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청문심사보고서, 상임위 통과…본회의 표결 남아
보고서, 적격·부적격 견해 모두 다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09.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여야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다만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심사경과보고서를 처리했다. 권성동 인청특위 위원장의 이의 여부 질문에 청문위원들은 모두 이의 없다는 뜻을 밝혀 통과됐다.
이 후보자의 자질 부족 견해를 낸 청문위원들은 "후보자는 법관으로서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로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어 "후보자가 소속되었던 민사판례연구회가 승진 카르텔의 최정점의 코스이자 구성원 중 상당수가 대형 로펌 변호사로서 사법 카르텔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후보자가 사법부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적임자인지 우려된다"고 했다.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가 처가 운용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10억원 규모 보유하고 배당을 받고 있었지만 재산신고에 이를 누락했다는 점, 이에 대해 후보자가 개인별 증권 보유액이 1000만원 이상 일 때 후보자 가족 보유 비상장주식도 신고된다고 반박했지만 실제 이 후보자가 2009년 배우자 주식 보유액이 1234만원으로 1000만원을 초과했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점 등이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해외 거주 중인 장녀에게 7년간 6만7000달러를 송금했음에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점,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장녀가 국내에 거주 및 활동하고 있었음에도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장녀의 해외 생활비 명목으로 매년 약 1만 달러를 해외계좌로 송금한 점, 장녀가 배우자의 도움으로 금융투자를 통해 국내계좌 예금액이 2018년 1억원에서 2023년 2억4852만원으로 늘어난 점, 아들이 1살일 때 부산 소재 토지를 취득한 점 등을 제시하며 불법 증여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외 ▲후보자 장남이 자격이 없음에도 최근까지 후보자의 직장 피부양자로 등록됐던 점 ▲후보자 장녀가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음에도 해외이주신고를 하지 않아 건강보험 피부양자 또는 지역가입자가 될 수 없으나 내국인으로 취급돼 건강보험급여를 부정 수급했다는 의혹이 있는 점 ▲초등학생이었던 후보자 자녀가 법률상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것이 위법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법학전공자가 아닌 후보자 장남이 학부생 시절 대형 로펌에서 인턴을 했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후보자의 가족회사인 옥산, 대성자동차학원, 남양산의 법인 쪼개기, 세금 회피,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위반 의혹, 도로교통법 위반 의혹 등 편법과 탈법으로 운영된 의혹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반면 긍정적 입장을 밝힌 청문위원들은 "후보자는 약 30년 동안 전국 각지 법원에서 민사, 형사, 특허, 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재판업무를 수행한 정통 법관으로 특정인과의 친분 관계보다는 법관의 책무인 법의 지배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사판례연구회 활동 관련해선 "오랜 기간 하지 않아 사법부의 중립성을 수호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문제 제기에는 "비상장주식은 재산신고제도 도입 초기에 액면가 기준으로 125만원이라 신고하지 않았기에 비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장녀 생활비 지원을 위한 외국환 송금은 과세대상이 아니고 장녀의 국내재산이 늘어난 것은 계좌에서 발생한 배당소득 등이 누적된 결과로, 이는 증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장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없음에도 직장 피부양자로 등록된 적은 있으나 이를 이용하여 보험금을 부정수급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후보자의 가족회사 위법 의혹에 대해선 "위법 사항은 전혀 제기된 것이 없었다"고 말했고, 부산 만덕동 토지에 대한 증여세 취소심판 과정에서 참여한 특정 조세심판관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해당 심판관은 후보자와 20년 기수 차이가 나고 개인적 친분관계도 없었던 것 등 후보자가 심판에게 유리하도록 판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의 과거 판례 부분도 추켜세웠다.
청문위원들은 "후보자는 승강기설치공사 도중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이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서 회사의 사용자책임을 두텁게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고, '투렛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장애인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주장한 사건에서 관련 법령이 헌법 제11조에 위반된다고 판시하는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다수의 진보적인 판결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후보자는 우리나라에서 공판중심주의가 실질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사법부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편향된 인사와 정치화 우려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판 지연 및 장기미제사건 증가에 대해서도 개선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법관이 SNS를 통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더해 "후보자는 본인이 담당한 판결이 국민의 눈높이에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해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우리 정부가 계승했다는 부분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가 장관으로 적합하다고 밝힌 청문위원들은 "후보자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정의와 공평의 반석 위에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법부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민주당 소속 의원들 재판은 지연시키는 등 '사법의 정치화'로 삼권분립을 무너뜨린 김명수 대법원을 바로 세울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후보자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법정의를 비롯한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각종 사회현안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균형잡힌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할 때 대법원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인청특위의 심사경과보고서는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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