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도로 누워 있던 행인 깔고 가 숨지게 한 택시기사 무죄
제주지법 "주의의무 과실로 사고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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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4단독 오지애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0월14일 제주시 외도동 소재 골목길에서 택시를 운행하던 중 우회전하는 과정에서 도로에 누워 있던 B(30대)씨를 깔고 지나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사고가 난 도로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었고 가로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씨가 우회전 하기 전 일시정지하고 전방 도로 상황을 살피며 차량을 운전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자동차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해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것까지 예견해 대비할 수준의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벽시간대 사고 도로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상태였던 점, 다른 차량이 주차돼 있어 시야가 제한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누워 있던 위치 등을 고려해 피고인(A씨)이 주의의무 과실로 사고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피해자가 누워 있는 모습이 담기긴 했으나 실제로는 차량 보닛에 가려 볼 수 없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피고인 운전 차량이 우회전할 당시 피해자의 모습이 확인된다는 사실만으로 전방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인지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도로교통공단이 작성한 교통사고분석서 중 '택시 앞 범퍼로부터 약 8m 이내에 있는 물체는 발견할 수 없는 눈높이'라며 '운전자가 사고 지점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고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 보다는 회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의견도 인용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사고 직후 곧바로 차량의 운행을 멈추고 사고를 인지했다. 과속으로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외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지 않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만한 특별한 객관적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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