지난 2년간 그가 쓴 청와대발 기사 대부분을 출고한 데스크로서 이 끔찍한 사태에 크게 분노했었다. 그래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글을 게재한 김씨와 인신공격 수준이 극심했던 악플러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모욕 등 혐의로 법적 대응을 할 의사가 있는지 해당 기자에게 여러 차례 물었다. 그러나 필자보다 훨씬 사려 깊고 인품이 훌륭한 그는 차분하고 의연한 태도를 견지하며 이를 모두 사양했다.

필자는 해당 기자가 문 대통령 기자회견 당시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방역 등 분야별로 다양한 질문거리를 잔뜩 적어놓은 수첩을 손에 쥔 채 일어나게 된 경위를, 필요하면 질문 내용을 메모해 둔 부분을 펼쳐보려 손가락으로 파지를 하고 있다가 결국 수첩을 들춰보지 않고 질문을 마친 이유가 뭔지를 자세하게 알고 있다. 심지어 기자가 문 대통령 회견장에 '밸브형 마스크'를 쓰고 나온 의도가 뭐냐고 분기탱천하며 당국에 고발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는데, 이 마스크가 밸브형이 아니라 날숨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고무필터를 덧씌워 아예 차단된 폐쇄형 제품이라는 사실도 상세히 파악했다. 기자가 왜 이 마스크를 쓰고 대통령 회견장에 들어가게 됐는지 그 이유도 물론 잘 알고 있다.

내막이라고 하기에도 우스꽝스러운 그 모든 평범한 행위의 자초지종을 공적으로 낱낱이 석명해야 하나. 아니면 말고 식의 허무맹랑한 의혹 제기에 일일이 해명을 해야 한다는 자체가 모독일뿐더러, 밑도 끝도 없는 일방적 모함을 한 뒤 "억울하면 네가 다 입증해봐" 이런 짓이 바로 마녀사냥이고 전형적인 매카시즘 수법이다.

6.
필자는 1년 반 전에 <싸가지 없는 보수>라는 칼럼을 쓴 일이 있다. 강준만 교수의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의 논지를 빌어, 싸가지 없이 내지르는 게 지지층에게는 후련함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정치와 선거는 '20퍼센트가 결정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보수 정당도 분노의 표출 방식, 즉 태도 문제를 각성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진보의 싸가지 문제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무례, 막말, 도덕적 우월감, 맹목적 피아 구분, 너희들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피장파장 논법,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펼치는 음모론 프레임 등등.

한국 언론이 저널리즘 원칙과 동떨어진 수준 이하의 불량 보도를 지속하며 스스로 초래한 극도의 불신 사태에 필자도 평소 다른 이들 못지않게 문제의식이 컸던 터라 저들의 정서, 피해의식, 방어기제를 한편으로는 이해도 한다. 그러나 일반 네티즌도 아니고 진보 진영의 스피커로 꼽히는 이들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무분별한 적대감을 동원하는 선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싸가지' 문제에 더욱 천착해야 한다.

특히 김어준씨는 시사저널의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손석희 JTBC 대표이사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위상에 걸맞지 않게 말을 참 함부로 하곤 한다. 앞에서 언급한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발표 기사에서도 특정 언론사를 예로 들어 '왜곡'과 '사기'까지 거론하려면 해당 언론사의 관련 기사들을 잠시라도 찾아 읽고 기조를 판단한 뒤에 단언을 하든 폄훼를 하든 했어야 한다. 그게 비평이라는 작업의 기본적인 자세다. 김씨는 해외 유수 기관에서 한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국내 언론이 보도를 안 한다고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얘기하는데 다음은 뉴시스의 관련 보도들이다.

<OECD "韓, 올해 성장률 -1.2% 전망…주요국 대비 하락폭 가장 양호">
<OECD "韓, 올해 성장률 –1.2→-1.0% 상향…37개 회원국 중 1위">
<OECD "韓, 올해 성장률 -1.0→-1.1% 하향…회원국 중 1위">
<OECD "작년 韓 성장률 주요국 중 3위"…1위 中·2위 노르웨이>
<OECD "韓, 코로나 대응 가장 성공적…한국판 뉴딜도 바람직">
<IMF, 올해 韓성장률 소폭 상향 -1.9% 전망…"선진 39개국 중 3번째">
<IMF 총재 "한국, OECD 회원국 중 코로나19 피해 가장 적어">
<IMF, 올해 韓경제 성장률 3.1% 전망…"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 회복">
<IMF "韓, 코로나에 잘 대응…피해 계층 선별 지원 바람직">
<해외 기관들, 올해 한국 성장률 상향…"위기 속 선방">
<작년 1인당 국민소득, G7 이탈리아 제친 듯>
<1인당 국민소득 3만1000달러 중반…'G7' 수준 오를 듯>

며칠 전 뉴스공장에 국민의힘 조은희 서울시장 후보가 출연해 "교통방송을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라 시민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면서 김씨의 종전 여러 발언들을 열거했다. 이에 김씨는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한다. 앞뒤 맥락이 잘린 멘트가 나간 경우가 많다"면서 뉴스공장을 직접 듣고 좀 얘기하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실제 김씨가 그간 물의를 빚었다고 알려진 발언들은 방송을 직접 들어보면 맥락이 거세되거나 침소봉대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씨는 본인이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맹렬한 비판의 표적으로 삼은 언론사의 기사들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앞뒤 맥락도 자른 채 성급한 일반화와 허수아비 때리기의 오류를 자행하는 것이다. 포털에서 눈에 띈 일부 단편적인 기사의 제목만 보고 거칠게 싸잡아서 무책임한 인상비평을 가하는 비슷한 유형의 발언들이 여러 건이 있는데, 절대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법이 없는 김씨의 전투 일변도 스타일이 오히려 진보층의 많은 이들을 열광시키고 또 전염시키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7.
통신사인 뉴시스는 굳이 성향을 따지자면 중도 매체다. 물론 다른 언론사들처럼 기자와 데스크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을 수 있으나 전체적인 기조는 정파성에 치우치지 않고 미리 정해놓은 프레임 없이 사실 보도에 기반을 둔 중도 노선을 취하고 있다. 좌우 진영의 극단적 이분법이 팽배해 있는 풍토에서 보수층은 뉴시스를 진보적 또는 친여 매체로, 진보층은 반대로 뉴시스를 보수적 또는 친야 매체로 규정하며 각자 입맛에 따라 온갖 딴지를 걸어댄다.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뉴시스 기사에 서로 상반된 이유로 악플을 다는 장면이 매일 되풀이된다. 포털 통계 자료를 보면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한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들조차 아무리 내용이 길어도 기사당 평균 체류 시간이 30초가 채 안 된다. 본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다짜고짜 '기레기'를 규탄하는 댓글을 다는 현상이 일상이 돼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나라 언론이 사안마다 결론을 정해놓고 과잉 해석으로 매일 독자를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대신 사실 보도에만 충실해도 바닥에 떨어진 언론 신뢰도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쟁점이 된 사안들은 양면성, 또는 다면성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쪽 측면만 부풀리고 다른 측면은 축소하거나 아예 보도를 안 하는 식의 방향성이 논조라는 명목으로 만연해 있다. 기자와 언론사의 과도한 주관으로 누더기처럼 오염된 기사들보다 객관적 팩트 위주의 사실 보도로 독자들이 충분한 판단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차라리, 훨씬 낫다고 본다.

통신사 뉴시스의 보도에 대해 각자 자기 지향에 따라 이런저런 시비를 논하는 건 자유이겠으나 허위 음모론을 제기하고 가짜뉴스까지 생산하면서 부당한 비방과 선동을 일삼는 행위는 삼가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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