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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K는 왜 러시아를 공격했을까…'무슬림 피' 묻힌 푸틴에 복수

등록 2024.03.25 20:09:57수정 2024.03.25 20: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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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푸틴의 체첸공화국 무슬림 반군 학살에 원한

2019년 카불 공항 테러, 2024년 초 이란 추모식 테러 후속

[모스크바=AP/뉴시스] 23일(현지시각) 공개된 영상 사진에 무장 괴한들이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로쿠스 시청 공연장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있다. 이슬람국가(IS)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024.03.23.

[모스크바=AP/뉴시스] 23일(현지시각) 공개된 영상 사진에 무장 괴한들이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로쿠스 시청 공연장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있다. 이슬람국가(IS)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024.03.23.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도적 무시에도 불구하고 22일 저녁 모스크바 교외 크로쿠스시 콘서트홀 내 관객 137명을 총격 살해한 4명은 '이슬람국가(IS)' 분파 조직 소속인 것이 분명하다고 미국 정부는 말하고 있다.

푸틴은 사건 발생 20시간 뒤인 23일 저녁 범인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넘어가려다 붙잡혔으며 우크라가 국경 문을 한동안 열어둔 데이터가 있다면서 우크라 배후를 텔레비전 방송서 강하게 암시했다.

미국과 서방은 물론 언론 통제의 러시아 내 상당수 매체들이 집단 총격 살해 후 IS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푸틴은 IS를 배후로 지목하기는커녕 직접 거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푸틴은 IS를 존재하지도 않는 '투명' 물체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전쟁이 만 25개월 내내 계속되는 시점인 만큼 푸틴의 우크라 지목이 상식에 맞고 미국의 IS 테러 확신은 조금 엉뚱해 보인다. 그러나 수니파 이슬람주의 극단조직 IS의 러시아 및 푸틴에 대한 적의와 원한은 깊다.

이번 모스크바 교외 콘서트홀 테러는 IS 중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및 이란 등 호라산(Khorassan) 지역에서 활동하는 IS-K(호라산) 분파라고 미국은 특정했다.

IS-K는 파키스탄 및 아프간 탈레반 세력에서 이탈해 2015년 IS에 충성을 맹세한 분파로 2013년 시리아 내전 반군 세력에서 급성장한 IS 본류와는 구별된다. IS 본류는 같은 시리아 반군을 제압해서 시리아 동부를 장악한 뒤 2014년 6월 이라크를 기습 공격해 북부 10만㎢ 땅을 모술을 중심으로 점령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아사드 정권 유지를 위해 반군을 때릴 때 미국은 연합군을 주도하며 IS 소탕에 앞장섰다. 2017년 이라크군과 함께 탈환작전을 벌여 모술에서 IS를 축출했으며 IS는 시리아 남동부 바구즈로 도망갔다가 2019년 거의 전멸했다.

그해 10월 미국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주에 은신 중인 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2011년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라덴을 처단하듯 암살 제거해버렸다.

그러나 IS는 전멸되지 않고 북서부 아프리카, 동남아 그리고 호라산 지역 및 중앙아시아에서 세력을 부활시켰다. IS 본류 잔당은 초창기처럼 서유럽 테러를 통해 존재를 과시하고자 했으나 사전에 차단 봉쇄되었다. 반면 IS-K는 굵직한 테러로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공포감을 유발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20년 장기전에서 최종 철수할 때 미군과 아프간 탈레반의 틈을 비집어 카불 국제공항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미군13명 포함 180명을 살해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올 1월 이란 남부에서 혁명수비대 사령관이었다가 4년 전 미군에 의해 이라크에서 드론 암살된 카심 술레이만 장군의 추모식에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이 IS-K 테러로 200명 넘게 죽었다.

이전 테러에서 보듯 IS-K는 본래 속해있던 아프간 탈레반을 타깃으로 했고 자신들이 속한 수니파가 사갈시하는 시아파 종주국 노릇을 하는 이란을 때렸다.

러시아의 푸틴은 집권 초기인 2002년 이슬람 분리주의 무장봉기가 일어난 남부 카프카스 산맥 부근의 체첸 공화국 무슬림 반군들을 그곳 카디로프 세력과 제휴해서 잔인하게 일망타진했다.

미국은 IS-K가 체첸공화국 반군 학살뿐 아니라 옛소련의 1980년대 아프간 무슬림 처단과 2015년 이후 시리아 내전 상황서 수니파 무슬림 공격 등을 한데 묶어 "러시아와 푸틴의 손이 '무슬림의 피'에 물들어 있다"는 원한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이 IS 본류 제거에 앞장서는 동안 러시아는 시아파에 속해 있는 아사드 정권을 도우면서 IS의 수니파 무슬림을 많이 죽였다는 것이다.

IS-K의 러시아 테러는 러시아에 대한 앙갚음과 함께 IS 조직의 부활을 알리면서 동조 세력의 규합을 노리는 선전 작전으로 보인다.

호라산 지역 위가 중앙아시아로 이번 러시아 테러의 용의자 4명은 아프간과 접한 타지키스탄 인으로 알려졌다. 체첸 공화국은 중앙아시아 서단과 접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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