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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좀 그만 보내'…사칭범 때문에 욕받이된 유명인들

등록 2024.03.25 15:14:45수정 2024.03.25 17: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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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투자 정보방 홍보 문자에 피로감…뭇매 맞는 유튜버들

끊이지 않는 유명인 사칭 사기…3개월간 피해액 1200억원

"이미지 타격 심각…실제 피해자 나오면 억장 무너져" 호소

지난 23일 경제 유튜브 채널 김작가TV의 영상에 달린 댓글. 김작가TV를 사칭한 문자 메시지가 잇따라 발송되자 유튜브 채널에 찾아와 항의한 것.(사진 : 김작가TV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3일 경제 유튜브 채널 김작가TV의 영상에 달린 댓글. 김작가TV를 사칭한 문자 메시지가 잇따라 발송되자 유튜브 채널에 찾아와 항의한 것.(사진 : 김작가TV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자 좀 그만 보내라" "왜 차단해도 번호가 바뀌어 문자가 계속 오는건가요" "문자가 미칠만큼 많이 오네요"

지난 23일 경제 유튜브 채널 김작가TV의 영상에는 갑자기 이런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지난 며칠간 김작가TV가 투자 정보방 홍보 문자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보내고 있다는 항의였다.

그런데 문자를 보낸건 이 유튜버 측이 아니었다. 김작가TV는 공지글을 통해 "김작가 TV는 절대 투자 상담 커뮤니티, 오픈채팅방을 운영하지 않는다. 모두 사칭이니 조심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이렇게 유명인을 사칭하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경제 유튜버와 스타 강사, 기업인들도 자주 사칭의 대상이 된다.
경제 유튜브 채널 김작가TV는 지난 23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투자 상담 커뮤니티와 오픈 채팅방은 사칭 사기라고 강조했다.(사진 : 김작가TV 유튜브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경제 유튜브 채널 김작가TV는 지난 23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투자 상담 커뮤니티와 오픈 채팅방은 사칭 사기라고 강조했다.(사진 : 김작가TV 유튜브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칭범은 유명인의 이름을 앞세워 온라인 메신저에 개설된 '정보방', '리딩방' 등으로 유인한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유명인이 등장하는 가짜 홍보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광고하기까지 한다.

오픈 채팅방에서는 환차익, 암호화폐, 테마주 등을 이용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것 처럼 속여 허위 투자 사이트 가입을 유도한다. 실제로 큰 수익이 난 것처럼 조작된 거래 화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투자 사이트들은 대부분 사기다. 한 번 투자금을 입금하면 다시 회수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사칭 사기는 1000여건에 이르며 피해액은 1200억원을 넘어섰다.

사칭범은 '유명인의 투자 기법이 담긴 책을 무료로 보내준다'는 등의 게시물로 누리꾼들을 속여 개인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쏟아지는 투자 정보방 홍보 메시지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유명인의 이름을 앞세우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 관련 없는 홍보물 속 인물이 화풀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자신을 사칭한 사기 범죄를 발견해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기 범죄의 홍보가 대부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문제를 제기해도 게시물 삭제 등의 조치가 잘 취해지지 않는다. 우후죽순 생겨난 사칭 게시물이 상당 기간 방치되기도 한다. 사칭범을 고소해도 신원을 확보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면 수사가 진행되기도 쉽지 않다.

개그우먼 송은이와 개그맨 황현희, 베스트셀러 작가 김미경 강사,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137명은 최근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하 유사모)을 결성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방송인 유재석·홍진경과 배우 김남길·김아중, 삼프로TV 김동환 대표 등도 성명에 동참했다.

김미경 강사는 지난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가 엄청났다. 처음에는 사진을 도용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유튜브에서 적극적으로 대량의 광고를 살포하면서 피해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전 직원이 유튜브에서 제 이름을 검색해서 몇 천개나 되는 사칭 계정을 찾는데, 영상 하나에 조회수가 50만이다. 댓글에 ‘김미경이 돈에 미쳤다’라는 이야기가 달린다. 30년 간 쌓아온 저의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도 있지만, 실제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는 이런 사칭 사기로 인한 피해액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 변호사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대형 광고 플랫폼이 안일하게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유료 광고 플랫폼은 어느 정도 비용을 받고 광고를 제시하면 그에 따른 감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유명인 사칭하는 광고는 사전에 검수하고 올려야 하는데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피해 규제를 할 수 있는 신청 절차가 없다. 법적 공백이다. 몇 년 전부터 이런 부분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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