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 과정서 도주한 피고인, 관련 죄명은?(종합2보)
구속영장 미발부 상태, 서류상 '불구속' 피고인
법정경위 폭행 없어 공무집행방해 성립 안 돼
법원·경찰 "법리검토 했으나 법 적용 어려울 듯"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10일 오전 10시20분께 충북 청주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절차를 밟던 A(24)씨가 법정에서 달아나 경찰이 뒤를 쫓고 있다.A씨가 재판을 받던 청주지법 423호 법정 모습.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법정구속 과정에서 달아났다면 어떤 죄명이 성립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무죄'일 가능성이 크다.
10일 청주지법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상해) 및 상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법정구속 과정에서 달아난 A(24)씨의 행방은 7시간 째 묘연한 상태다.
경찰이 형사 20여명으로 전담팀을 꾸려 인근 폐쇄회로(CC) TV 분석과 주거지 탐문수사 등을 하고 있으나 A씨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20분께 청주지법 형사3단독 박우근 판사 심리로 423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상해) 및 상해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구속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달아났다.
불구속 상태로 이날 선고 공판에 출석한 A씨는 법정구속 직전 방청석에 있던 소지품을 챙기는 척 하다 법정경위를 따돌리고 도주했다.
A씨는 2017년 4월 노래방에서 시비가 붙은 일행 2명을 후배와 함께 폭행하고, 2018년 2월 유흥주점에서 상해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법원은 A씨 도주 후 1시간40분이 지난 낮 12시10분에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징역형을 선고했으나 아직 법정구속 절차가 완료된 상황이 아니어서 '도주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형법상 도주죄가 성립되려면 법률에 의해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도주해야 한다. 법정형은 1년 이하 징역이다.
A씨의 경우 법정을 빠져나갔을 당시 아직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여서 '구금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재판관이 말로는 '구속'을 선고했으나 서류상은 아직 '불구속' 상태였던 것이다.
A씨가 법정경위를 밀치거나 폭행한 것도 아니어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법원은 A씨의 구금 방법을 찾는 데 1시간40분이 걸렸다. 법원 관계자는 "구속영장 발부 후 교도관에게 신병이 인계됐다면 수형자 신분이 되므로 도주죄의 객체가 되는데, A씨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며 "A씨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할 사유가 불명확해 이를 판단하느라 경찰 신고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A씨의 행방을 쫓고 있는 경찰도 혐의 적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마도 특정한 죄명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검거를 해도 신병확보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A씨를 붙잡는대로 검찰에 신병을 넘길 방침이다. 법원은 검찰로부터 다시 A씨를 인계받아 구속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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