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북핵 심각"… 트럼프 "中협력 없으면 독자 대응"
【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정상회담 후 함께 걷고 있다. 2017.04.08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6∼7일 이틀 동안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머물면서 만찬과 확대 정상회담, 업무오찬 등을 잇달아 가졌다. 두 정상은 이를 통해 북핵과 무역 불균형, 남중국해 문제 등 3대 갈등 현안을 놓고 담판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특히 7일 확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 억제를 위한 협력 강화와 미국의 대 중국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 마련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첫 회담을 통해 양국관계의 엄청난, 진정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우리는 깊고 오랜 대화를 가졌다. 우리의 친선을 심화하고 양국의 실제적인 관계와 친선을 유지하기 위한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는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기의 정상회담’ 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미국의 전격적인 시리아 폭격에 묻혀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반군들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숱한 민간인 사상자를 낸 시리아 정부군을 향해 미사일 공격으로 응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불러온 뒤 보란 듯이 시리아를 폭격한 것이다. 독재정권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언제라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풀이다.
더군다나 두 정상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지도 않았고, 공동 기자회견도 갖지 않았다. 양국 정상회담 결과는 미국 국무장관과 재무장관, 상무장관이 결과를 간략히 설명하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18시간 동안이나 같이 보냈지만 무역이나 투자협상이나 북한 핵 관련 합의도 없었고, 남중국해 갈등을 줄이기 위한 아무런 계획도 나온 게 없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최고 성과는 “서로를 알게 된 것(Getting to Know Each Other)”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양국 정상회담 후 “우리는 매우 유사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 중국이 분명히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영역이 있다”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중국에 수출을 늘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만찬을 시작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04.06
로스 장관은 양국이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 규모는 총 3470억 달러(약 391조원)에 달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노동자들을 위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구체적인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로 간 시장 접근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되풀이 하면서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플로리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끔찍한 대 중국 무역거래를 해 왔다. 이것이 이번에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야기할 사안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양국 간 패키지 합의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시 주석이 북한의 핵 진전 상황이 매우 심각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점에 동의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만일 중국이 미국과 협력할 수 없다면 미국은 스스로의 코스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팜비치=AP/뉴시스】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6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의 방문을 환영하는 만찬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6.04.06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양국 정상회담아 아마도 성공적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오는 11월 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를 통해 지도부 교체를 단행한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래서 아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자신의 등에서 떨어지는 것만을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오는 11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때까지 미국과의 갈등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담 중 “시 주석과 나와의 관계가 진전됐다. 나는 아주 잘 된(outstanding)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양국 간 많은 나쁜 문제들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깊고 오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보다 진전된 이해와 신뢰를 만들었다. 서로 협력하는 관계와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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