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도 우려한 '저출산 세계챔피언'…소멸로 가지 않으려면[세쓸통]
4월 출생아 수, 2년 전 혼인 증가로 521명↑
지자체 혼인 지원책 영향에 혼인 건수 25%↑
OECD "가족정책과 노동시장의 개혁 필요"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세계 인구의 날인 11일 경기도 수원시 쉬즈메디 병원에서 한 산모가 아기를 돌보고 있다. 2024.07.1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한국의 지난해 여성 1인당 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입니다. 월드챔피언이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 챔피언이 됐습니다"
빈센트 코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이 한 말입니다. OECD는 지난 11일 올해 한국의 경제동향을 점검하고 정책을 분석·권고하는 보고서를 내고 정부세종청사에서 배경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가 우리나라인 건 이미 명성이 자자한 사실입니다. 올해 4월까지의 출생아 수는 8만명을 밑돌면서 역시나 역대 최저를 기록 중입니다. 그런데 지난 4월만 하면 출생아 수가 지난 2023년보다 500명 넘게 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생아 수는 1만9049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8%(521명) 늘었습니다.
전년 대비 꾸준히 줄던 출생아 수가 소폭이지만 늘어난 건 지난 2022년 9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당시에는 전년 대비 0.1%인 13명이 늘었습니다. 4월을 기준으로 한다면 2015년 4월 이후 9년 만입니다.
[서울=뉴시스] 지난 4월 출생아 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2.8%(521명) 늘어나며 19개월 만에 반등했다. 지난해 4월 출생아 수가 12.5% 감소한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혼인건수도 기저효과와 신고일수 증가 영향으로 24.6% 늘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소폭이지만 출생아 수가 늘어날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 기간 묶였던 혼인이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됩니다. 통상 결혼 후 첫째 아이를 낳기까지는 2.5년, 둘째아는 4.9년, 셋째아 이상은 7.5년이 소요됩니다. 신혼부부의 출산이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한 겁니다.
지난해 4월 출생아 수가 코로나19 기간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2636명(-12.5%) 감소했던 기저효과도 작용했습니다. 당시 감소율은 2021년 12월(-12.5%·-2462명)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었습니다.
이렇게 증가한 출생아 수가 언제까지 증가세를 보일지는 미지수입니다. 결혼한 지 2년이 넘은 신혼부부의 출산이 지속되면 올해 하반기에도 지난해에 비해서 출생아 수가 증가할 여지는 있습니다만, 올해 4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여전히 역대 최소입니다.
지난 1분기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감소하면서 1~4월 출생아 수는 7만9523명으로 전년보다 4.2%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대구와 대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한 혼인 지원 정책도 일부 효과를 보이면서 혼인 건수가 20% 이상의 반등을 보였습니다. 4월 혼인 건수는 전년보다 24.6%(4565건) 늘어난 1만8039건입니다. 해당 달은 혼인신고일수가 하루 늘기도 했습니다. 혼인 건수가 앞으로도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7.12. [email protected]
최근 우리나라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국가 소멸의 위기에 대응해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포함한 저출생 대응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습니다. 정부조직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인데,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는 전담 부처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부처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해 강력한 컨트롤타워로서 인구 정책을 수립·총괄·조정·평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입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지금의 인구수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합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명에서 2022년 0.78명, 지난해 0.72명으로 줄면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중입니다. 0.8명 선이 깨진 후 이제는 0.7명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올 정도입니다.
[서울=뉴시스] 빈센트 코엔 OECD 국가분석실장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024 한국경제보고서 발표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4.07.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코엔 OECD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지금의 추세로 간다면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보다 3배, 손주 세대보다는 9배 많은 기형적인 인구구조로 바뀔 거라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OECD가 브리핑에서 저출산과 관련해 크게 권고한 두 가지 내용은 가족정책과 노동시장의 개혁입니다.
출산·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보육시설 확대, 휴직급여 상향, 대체인력 채용 시 정부 지원 확대 등 육아휴직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주거와 교육 등 출산·육아에 따르는 비용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공공주택 공급, 공교육의 질 제고 등도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또 OECD는 노동시장의 이중성으로 인해 청년의 경제적 지위가 약화하고 있는 점도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일자리의 8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대가 필요하다는 제언입니다.
코엔 실장은 "임금일자리의 질, 사회적인 보호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 노동시장 이중성의 문제로 청년의 경제적 지위가 약화하고 있다. 유연하지 못한 임금관행,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차별에 대한 불충분한 보호가 결합해 아이를 낳는데 따라 지불해야 할 경력의 대가를 높이고 있다. 또 이런 이중구조로 말미암아 스펙 쌓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먼일 같던 인구소멸은 이제 눈앞에 당면한 과제가 됐습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이 국가적 위기인 이유는 향후 우리나라의 노동력 공급과 공공재정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의 자녀인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저출생 정책들이 실효성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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