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전기 이어 가스요금 '동결'…한전·가스公 재무 개선 요원
원료비·공급비 유지…민수용 도시가스 동결
국제유가 오르는데 전기·가스료에 반영 안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2일 서울 용산구의 한 빌라촌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2023.05.2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정부가 고공행진 중인 물가로 인해 전기요금에 이어 가스요금을 동결했다. 연이은 전기·가스요금 동결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가스요금을 구성하는 원료비와 공급비를 모두 동결했다. 가스공사는 최근 주택용 가스요금에 대해 현행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2024년도 천연가스 도매공급비용 조정'을 공시했다.
도시가스는 민수용, 상업용, 발전용으로 나뉜다. 이중 민수용인 주택용 천연가스를 MJ(메가줄)당 2.7728원으로, 일반용도 동절기 1.3294원, 하절기 1.1225원, 기타월 1.1351원으로 현행 수준을 이어간다.
상업용과 발전용은 일부 조정이 있었다. 상업용인 업무난방용과 수송용, 산업용은 작게나마 올랐으며, 냉난방공조용은 시기에 따라 각각 조정됐다. 열병합용, 연료전지용, 열전용설비용 등 발전용도 소폭 올랐다.
공급비에 이어 원료비도 동결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료비에 대해서는 따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민수용 원료비도 동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줄곧 동결됐다. 민수용 도시가스 원료비는 홀수월마다 산정되고 공급비는 매년 5월1일 조정된다.
지난달 한전이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이후 가스요금마저 동결된 것이다.
앞서 한전은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하며 올해 2분기(4~6월분) 전기요금을 동결한 바 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h당 +5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지난해 5월 이후 멈춰 섰다. 지난 4분기에 산업용(을) 전기요금만 ㎾h당 10.6원 인상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전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우편함에 꽃혀있는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 2023.05.15. [email protected]
전기·가스요금이 일제히 동결되며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한전은 연결 기준 4조5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 2021년부터 따져본 누적적자는 43조원에 달한다. 이로 인한 한전의 총부채는 202조원이다.
가스공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말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원을 기록했다. 가스공사는 가스를 산 가격보다 싸게 팔면 차액만큼을 향후 가스요금에 반영한다고 보고 미수금으로 계상하는데, 실질적 적자로 볼 수 있다.
에너지공기업들의 위기가 악화하는 배경에는 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이 오른 것을 전기·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게 자리한다.
한전 적자는 발전사에 전기를 비싸게 사 와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로 인해 발생한다. 최근 역마진 구조가 해소되긴 했으나 누적된 적자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가스공사 역시 원가보상률이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원가의 80% 선에서 국내에 공급 중이란 의미다.
결국 한전과 가스공사가 각각 전기와 가스를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전기·가스요금이 계속 동결된다면 문제 원인이 되는 '싸게 파는'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비싸게 사 오는' 요인이 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최근 중동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그동안 총선 이후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고물가에 동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에너지 당국인 산업부는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 상황을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현실화에 대한 공감대가 큰 상황이다.
안 장관은 지난 1월 업무계획 백브리핑에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며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올릴지의 문제인데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는 노력들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갔다. 특히 사과와 배 가격이 전년보다 88%가량 오르는 등 농축수산물 가격 강세가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