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JSA 월북' 돌발 사태…북미 물밑 접촉 이뤄질까
JSA 견학하던 미국 군인 1명 자진 월북
미, 자국민 보호 차원서 송환 요구 가능성
한반도 정세 냉각…단기간 국면전환 어려울 듯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18일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군 1명이 월북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견학을 하던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해당 인물은 2021년 입대한 미국 이등병 트래비스 킹으로 폭행 혐의로 텍사스 포트블리스로 귀환할 예정이었으며, 인천공항 보안검색대까지 호송됐으나, 비행기에 타지 않고 판문점으로 향하는 견학 그룹을 따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월북한 미군 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2023.07.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국 군인 1명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하는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이 해당 미국인 신병을 확보했다고 알려져 이를 계기로 북미접촉이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유엔군사령부는 18일 트위터를 통해 월북 사실을 알리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JSA 경비대대는 유엔군사령부 통제를 받는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월북한 미국인이 북한으로 귀순할 의지가 있는지를 포함해 현재 어떤 상황인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이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송환을 요구하면 북미협상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현재 양측이 '인도적 송환'이라는 보다 협상 여지가 있는 주제로 소통한다면 국면 전환 기회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북한은 19일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쏘아 올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 발사 이후 7일 만이다. 북핵에 대응해 한미가 미국 핵무기 운용을 논의하는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하자 반발 차원에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다만 북한은 연쇄 무력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냉각시키면서도 북미대화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쏟아낸 담화에선 한미를 향한 거친 비난과 동시에 북한이 원하는 대화 조건을 설명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 부부장은 17일 담화에서 미국이 협상 조건으로 내걸 수 있는 한미 연합훈련 잠정중단이나 전략자산 전개 중단은 '가변적이고 가역적인(되돌릴 수 있는) 조치'라며 "우리는 밑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미국이 비가역적인 조건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대화 조건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고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월북 사태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월북자를) 미국으로 돌려 보내거나 선전 도구로 활용할 두 가지 카드를 다 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 억류자의 운명이 여러 갈래로 갈렸단 점에서 이번 월북이 어떻게 전개될지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일단 고위급 인사가 방북해 석방 물꼬를 튼 사례가 있다.
2009년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가서 북·중 접경지대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가 억류된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과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2010년 8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방북도 억류자 석방 계기가 됐다.
2018년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에 억류됐던 김동철, 김학송, 김상덕 등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했다.
하지만 이 시기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였으며, 폼페이오 장관 방북 한 달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열었단 점에서 국제정세가 지금과 확연하게 다르다.
2017년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사망했다.
수십년간 북한에 체류한 경우도 있다. 1965년 주한 미군 복무 중 탈영해 월북했던 찰스 로버트 젠킨스는 거의 40년 동안 북한에서 살다가 2004년 일본인 피랍자였던 아내를 따라 일본에 정착했다.
미국인 북한 억류는 지난 2018년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간 브루스 바이런 로렌스가 마지막이다.
자진 월북이란 점에서 미국이 굳이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거의 없단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물밑 접촉이 시작된다면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판문점대표부가 문서를 교환하거나 뉴욕 채널(미 국무부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간 비공식 대화 창구)을 활용하는 방식이 꼽힌다. 북한 내 미국의 이익대표국(제3국에서 다른 국가 이익을 보호하는 국가)인 스웨덴 채널을 가동할 가능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젠킨스 사례처럼 될지 미국 고위급이 대북 특사로 파견될지 여러가지를 감안해야 한다"며 "만약 협상을 하더라도 단기적으론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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