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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가능성…노동계, '원천차단' 고심

등록 2022.04.03 12:00:00수정 2022.04.03 1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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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차등적용 언급에…올해 심의서 격론 예고

최저임금법 4조1항 삭제 유력…대응 검토중

최근 찬성 표심 변화에…노동계 위기감 고조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6월2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5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24.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6월2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5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새 정부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노동계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국면에서 보인 입장을 바탕으로 올해 심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방안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동계로서는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오는 5일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를 앞두고 최저임금법 개정 요구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고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기미를 봐야 한다"면서도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근거가 있는 만큼 이를 삭제하지 않는 이상 (막을)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이렇게라도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방안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개정 요구의 핵심은 현행 최저임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현행 법상 지역별 차등 적용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업종별 차등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 위원회 기능에서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명확한 만큼 최저임금위 심의를 통해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최저임금위는 심의과정에서 노사, 공익위원들이 표결로 이를 결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노사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와 함께 최저임금 결정 단위, 최저임금 수준 등을 표결로 심의하는 구조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왼쪽)과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고민하는 표정을 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1만800원을 제시했고 사용자 측은 유감을 표시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24.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왼쪽)과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고민하는 표정을 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1만800원을 제시했고 사용자 측은 유감을 표시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24. [email protected]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도가 시행된 첫해인 1988년 당시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그룹을 나눠 달리 적용됐다.

이후 다음 해부터는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했고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년 심의 과정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 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경영계는 그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최저임금 미만율의 업종 간 편차가 심각하다는 점을 근거로 차등 적용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노동계의 경우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해왔다.

역대 심의 과정을 보면 2017년에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되자 사용자위원 9명 중 4명이 퇴장하면서 찬성 4표, 반대 17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2018년의 경우 노동자위원 4명이 퇴장하며 반대 14표, 찬성 9표로 부결됐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공익위원의 표심이 반영되며 표차가 줄었다. 2019년 표결 결과를 보면 찬성 10명, 반대 17명인데, 2020년과 지난해 찬성은 각각 11표, 반대 14표·15표로 집계됐다.

차등 적용론이 우세했던 적은 드물지만 노사가 각각 찬성과 반대에 몰표를 던질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의 표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심의가 진행되면서 기류가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이 노동계에 팽배하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고율 인상의 문제점에 공감하며 차등 적용론에 무게를 실어왔다. 그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차기 정부가 친노동에 대한 경각심을 표하고 있고, 공익위원이 정부 정책 기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올해는 표결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법 개정까지 추진하는 것은 차등 적용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읽힌다. 다만 자칫 노정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이번 법 개정을 그간 정책연대를 맺어온 더불어민주당발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대선 정국에서 한국노총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정부·여당과의 관계 설정에는 이 같은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일단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실현가능성이 미지수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섣부른 법 개정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입장이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아직 업종 차원의 임금수준과 노동생산성, 사용자 부담능력 등 제반 지표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종별 차등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업종 또는 사업별로 노동생산성과 임금수준이 현저히 차이가 발생할 경우 어떤 방법으로 합리적인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 근거규정을 없애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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