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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300]그건 좀 촌스럽지 않아요?

등록 2022.08.18 0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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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8월 3주차 개봉 영화 및 최근 개봉 영화 간단평을 정리했다.

◆촌스러워지셨네요…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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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필 감독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하고 본 적 없는 이미지를 만들 줄 안다. 장르의 경계를 능숙하게 넘나들기도 한다. 이를 통해 미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풍자하고 비판해낸다. '겟 아웃'(2017)과 '어스'(2019)가 그랬던 것처럼 새 영화 '놉'도 그렇다. 여기에 호이트 반 호이테마의 촬영이 더해지면 '놉'은 재미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영화가 된다. 필 감독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 사회에서 배제돼 온 소수에 관해 얘기하고,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관해 말하기도 한다. 꼭 이게 아니더라도 온갖 레퍼런스와 상징으로 가득 찬 이 작품은 어떤 식으로든 해석될 수 있다. 다만 '놉'은 억지로 해석해야하고 해석돼야 하는 작품처럼 보인다. 그건 쿨하지 않고 촌스럽다.

◆진짜 무서운 건 이런 것…풀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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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해야 하고 동시에 혼자서 아이 둘을 키워야 하는 삶은 고달프다. 그런데 통장 잔고는 비어가고 직장에선 해고당할 위기에 처하고 아이를 봐줄 사람조차 없다면 그 삶은 고달픈 게 아니라 지옥이 된다. '풀타임'에는 그 지옥에 한 발을 걸친 여자의 일상이 있다. 당연하게도 그 일상은 공포 그 자체다. 이 영화는 현실만 보여준다. 과장은 없다. 매일이 생존 싸움이 이 삶은 그때 스릴러가 된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이 위기의 여자가 버티고 있는 삶을 90분에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영화가 된다.

◆디테일 없는 큰 그림의 한계…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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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는 밀어붙인다. 정우성은 퍼붓는다. 영화 '헌트'에는 이전에 나온 어떤 한국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강력한 총기 액션이 수차례 나온다. 총알 1만발을 쏟아부은 이 화력이 곧 이 영화의 목표다. 그건 마치 들끓는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하겠다는 의지다. 감독 이정재의 야심과 결기는 최근 수년 간 데뷔한 어떤 연출가도 보여주지 못한 태도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연출 데뷔는 성공적이다. 게다가 이정재와 정우성을 23년만에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영화같은 일이다.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만족감이 있다. 다만 '헌트'에는 이정재의 고투와 정우성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관객이 한국 현대사를 대체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세 가지, 전두환·광주민주화운동·남북관계에 관해 알아야 이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단독으로 완결성을 갖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결함은 영화 전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한편 극적 재미마저 반감시킨다. 감독 이정재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지는 못했다.

◆슈퍼맨? 슈퍼개! 배트맨? 배트개!…DC 리그 오브 슈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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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다 하다 동물 슈퍼히어로까지 나온다고 말할 관객도 있겠지만, 'DC 리그 오브 슈퍼-펫'은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관해 풀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 등 DC를 대표하는 각종 슈퍼히어로를 비틀면서 터뜨리는 유머가 꽤 타율이 높다. 각 슈퍼히어로의 특징을 꿰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의 디테일한 설정들을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슈퍼히어로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해도 귀여운 동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제 이런 상상을 해본다. 실사로 제작되는 저스티스리그 영화에 동물 슈퍼히어로가 합류해 함께 싸우는 장면 말이다.

◆영화 같은 게임…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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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카터'의 목표는 액션영화가 아니라 '게임 같은 액션영화'로 보인다. 이 작품은 매우 많은 장면에서 사실상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 구도와 같은 장면 연출을 하고 있다. 게다가 귀에 장착된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건 정말 게임이 모티브가 된 영화라는 확신이 선다. 그런데 말이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영화이지 않은가. 영화라는 건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일텐데, 이 작품에는 인간성이라는 게 전혀 없다. 그저 각종 특수효과로 범벅된 채 게임처럼 움직이며 싸우는 인간병기가 있을 뿐이다. 별의별 액션이 다 쏟아지는데도 어떤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영화가 아니라 영화 같은 게임일 뿐이다. 새삼 톰 크루즈의 액션을 왜 위대하다고 하는지 알게 된다.

◆허무한 물량공세…'비상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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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은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쓸어 담는다. 그리고나서 하나씩 꺼내놓는다. 그래서 항공재난영화라는 말로 분류된 이 작품의 장르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비상선언'은 범죄물이고, 수사물이다. 액션극이고, 로맨스극이며, 성장극이다. 한국사회 현실을 조망하고 풍자하고 비판한다. 인간성에 관한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게다가 송강호·이병헌·전도연·임시완·김남길·김소진·박해준 등 스타 배우들이 집결해 있다. 이 영화에는 흥행을 겨냥한 거의 모든 요소가 있다. 다만 '비상선언'이 140분 간 쏟아붓는 물량공세는 때로는 바로 그 흥행 저격에 성공하지만, 많은 경우 명중하지 못 하고 빗나간다.

◆모두가 지지하는 국뽕의 위력…'한산:용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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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한산:용의 출현'은 국뽕 영화다. 다만 이 국뽕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있는데다가 심지어 웬만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찬양해마지 않는 국뽕이다. 이 영화는 기묘하다. 캐릭터가 빈약하고 이야기는 허술하다. 그런데 어떤 관객도 그런 걸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람은 이순신과 임진왜란에 관해 어려서부터 반복해 공부했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로 상징되는 이순신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이해한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로 대표되는 임진왜란 서사를 이미 꿰고 있다. 그래서 '한산:용의 출현'에는 캐릭터나 스토리 같은 건 없어도 된다. 이미 다 아는 걸 반복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이순신과 조선 수군이 왜군을 수장(水葬)하는 승리의 쾌감만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한산:용의 출현'은 이 한정된 역할만큼은 꽤 성공적으로 해낸다. 

◆귀여우면 그만이야…미니언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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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체력은 떨어진다. 일에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쉬어야 하는데, 여름 휴가를 가려면 아직 몇 주 더 기다려야 한다.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싶은데 더워서 어딜 가기도 귀찮다. 그럴 땐 영화관에 가야 한다. 영화관에 가서 어떤 스트레스도 주지 않는 너무 너무 귀여운 걸 봐야 한다. 이 작고 귀여운 악동들을 보면서 그냥 머리를 비우면 된다. 그게 바로 '미니언즈' 시리즈가 세계적인 흥행을 할 수 있는 이유다. '미니언즈2'는 2015년에 나온 '미니언즈'의 후속작. '슈퍼배드' 시리즈의 악당 '그루'와 미니언의 인연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린다. 아무렴 어떤가. 귀여우면 그만이지. 뚜찌빠찌뽀찌!

◆전설이 된 영화 신화가 된 배우…탑건:매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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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아직 6개월이나 남아 있지만, 아마 올해 '탑건:매버릭'보다 관객을 더 미치게 하는 영화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탑건:매버릭'은 속도로, 규모로, 힘으로 미치게 한다. 짜릿해서 쿨해서 낭만적이어서 미친다. 그들의 사랑도, 우정도, 열정도 미친 것 같다. 물론 '탑건:매버릭'을 완전무결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탑건:매버릭'은 영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만큼은 완전무결하게 해낸다. 관객을 스크린 깊숙이 빠트려 그 가상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게 하는 것. '탑건:매버릭'은 3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그 임무를 완수하며 전설이 된다. 이 전설의 시작과 함께 떠오른 24살의 할리우드 신성 톰 크루즈는 이제는 환갑의 슈퍼스타가 돼 이 전설을 마무리하며 신화가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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