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 D-1] 이산가족 상봉, '집단탈북·北억류자' 난관 극복할까?
"남북 적십자 회담 통해 더 구체화시킬 가능성"
"정부, 北억류자 문제 전면 내세우기 어려울듯"
【파주=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3월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회담을 마친 후 헤어지기 전 서로 인사 하고 있다. 2018.03.29. [email protected]
특히 북한이 집단탈북 문제를 '납치'로 규정하면서 이산가족상봉 문제와 연계시킬 수 있어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어떻게 대화를 풀어갈 지 주목된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최근 관영매체 등을 통해 여종업원 집단탈북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북한의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 통보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 취재진 명단 접수 거부 등으로 남북 관계가 잠시 경색 국면을 맞았던 지난 20일에도 북한은 여종업원의 송환을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집단유인 납치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남조선 당국에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문제를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8·15 이산가족상봉 행사와 연계시킬 수 있음을 내비쳤다.
또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29일 논평을 통해 "우리 여성 공민들에 대한 괴뢰 보수패당의 집단유인 납치범죄의 진상이 만천하에 드러나 내외의 규탄여론이 비발치고 있다"며 여종업원 송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이 내일 열리는 고위급 회담 테이블에서 여종업원 집단탈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향후 남북대화에 있어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일 고위급 회담 테이블에서 여종업원 문제를 거론할 수 있지만 수위를 높이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언론매체를 통해 (여종업원 문제를) 이야기했다는 것은 고위급 회담에서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 아니겠냐"면서도 "남북 고위급 회담이나 남북관계의 장애물이 될 만큼 수위를 강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북한의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TV는 지난 2016년 4월24일 홈페이지에 '집단탈북 사건의 비열한 음모를 까밝힌다' 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는 탈북한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들과 함께 근무한 동료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이들은 "남한과 결탁한 지배인의 꾀임에 동료들이 속아 넘어갔다"라며 주장했다. 사진은 탈북한 종업원들과 같은 식당에서 일했다는 여성들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 2016.04.25. (사진=우리민족끼리 TV 캡쳐) [email protected]
북한이 고위급 회담에서 꺼내더라도 테이블 주도권 차원에서 거론하거나, 서로 간의 관심사항을 언급하는 선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측도 억류자 문제를 관심사항으로 언급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어렵게 마련된 고위급 회담이기 때문에 양측이 집단탈북 문제나 억류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경우 서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이 집단탈북자의 북송 문제를 이산가족상봉 협의와 함께 연계해 요구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내일 고위급 회담에서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 일정에만 합의할 경우, 적십자 회담에서 여종업원 집단탈북, 한국인 억류자 문제 등을 더 구체적으로 다룰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고위급 회담은 남북 대화와 관련된 총괄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여종업원 집단탈북, 한국인 억류자)는 적십자 회담에서 의제로 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논의는 별도의 회담을 통해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지난 2016년 탈북자 고현철이 대한민국 국정원 지시로 북한 고아를 납치해 한국으로 데려가려 했다는 자백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사진은 고 씨를 체포 당시 현장에서 압수했다는 증거물 모습. 2016.07.16.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는 "여종업원의 송환 문제는 국제기구를 통해 그들의 의사를 확인해 처리하고 북한도 이 문제를 이산가족상봉 문제와 연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감추거나 숨기기보다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게 좋겠다 싶다"며 "토론장으로 놓고 같이 고민하고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덮기만 해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집단탈북 문제를 가지고 판을 깨거나 흔들고 주도권을 쥐려는 의미보다는 (적십자 회담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 등을 촉구하는 일종의 '예방주사' 차원에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