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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한전④]'민영화 없다' 못 박은 尹정부, 전기료 난제 풀 해법은

등록 2022.05.30 05:00:00수정 2022.05.30 11: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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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단계서부터 '원가주의 원칙' 강조

전기위원회 독립성 위해 조직 보강할 듯

한전 적자 감축도 속도…추가 지원 촉각

결국 요금 현실화 필요성에 무게 실리나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2022.04.0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2022.04.0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전기요금이 줄곧 '뜨거운 감자'다. 인상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민경제 부담은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력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공기업 한국전력의 적자 문제는 전체 전력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해졌다. 단순히 선심성으로 요금 인상을 미룰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尹정부, 원가주의 요금 원칙 강조…연료비 연동제 시행 원활해지나

전기요금 문제는 '탈핵 독트린'을 천명한 전임 정부에서도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전력 생산에서 발전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다만 전임 정부에서 한전의 적자가 불어난 것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지만, 국제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적기 반영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파로 국제 연료비 가격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새 정부는 원자력 발전 비중 상향이 골자인 에너지 믹스(전원별 구성 비율) 정책을 내세웠지만, 그렇다고 전기료 문제가 하루아침에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일단 새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전기요금에 '원가주의 원칙'을 바로 세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원가주의 요금 원칙은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의 변동분 등을 요금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전은 국제 유가에 출렁이는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자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원활히 시행되지 않아 적자 수렁에 빠진 상태다. 한전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5조860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분기 들어서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지속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1년 전보다 164.7%나 뛴 킬로와트시(㎾h)당 202.11원이었다. 시장 가격이 오르며 지난달 전력거래금액도 1년 전보다 96.1% 증가한 6조5528억원이었다.

연료비 연동제가 제때 작동하지 못 한 이유는 고물가 우려 등을 고려한 정부의 입김이 강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에 새 정부는 전기요금 조정 업무를 맡은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전기요금이 정치적 이슈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사무국 조직과 인력에 대한 보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뉴시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민영화' 선 그어…공공성 유지하며 요금 인상 압박 완화 '사활'

정부는 최근 불거진 한전 민영화 논란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공기업의 민영화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 "공기업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현재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력 민영화 논란은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불거졌다. 인수위는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 발표할 때 "한전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다양한 수요관리 서비스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전력 판매 구조를 시장에 개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전력 시장을 민영화하겠다는 뜻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인수위는 민영화 여부를 논의한 적이 없고, '전력 시장이 경쟁적 시장구조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라고 즉각 해명했다.

새 정부는 전력 시장의 공공성을 유지하며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낮추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한전 적자 감축을 위해 다양한 조치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이 발전사에 전기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24일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의 신설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등의 일부개정안을 다음 달 13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3개월간의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의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되면, 한 달 동안 상한가격 제도가 적용되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민간 발전사에 지급하는 대금인 '용량요금(CP)' 산정 기준 중 하나인 '환경기여도'를 삭제하는 전력시장 규칙 개정안이 통과됐다.

다만 민간의 반발이 상당하다. SMP 상한 설정, 환경기여도 삭제는 민간 발전사의 이익을 줄여 한전을 부담을 낮추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간발전협회 등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지원 촉각…근본 해법은 '전기료 현실화' 목소리 커져

정부가 한전의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 투입 등 '최후의 카드'를 꺼낼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한전이 2조8000억원 규모의 사상 첫 영업손실을 내자 6680억원 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이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 시행령 3조에 명시된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의 안정을 위한 지원 사업'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누적 차입금 규모가 지난달 말 기준 51조5000억원에 달해, 향후 국고보조금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기가 없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방안, 연료비 연동제 확대 등 지원책도 거론된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지원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전임 정부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지 못했던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 '묘수'는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가는 잡아야 하고, 적자는 줄여야 한다는 목표 자체가 모순"이라며 "해외처럼 큰 폭은 아니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한전 적자의 근원적인 원인은 전기요금을 못 올렸다는 데 있다"며 "요금을 묶어놓고 자산 매각, SMP 상한 등 그런 종류의 노력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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