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스승' 송상현 "포퓰리스트 정권, '민주적 절차' 왜곡"(종합)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포럼 초청 강연
"포퓰리스트, 자본주의·사회주의 결함 틈새 끼어들어"
"증오·혐오감 이끌어 젊은이들의 민주체제 신뢰 상실"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 질적으로 완전히 뿌리 못내려"
"진보·보수로 나뉘어 서로 물리칠 적으로 상대하면 공멸"
"규제 대폭 풀어 불평등 위기를 민주주의로 극복해야"
윤 전 총장이 정치참여 의견 묻자 "네가 알아서 해라" 조언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창립식 및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 토론회에서 '국제질서의 변동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21.05.21. [email protected]
송 명예교수는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학과 대학원 시절 석사 논문을 지도한 교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 등을 지냈다.
송 명예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연합 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자본주의의 생리적 결함은 행복을 불평등하게 나눠주는 것이고 사회주의의 태생적 결함은 불행을 평등하게 나눠주는 것이라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이 틈새에 포퓰리스트들이 끼어들게 된다. 오로지 자신들만이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국민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퓰리스트로 언급하면서 "이런 부류의 지도자는 인류의 공통된 사고방식이나 보편적 가치로서의 이념, 내지 시대정신을 공유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포퓰리스트는 기술적으로 증오나 혐오감을 이끌어가면서 젊은이들이 민주 체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든다"며 "민주주의 핵심 중 하나가 다원성이라고 볼 적에 포퓰리즘은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했다.
송 명예교수는 포퓰리스트가 집권할 경우 "비판적 언론, 시민단체, 정당을 탄압하고, 검찰과 사법부 그리고 정보기관을 입맛에 맞게 손을 본다"며 "또 한가지 중요한 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굉장히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러시아와 터키, 헝가리, 폴란드, 그리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트럼프가 사실 민주주의자보다 푸틴, 시진핑, 김정은 같은 독재자를 대하는데 더 편한 이유는 독재자들은 결국 동일한 규칙하에서 동일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미북관계에서도 트럼프는 제 생각에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동북아 안보를 공고히 하던 정책을 하루아침에 헌신짝같이 내버리고 오히려 김정은을 이용해서 동북아 정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지 않았나 하는 인상이 깊다"고 했다.
송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는 권위주의 독재로 돌아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고화된 자유민주주의로 발전했다고 보는데, 유감스럽게도 질적으로는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질적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완성되려면 아직도 만연한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되고, 흑백논리 진영을 넘어서 교조주의로 가는 이념과 과잉감정대응, 5년마다 전(前) 정부 정책을 깡그리 뒤엎어버리는 국정의 불연속성도 이제는 지양해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군부독재시대부터 국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정당시스템도 뜯어고치고 강화해야 된다"면서 "엘리트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의 질적 고양의 전기를 마련할 단초가 된다"고 했다.
그는 "사실 정치라는 것이 정파 간 이해를 좁혀서 나라가 잘 되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요체가 아니겠나"라며 "자랑스러운 나라의 위대한 국민이 진보, 보수로 나뉘어 서로 물리쳐야 할 적으로 상대하면 공멸할 수밖에 없고 일체의 생산적 정책이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창립식 및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 토론회에서 '국제질서의 변동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21.05.21. [email protected]
송 명예교수는 "한국의 포퓰리즘은 그 영향력이 기존 민주주의시스템을 파괴할 만큼 되지는 않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적대감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 걱정"이라며 "기존 정당이 나를 대표해주지 못한다는 회의감, 냉소감을 극복하고 그래도 정당이 민주주의의 문지기로서 극단주의자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정당은 민주주의의 버팀목이니까 유권자들의 감정적 반응을 걸러내고 중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제는 대중들이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이나 소셜미디어로 자기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정당은 사익보다 국익을 내세우고 과감하게 개방적이고 참여적이어야 그나마 생존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송 명예교수는 "국정이 바로 서려면 언론이 제구실을 하고 그 근간을 이루는 지성문화의 주역들이 좀 더 깊은 사색과 자성을 해야 한다"며 "광범위한 규제를 대폭 풀어서 기업에게 경제적 자유를 주고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서 누구나 질서에 승복하도록 만들며 당면한 경제위기, 안보위기, 보건위기, 복지지출위기, 불평등, 상대적 박탈감의 위기를 민주주의로 극복함과 동시에 고도성장의 부정적 유산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송상현 명예교수에게 정치활동과 관련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명예교수는 이날 강연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정치하면 어떻겠냐고 물어서 네가 알아서 하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선 "나와 관계없으니까 너무 이렇게 초점을 맞춰서 보실 필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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