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점포 정리·임대·폐업…" 불황에 전남대 상권이 울고 있다
중대형 상가 공실 45.5%
"한 집 건너 한 집 문 닫아"
대학생·공시생 감소 `직격탄'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22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의 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2024.01.22.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한때 광주 충장·금남로와 함께 호남을 대표하는 상권이었던 전남대학교 일대가 경기침체의 그늘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광주의 젊음을 상징했던 거리와 달리 상가 공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도심공동화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22일 오전 11시 30분께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후문 일대 상권은 방학을 맞은 탓인지 점심시간을 앞뒀음에도 비교적 한산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와 식당, 편의점 등 다양한 상가들은 한창 영업 준비에 바빴다. 하지만 주요 입지라고 할 수 있는 전남대 후문 바로 건너편 한 상가 마저도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을 정도로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중심 상권을 벗어나 골목을 들어가 보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3층 짜리 한 건물은 1층에 10평 남짓 작은 카페를 제외하고 9개 상가 모두 비어 주인을 찾고 있었다.
50m 남짓 골목길에 20여개 상가 중 8개 상가가 폐업해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폐업한 가게 앞은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이 마치 주차장인 것 마냥 점령하고 있었다.
낮 12시 점심시간. 4인 식탁 14개가 마련된 한 식당의 손님은 9명에 불과했다. 식당 사장은 "방학이라 손님이 더 없다"며 "코로나가 끝나면 좀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22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의 한 고시학원이 폐업한 채 임대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2024.01.22. [email protected]
공무원 시험 학원 등 학원들이 밀집한 인근 복개도로 상권은 더 했다.
한 고시학원은 이미 오래 전 문을 닫았는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임대 현수막을 붙여 놓았다. 인근 30m 거리에 있는 또 다른 건물에는 독서실과 고시생을 위한 뷔페식당 모두 폐업한 채 방치,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가를 찾는 대학생들의 발길이 줄면서 근처 PC방 3곳 모두 문을 걸어 닫고 영업을 중단하는 등 폐업한 가게들이 즐비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남대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5.5%에 달한다. 두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소규모상가 공실률도 14.9%로, 광주 평균(9.4%)을 웃돌았다.
원재료 가격과 금리인상 등에 따른 고정비 지출 부담 증가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돼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의 지출이 줄어 일대 상인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전남대 상권 위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행정안전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광주 지방공무원 임용대기자는 7급 10명, 9급 148명 등 158명이다.
지방공무원 7급 합격자의 임용 대기 기간은 9개월, 9급은 현행 공무원 임용령이 정한 '최대 1년'을 꽉 채워야 정식 발령이 나는 실정이다.
공무원에 합격해도 언제 취업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취업 후에도 열악한 처우와 복지 등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이 줄면서 전남대 상권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한 식당 상인은 "상권 주변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때만 해도 다시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막상 입주를 시작해도 손님은 예년만 더 못하다.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22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 상가가 점심시간에도 한산하다. 2024.01.2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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