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담배판권, 짬짜미 의혹 가중…지자체 규정 적용 허술

점포 위치변경→미공고 선착순 재지정 횡행

업체 유리한 규정만 적용…區, 알고도 모르쇠?

[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충북 청주지역 담배판권 사전담합 거래 의혹과 관련해 지자체가 부실행정을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10월31일 보도>

선행된 하자를 인지하고도 특정 업체에 유리한 법 조항만 적용해 담배판권의 공정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시 흥덕구는 지난 8월12일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봉명동 신축 상가건물에 대한 담배소매인 지정신청을 공고했다.

담배소매 영업소 간 50m 거리를 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 상가건물에는 마트 1곳만 담배판권이 주어졌다. 이 상가건물에선 임차인 9명이 신청서를 내 A마트 대표자가 담배소매인으로 당첨됐다.

A마트는 개업 나흘 뒤 담배판권을 얻고, 또다시 나흘 뒤 영업소 위치 변경을 신청했다. 해당 상가건물이 아닌 청주지역 다른 곳에서 담배를 팔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마트는 담배판권을 얻기 위해 건물주와 1~2개월 남짓한 임대차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매인 지정 이후 A마트의 임대차 계약기간은 만료됐지만, 지정 취소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담배사업법이 강행으로 규정하고 있는 소매인 지정 취소 사유는 ▲부정한 방법으로 소매인의 지정을 받은 경우 ▲영업정지 기간에 영업을 한 경우 ▲폐업신고 또는 휴업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60일 이상 영업을 하지 않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90일 이상 제조업자, 수입판매업자 또는 도매업자로부터 담배를 매입하지 않은 경우 ▲소매인으로 지정된 후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지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 등이다.

A마트는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은 장소에서 하루도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미영업 기간이 60일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정 취소를 벗어났다.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지정기준 충족 여부도 따지지 않았다.

담배 소매인 지정에 대한 기획재정부령에 따라 적법하게 건축된 건축물(판매장소)을 갖춰야 함에도 점포 임대차 계약이 만료한 소매인의 담배 판권을 유지해줬다.

담배는 관련법상 우편 판매나 전자거래할 수 없어 점포 유지가 필수적이다. 대법원도 판례를 통해 "소비자는 소매인의 영업장소를 직접 방문해 담배를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판매장소인 소매인 점포의 안정성, 계속성 등이 소매인 지정의 고려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등 타 지자체에서 담배 소매인이 편의점 계약 해지 후 관할구청으로부터 지정 취소처분을 받은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흥덕구 관계자는 "60일 이상 영업을 하지 않아야 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법 조항을 적용한 것"이라며 "적극 행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흥덕구는 그동안 담배 소매인의 위치변경 신청 후 별도의 공고 없이 선착순 후순위 지정 절차를 밟아오다가 이번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업체의 폐업 신고를 받아 후순위 재지정 절차를 공고했다.

위치변경 신청에서 폐업 신고로 바꾼 해당 업체의 담배 소매인 지정은 취소됐다.

미영업기간 60일 이내 위치변경 신청으로 담배판권을 유지하고, 대리인을 통해 깜깜이로 담배판권을 하나 더 따내는 '1+1' 수법이 막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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