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7명 사상 클럽 붕괴 사고 원인 규명 집중(종합3보)
복층 구조물 일부 벽쪽 기울며 무너져 '아수라장'
2명 숨져, 세계수영대회 선수 8명 포함 25명 부상
행정당국 "붕괴 구조물은 불법 증축 공간 중 일부"
잇단 안전 사고·변칙 영업에 '특혜성 조례'도 논란
안전 관리, 인·허가 과정, 증개축 위법 등 집중 수사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 23.1㎡가 무너져 2명이 숨지고 외국 수구선수 등 14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붕괴 사고 클럽 내부. 2019.07.27. (사진 = 독자 제공)[email protected]
경찰은 클럽 관계자들의 과실과 안전 관리 의무 위반 여부, 인·허가 과정상 문제, 증개축상 위법 사항 등을 집중 수사키로 했다.
◇ 사건 개요
27일 광주 클럽 구조물 붕괴 사고 수사본부와 광주 서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39분께 서구 치평동 모 클럽 2층 복층 구조물 일부가 벽쪽으로 기울며 무너졌다.
이 사고로 구조물에 깔린 것으로 추정되는 A(38)씨와 B(27)씨가 병원 치료 도중 숨지고, 25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11명은 입원 치료 중이며, 14명은 치료를 받고 돌아갔다.
부상자 가운데 8명은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수구·경영 선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적은 미국·이탈리아·브라질·뉴질랜드다.
사고 당시 클럽엔 손님 350~400명이 있었다. 무너진 복층 무대·테이블(21㎡, 1층보다 4~6m 가량 높은 곳)엔 30~40명이 춤을 추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층 무대·테이블 상판을 받치는 철골·목재 지지대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사상자가 다수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 23.1㎡가 무너져 2명이 숨지고 외국 수구선수 등 14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붕괴 사고 클럽 내부. 2019.07.27. (사진 = 독자 제공)[email protected]
◇'쾅' 붕괴 직후 아수라장
클럽은 구조물 붕괴 직후 비명과 음악이 뒤섞였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복층 벽면쪽에 있던 사람들은 추락했고, 2~3명 가량이 구조물에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난간 쪽에 있던 사람들은 기둥이나 구조물 끝을 붙잡고 매달려 버텼다.
급하게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무너진 구조물 위에 있던 술병·가방 등 소지품이 1층으로 떨어지며 추가 부상자도 나왔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곳곳에 물이 쏟아졌고, 술과 안주 등이 뒤섞였다.
A씨는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술병이 깨지고 나뒹굴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전했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사고 직후 손님들이 붕괴된 구조물을 받치며 인명피해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 2019.07.27. (사진 = 독자 제공 영상 캡쳐)[email protected]
◇위기 속 빛난 시민 의식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은 의연하게 대응했다. 시민들은 비스듬이 붕괴되면서 1층 바(U자형)를 덮친 상판 구조물을 맨손으로 들어올렸다. '하나!둘!셋!' 구호에 맞춰 다친 사람들을 구조하려 애썼다.
클럽 디스크 자키(DJ)도 마이크를 들고 "다들 와서 좀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지르며, 순간 힘을 모아 구조물을 들 수 있도록 숫자 구호를 잇따라 외쳤다.
초기 구조로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대피도 비교적 차분하게 이뤄졌다.
◇'예고된 인재(人災)?' 불법 증축 사실로
사고가 난 복층 상판 구조물은 불법 증축 시설인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당국은 이날 사고 현장에서 실측 조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관리·감독기관인 서구청은 건축대장 상으로 허용된 클럽의 복층 면적은 108㎡라고 밝혔다.
클럽 측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추정) 복층 면적을 185㎡로 무단 확장했다. 허용된 면적보다 77㎡ 가량을 증축한 셈이다.
불법 증축 공간 중 철골·목재 상판 21㎡가 붕괴됐다고 서구는 설명했다.
서구는 지난 2017년 말께 복층 공간 중 46㎡를 철거했다 재가설하는 과정에 불법 증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에서 복층으로 된 철골·목재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1층 중앙쪽에 위치한 'ㄷ'자형 바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안전사고·변칙영업에 '특혜성 조례'도 논란
이 클럽은 과거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강화유리 바닥 일부가 파손, 손님이 1층으로 떨어져 다쳤다. 업주들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2015년 7월 영업 형태를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이 클럽은 개업 초기부터 음악을 틀고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해 '유흥주점'처럼 변칙 영업을 벌였다.
2016년 3월(영업정지 1개월)과 6월(과징금 6360만원) 2차례 행정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7월 서구는 일반음식점 내 음식 섭취를 위해 탁자·의자 등을 설치한 곳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 클럽도 '춤 허용 지정 업소'로 신청, 합법적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선 이 조례가 공익적 가치·목표가 불분명하고, 변칙 영업을 하는 일부 사업자를 위해 제정된 '셀프 맞춤형' 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오후 경찰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2019.07.27. [email protected]
◇경찰, 업주 과실·안전 규정 준수 여부 등 다각도 수사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클럽 업주(51) 등 클럽 관계자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2시44분 클럽 시설물에 대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2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오후 유관기관과 벌인 합동 감식 결과를 분석 중이다. 건축 경위를 비롯해 부실시공 또는 안전상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두루 살피고 있다.
클럽 안팎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관련자를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건축물 안전 관리·건축법 준수 의무 ▲조례상 안전 규정(면적 1㎡당 1명 입장 제한, 100㎡당 1명씩 안전 요원 배치 등) 준수 여부 ▲불법 증개축 위법사항 또는 인허가 과정상 문제 ▲비상 대피 조치 적절성 ▲행정당국 점검 적절성 등을 다각도로 수사키로 했다.
경찰은 인·허가 담당 공무원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해당 클럽을 춤 허용 지정 업소로 지정해 특혜를 줬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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