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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규현 "슈퍼주니어에선 평범...뮤지컬 만나 '웃는남자'"

등록 2020.02.0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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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뷔 10주년...'규윈플렌' 호평

[서울=뉴시스] 슈퍼주니어 규현.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2.0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슈퍼주니어 규현.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2.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학창 시절에는 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슈퍼주니어에 들어가고 나니 평범한 사람이더라고요."

2005년 데뷔 당시 12인조로 출발한 그룹 '슈퍼주니어'의 롤모델은 일본 그룹 '스마프(SMAP)'였다. 스마프 멤버들은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 예능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멀티테이너였다.

이특, 김희철, 신동 등 슈퍼주니어 멤버들 역시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예능적 끼가 다분했다. 2006년 이 팀에 막내로 합류한 규현은 이런 개성 넘치는 팀에서 노래 좀 하는 보컬 라인 중 하나에 불과했다. 슈퍼주니어 팬들을 제외한 일반 대중에게 규현은 각인되지 않았다. 

2010년 운명이 벼락처럼 찾아왔다. 뮤지컬 '삼총사'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하게 된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연습실을 다녔는데 다른 뮤지컬배우들이 "아이돌이라 바쁠 텐데 왜 매일 나와"라고 물을 정도로 연습에 매달렸다. 당시 다른 멤버들은 각자 스케줄로 바빴던 때인데, 팀 활동만 하던 규현에게는 오히려 여유가 있었다.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규현은 "당시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진짜 열심히 했다"고 돌아봤다. "뮤지컬을 연습하다 보니 너무 재미가 있는 거예요. 다른 누군가가 돼 그 사람의 마음으로 노래하고 뮤지컬 관계자 분들이 계속 캐스팅을 해주시는 한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이후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 지 10주년이 된 올해 규현은 많은 사람들이 아시다시피 뮤지컬계 대표 주자 중 한명이 됐다. 3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패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웃는 남자'의 주인공 '그웬플렌'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규현의 또 다른 변곡점은 2011년 10월 슈퍼주니어 멤버 희철이 입대, 그의 후속으로 MBC TV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MC로 합류하면서다.

숨겨놓았던 입담이 빛을 발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 시즌3부터 고정 멤버로 합류하는 등 승승장구는 이어졌고 예능계 대세가 됐다. 발라드를 내세운 솔로 앨범을 발표해 음원차트 1위도 차지했다.

[서울=뉴시스] '웃는 남자' 규현.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2.0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웃는 남자' 규현.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2.05. [email protected]

지난해 소집해제 이후에도 슈퍼주니어 멤버, 솔로 가수, 뮤지컬배우, 예능 대세 등 전방위를 아우르며 고공 행진 중이다.

특히 뮤지컬계에서는 하향세가 없었다. '삼총사'를 시작으로 '싱잉인더레인' '캐치 미 이프 유 캔' '해를 품은 달' '그날들' '로빈훗' '베르테르' '모차르트!' 그리고 '웃는남자'까지 출연작마다 호평을 들었다.

그 중에서도 '웃는 남자'는 2016년 '모차르트!'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한 뒤 약 3년6개월 만에 출연하는 작품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규현은 "오랜만이라 제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연차도 많이 쌓였고 후배도 있을 것이고 큰 역인데 걱정이 됐죠"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지난달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웃는 남자'의 두 번째 시즌 첫날 공연을 그가 책임졌는데 "규현의 인생작" 등의 평이 쏟아졌다. 규현과 그웬플렌의 이름을 합쳐 '규윈플렌'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웃는 남자'는 '레 미제라블'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겸 극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바탕. EMK가 2013년부터 5년 간 공을 들여온 작품으로 제작비 175억원이 투입됐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서울=뉴시스] '웃는 남자' 규현.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2.0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웃는 남자' 규현.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2.05. [email protected]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아물지 않는 잔혹한 미소를 갖게 된 그웬플렌의 여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성찰한다. 그웬플렌은 비슷한 주제의 작품들 속 주인공과 비교해 가장 순수하고 서정적이다. 호기롭게 앞장서기보다 투명함으로 뮤지컬의 주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규현의 그웬플렌은 그의 맑은 목소리 덕에 한껏 더 서정성을 입었다. '모차르트!' '베르테르' 등 규현은 주로 순수한 캐릭터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왔는데 그웬플렌의 드라마틱한 여정에서는 한껏 날카로움도 품었다.
 
그웬플렌은 서정적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뒤늦게 찾은 자신의 부와 명예를 과감히 버리고 가난한 자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용기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규현은 긍정적인 점이 그웬플렌과 닮았다면서도 자신은 그와 같은 용기는 없다고 했다. "그웬플렌처럼 힘들게 얻은 부와 명예를 버리라고 한다면, 저는 못할 거 같아요. 그런 용기가 없거든요. 그런데 그웬플렌을 통해 제게 없는 것을 대리만족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제게 없는 무엇이 해소되는 것 같아요."

어느새 이렇게 뮤지컬에 푹 빠진 규현은 초창기 뮤지컬에 출연할 때와 마음가짐도 현재 완전히 달라졌다. "'삼총사'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출연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했어요. 연출님이 주신 대사와 연출을 외우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했죠. 이제는 죽으로 가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정말 죽으로 간다는 심정으로 연기를 해요.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진심을 가지고 연기하죠."

이런 생각을 갖게 해준 분기점이 된 작품은 2015년 출연한 뮤지컬 '베르테트'. 당시 타이틀롤을 함께 연기했던 조승우, 엄기준의 연기가 큰 자극을 줬다.
[서울=뉴시스] '웃는 남자' 규현.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2.0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웃는 남자' 규현.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0.02.05. [email protected]


"같은 역을 맡은 두 선배님들이 너무 대단해 위축됐어요. 금방 몰입을 하시니까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죠. 그래서 정말 베르테르 때부터 당시에는 우울하게 살려고 했어요. 친구들이 베르테르에 출연할 당시 저를 싫어할 정도로요. 옆에서 힘들었다고 하네요."

주말마다 슈퍼주니어 해외 투어에 참여하고 '짠내 투어' 등 빠듯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도 뮤지컬 출연을 놓지 못할 정도로 이제는 뮤지컬에 푹 빠져 산다. 그래서 뮤지컬 홍보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린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의 책임감이기도 하다.

"티켓이 안 나가면 제 책임 같아 제작사에 미안해요. 홍보팀에서 홍보를 위해 제안하시는 것들을 다 하려고 하죠. 제가 전석을 매진시키는 사람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노력하고 싶어요. 이 뮤지컬을 통해 무엇을 이루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이제 '웃는 남자' 전체 공연의 절반가량 출연했는데 어제도 공연했는데 또 바로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죠 관객분들도 즐기고 만족하셨으면 해요."

뮤지컬배우로 데뷔한 지 10주년이 된 규현에게 이제 대형 뮤지컬의 타이틀롤로서 책임감뿐만 아니라 사명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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