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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채권 불법 영업 잡아낼까…"가격 왜곡·담합 입증 관건"

등록 2025.04.16 07:00:00수정 2025.04.16 07: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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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티브 영업' 첫 검사 타깃 미래에셋·삼성증권

금감원, 채권 불법 영업 잡아낼까…"가격 왜곡·담합 입증 관건"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채권형 랩·신탁 불건전 영업행위에 이어 다시 한번 채권 시장 불법 영업 관행에 칼을 뺐다. 증권사들이 채권 발행 주관 실적을 따내기 위해 내부 자금으로 매수 주문을 넣어주기로 약속하는 소위 '캡티브 영업'이 타깃이다. 다음주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부터 검사에 착수한 뒤 채권발행시장(DCM) 실적이 높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본격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에 현장 검사를 나간다.



캡티브 영업은 회사채 주관을 맡기는 기업에게 수요예측에서 낮은 금리에 일정 물량의 매수 주문을 넣겠다고 약속하는 영업 행태다. 고유 계정으로 매수 주문으로 넣기도 하고 계열사를 동원하기도 한다.

금감원은 이 같은 영업이 시장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위법 소지가 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영업 행태가 회사채 시장을 교란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요예측에 낮은 금리 매수 주문이 들어오니 제 가격을 발견하는 수요예측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많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서 흥행을 거뒀지만 발행 직후 시장 금리가 급격히 높아지는 일이 반복됐다. 회사들은 낮은 발행금리로 수요예측에 성공하면서 조달 금액을 더 늘리기까지 했는데 정작 유통 시장에선 가격이 뚝뚝 떨어진 셈이다.

금감원은 캡티브 영업 관행이 '가격 왜곡'을 초래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 보고 있다. 수요예측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캡티브 영업 행태에 제동을 걸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졌는지 기준은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코퍼)보다 낮아졌는지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위험 금리보다 회사채 금리가 낮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낮은 가격에도 수요예측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사실상 수요예측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는 회사채 가격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국민연금 등 큰손 연기금들도 수요예측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발행 단계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믿을 수 없어 이후 유통 단계에서 매수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낮은 금리에도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면 "그래도 팔렸기 때문에 이게 시장 가격"이라는 주관사 주장도 가능하다.

또 증권사 고유 자금, 계열사 자금 등 캡티브 매수 주문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는 걸 입증하는게 쉽진 않을 거라는 게 당국 안팎의 시각이다. 캡티브 영업을 위한 주문과 실제 회사채 투자를 위한 주문을 구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금감원이 이면 계약이나 담합 정황을 집중적으로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 가격 왜곡이 입증되지 않아도 발행사와 주관사 간에 캡티브 영업과 관련한 이면계약을 맺었거나 특정 금리를 담합했다면 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분들을 폭넓게 열어두고 확인하기 위해 금감원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현장 검사에 착수한다. 첫 타깃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미래와 삼성은 시작일 뿐, 금감원 검사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DCM 주관 실적을 줄세우면 미래와 삼성은 선두는 아니다. 또 삼성은 지난해 랩·신탁 불건전 영업행위 제재도 유일하게 피해 간 대형사기도 하다. 때문에 금감원이 이들 검사를 통해 회사채 주관 계약부터 수요예측, 이후 유통 단계 등 시장 매커니즘 전반을 확인한 후 다른 증권사들로 검사를 넓혀갈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KB증권이 1667건의 주관을 따내며 52조3835억원을 실적을 냈다. 이어 ▲NH투자증권(45조9663억원) ▲한국투자증권(33조7512억원) ▲신한투자증권(19조5709억원) ▲한양증권(19조771억원) ▲교보증권(14조7800억원) ▲삼성증권12조1582억원 순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감원은 검사와 함께 회사채 수요예측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고심도 깊어졌다. 업계에서는 제도상 문제 의식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락업(Lock up)을 걸어 의무 보유해야 하는 기간이 있지만 채권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증권사와 계열 금융사들이 캡티브 영업 과정에서 매수한 것으로 보이는 물량을 던지면서 시장 금리가 발행 금리 대비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회사채 발행 대표 주관사를 담당할 땐 계열사나 증권사 등 다른 부서를 통해 인수 참여가 아예 불가능하게 제도적으로 막는 방법도 있다. 현재는 계열사 인수 참여를 제한하진 않고 있으며, 주관 증권사는 만기가 다른 회사채에는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2년물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2년물 수요예측엔 참여할 수 없지만 3년물에는 매수 주문을 넣을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검사를 다 마친 뒤 부작용 등을 충분히 검토하며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아예 증권사들이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으려 한다거나 다른 부작용을 야기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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