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망' 제주도로, 중앙선 침범 일상인데…분리대 없다

20㎞ 왕복 2차선, 노란선 고작 2개

최근 3년간 사고 9건 중 5건 '중침'

"중앙차선 폭 협소해 설치 어려워"

[제주=뉴시스] 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소재 도로에서 카니발 차량과 1t트럭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탑승자 구조에 나서고 있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2024.12.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에서 차량 사고로 관광객 4명이 숨진 가운데 매년 같은 법규 위반 사고가 잇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졌음에도 가드레일 등 안전 시설물은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5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사고 지점인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서성로 입구 교차로부터 위미교차로까지 약 4.6㎞ 구간에서 총 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법규 위반 유형으로 보면 중앙선 침범이 5건(5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전운전불이행 3건(33%), 직진우회전진행방해 1건(11%) 순이다.

이 기간 사고 부상자 수는 14명(중상·경상 각 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앙선 침범 사고로 인한 부상자가 5명(중상 3명·경상 2명)으로 전체 35% 수준이다.

사고가 난 도로는 표선면까지 약 20.6㎞에 걸친 '왕복 2차로'다. 중앙 차로에는 노란 중앙선 2개만 그려져 있다. 중산간에 위치한 도로 특성 상 직선과 곡선 구간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구간단속카메라 등 무인교통단속장비도 전무해 과속 등 사고 위험성이 산재해 있다.

이 곳에서는 매년 중앙선을 침범해 추월을 시도하거나 곡선 구간을 주행하는 과정에서 반대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중앙분리대 등 도로 안전시설물은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도로 중앙 차선의 폭이 협소해 시설물을 설치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부근에 설치된 무단횡단 방지 중앙분리대는 최소 45㎝ 가량의 폭이 있어야 하고 중앙선 침범 차량을 실질적으로 막아줄 철제 가드레일의 경우에는 더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사고 도로를 비롯해 산록도로, 중산간도로 등 사고가 끊이질 않는 도로이지만 폭이 협소한 탓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할 수 없다.

[제주=뉴시스] 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소재 도로에서 카니발 차량과 1t트럭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탑승자 구조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2024.12.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관계자는 "사고가 난 도로의 경우 차로가 여유 있지 않아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려면 확포장 공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분리대의 경우 중앙선 침범 차량을 물리적으로 막아주기 때문에 2차·3차 피해 등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오늘 사고 현장에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사고 지점에 표지판 설치와 미끄럼 방지포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도내 중산간에 있는 왕복 2차선 도로 대부분 폭이 협소해 가드레일을 설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 오후 3시58분께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소재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카니발 렌터카와 1t 트럭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카니발 탑승자 6명 중 뒷좌석에 타고 있던 50대 여성 3명과 60대 남성 1명 등 총 4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모두 부산에서 온 관광객으로 전해졌다.

카니발 차량 운전자와 또다른 탑승자, 트럭 운전·탑승자 등 50대 남성 4명이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조사결과 중앙선을 침범한 카니발 렌터카가 반대편 차선에서 오던 1t 트럭과 정면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카니발 차량 운전자 A(50대)씨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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