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8로 자신감 회복한 김정은, '남조선' 지칭…'버릇' '혼용기' 추측 무성
김여정 담화에선 '대한민국' 쓰며 '투코리아' 인식
김정은, 하루 만에 "남조선"…기사에도 '남조선'
'대한민국' 공식 지침 아닌 듯…"아직 판단 일러"
미사일 발사 지켜보는 김정은 [서울=뉴시스] 13일 북한 노동신문은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4월 최초로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했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3.07.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을 '남조선'이라고 지칭했다.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 담화에선 공식 입장발표상 최초로 '대한민국'이라며 '국가 대 국가' 인식을 드러내놓고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은 기존 표현을 쓴 것이다.
13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화성-18 시험발사를 현지지도 하면서 "미제와 남조선 괴뢰역도들이 부질없는 반공화국 적대시정책의 수치스러운 패배를 절망속에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보도는 이외 남측을 언급하는 다른 문장에서도 '대한민국' 대신 '남조선'을 사용했다.
지난 10~11일 김여정 부부장은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며 대응을 위협하는 2건의 담화를 냈다.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 등 표현을 썼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이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남측을 공식국명인 '대한민국'이라고 부른 건 처음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한민족' 개념을 벗어던지고 한국을 다른 나라처럼 개별 국가로 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특히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위임'을 받았다고 강조했단 점에서 김 위원장 의중이 반영된 결정으로 인식됐다.
북한은 이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거부 발표를 할 때 우리 외교부 격인 외무성을 내세운 바 있다. 남북 당국 간 공식 대화창구 역할을 해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존재를 지워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정작 김 위원장은 '남조선'이란 표현을 쓴 배경을 두고 여러 추정이 나온다.
우선 김 위원장이 단순히 버릇대로 '남조선'이라고 말했다면 이를 제지할 사람은 당연히 없다.
큰 틀에서 대남 기조를 바꿨지만 구체적인 용어 변경까지는 공식화하지 않은 '혼용기'에서 표현에 여지를 뒀을 수도 있다. 대남 전술 측면에서 남북 대화 국면이 열리면 다시 '한민족'을 앞세우기 위해서다.
일단 북한은 '대한민국' 호명을 공식 방침으로 삼지 않고 대외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김 부부장 담화는 일반 주민이 접할 수 없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다. 김 위원장의 '남조선' 발언을 담은 화성-18 발사 보도는 통신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모두 게재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달리 주민들이 보는 매체인 노동신문 기사엔 아직 대한민국이란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했는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고, 계속해서 나오는 담화나 노동신문 표현이 바뀌는 시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 담화에서 '대한민국'을 쓸 때 '겹화살괄호(《》)'를 사용한 배경을 두고도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겹화살괄호는 북한 매체에서 통상 강조 용도로 쓰이는데, 김 부부장이 '이른바 대한민국' 이란 식으로 비꼬는 어조를 담았다면 '대한민국'이 공식 용어라기보단 비아냥대는 표현으로 동원됐을 수 있다.
한편 이번 현지지도 기사엔 김 위원장 사진이 실렸다.
5월 군사 역량을 집중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이후 심리적 충격을 받은 듯 했던 김 위원장이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보인다.
상반기 성과를 결산하는 대형 이벤트인 노동당 전원회의가 6월 16~18일 열렸지만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연설하지 않았다. 당시 통일부는 "위성 발사가 실패했고 경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내세울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접 나서기가 좀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8일 조부 김일성 주석 사망 29주기를 맞아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을 때도 평소와 달리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둘러싸고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이 다시 화제가 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우리 언론에서 나온 온갖 억측을 한방에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현지 교시에 나섰다"며 "화성- 18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정찰위성 발사 실패의 충격을 던져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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