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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5툴 플레이어' 어디 갔나…최악 슬럼프 빠진 추신수

등록 2014.07.28 14:44:57수정 2016.12.28 1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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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지난 5월 1일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출전한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의 모습.

【워싱턴=AP/뉴시스】지난 5월 1일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출전한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의 모습.

【서울=뉴시스】조용석 기자 = 우렁찼던 기적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너무 희미해 마치 멈춘 것 같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의 슬럼프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가 전반기를 마친 뒤 반환점을 돈 현재 그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초반인 7월21일(이하 모든 기록 기준) 현재 타율은 0.236(330타수 78안타). 데뷔 후 최악의 타율을 기록했던 2011년(0.259)보다도 2푼 이상이 낮다. 지독한 슬럼프는 하필 대형 자유계약선수(FA) 첫 해인 올 시즌에 왔다.

 ▲‘우등생’에서 ‘열등생’ 된 추신수

 추신수의 시작은 좋았다. 4월 한 달 타율 0.319(72타수 23안타)에 출루율 0.446에 달했다. 데뷔 후 최고 출루율(0.423)을 찍었던 지난해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2010년 이후 4년 만에 3할 타율도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지난 5월6일 당시 타율 0.370 출루율 0.500을 기록, 두 부문 모두 아메리칸리그(AL)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발목 부상과 스트라이크존 문제 등에 얽힌 추신수의 타격 그래프는 5월 중순부터 하향곡선을 탔고 6월에는 곤두박질쳤다. 6월 한 달 타율은 0.179, 출루율은 0.278에 불과했다.

 7월 들어서는 더 잔인하다. 올스타브레이크 휴식기를 거쳤지만 차갑게 식은 추신수의 방망이는 그대로였다. 21일 현재 7월 16경기 성적은 타율 0.164에 출루율 0.288로 지독했던 6월과 다를 바 없다. 단 한 차례도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가 없다. 12일 LA에인절스전부터는 아예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다. 21일 토론토 원정경기에서는 대타로 나왔다가 상대가 왼손투수를 내자 다시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236 출루율 0.354다. 타율은 팀 내 규정타석을 채운 5명 중 가장 낮고 아메리칸리그 85명 중에서는 71위다. 그나마 출루율은 리그 17위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올 시즌 93경기에 나와 도루는 6차례 시도해 3차례 성공하는데 그쳤다. 이중 지명타자로 나온 경기도 33개나 돼 사실상 수비 공헌도도 크지 않다. 5툴 플레이어(타격의 정확성·파워·수비·송구·주루)로 평가받던 추신수의 모습은 지금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선구안’이 흔들리자 ‘와르르’

 전문가들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흔들린 선구안’을 꼽았다. 추신수가 ‘출루머신’으로 불릴 수 있었던 비결은 야구 천재들만이 모여 있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손꼽히는 선구안 덕이 컸다. 추신수는 신시내티 소속이었던 지난해 무려 112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몸에 맞는 볼을 더한 사사구는 138개에 달한다. 지난해 내셔널리그(NL) 볼넷 2위, 출루율 2위(0.423)였다. 추신수의 빼어난 선구안은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할 뿐만 아니라 카운트싸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 원하는 공을 기다리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부터 오락가락했던 스트라이크존에 고전하던 추신수는 5월12일 보스턴전에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두고 심판에게 크게 항의했다. 추신수의 성격상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추신수는 경기 후 당시 구심이었던 빅 카라파차 심판을 향해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오늘 퇴장도 각오했다”며 “메이저리그에서 나를 출루율이 높은 선수라고 인정한다면 심판들도 걸맞게 나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추신수의 말은 결국 독이 됐다. 타격감이 하향곡선을 타기시작한 시점도 그 즈음이다. MBC스포츠플러스 송재우 해설위원은 “추신수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선구안을 흔드는 판정이 계속되고 있다”며 “볼·스트라이크 싸움을 오래 하면서 원하는 공을 이끌어내는 것이 추신수의 스타일인데 지금 상태로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돼 계속 볼카운트에 몰리게 되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며 “텍사스 현지 해설진은 이를 두고 ‘Another Choo zone’이라고 부르더라”고 덧붙였다. XTM의 민훈기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 심판에 대한 공개비판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 느낌”이라며 “(스트라이크존이 흔들리면서)볼넷을 얻어내는 것도 힘들어진데다 발목부상에 심리적인 부분도 겹쳐 타격밸런스가 흐트러졌다”고 분석했다.

 ▲ ‘반쪽’으로 만든 발목 부상

 악재는 언제나 겹쳐서 찾아와 더욱 힘들다. 흔들리는 스트라이크존뿐만 아니라 왼 발목부상도 올 시즌 추신수를 긴 수렁으로 몰아넣은 악재 중 하나다. 추신수는 4월2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내야 땅볼을 치고 1루를 전력 질주하다가 왼쪽 발목 부상을 다쳤다. 하지만 올 시즌 유난히 부상선수가 많은 텍사스는 추신수를 뺄 여력이 없었다. 텍사스의 론 워싱턴(62) 감독은 “올 시즌 추신수가 출전하는 한 발목부상은 완벽히 나을 수 없을 것”이라며 “시즌 내내 (발목부상을) 안고 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짧은 휴식 후 다시 경기에 나선 추신수는 좌익수와 지명타자를 오가고 있다. 7월21일 현재 93경기 중 33경기는 지명타자로 나왔다. 타격부진을 수비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까지 사라진 셈이다. 수비 범위도 좁아졌다. 송 해설위원은 “추신수가 데뷔 후 이렇게 지명타자로 많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벤치에만 있다가 타석에 나가는 것이 전혀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 시즌 텍사스의 성적을 보면 대형 FA선수인 추신수가 첫 번째 타깃이 되는 것이 맞는데 현지 언론의 비난 수위가 매우 약하다”며 “이는 추신수가 발목부상으로 100%가 될 수 없음을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은 기간 ‘몰아치기’에 기대

 민 해설위원은 현재 메이저리그 최저승률을 기록 중인 텍사스가 부상선수인 추신수를 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현재 텍사스는 39승59패로 메이저리그 30 구단 중 유일한 승률 3할(0.398)을 기록 중이다. 지구 1위 오클랜드와는 무려 22.0경기차이며 2위 LA에인절스와도 20.5경기차나 된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렵다. 민 위원은 “추신수가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푹 쉬고 완쾌 후 돌아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며 “텍사스가 사실상 시즌이 어려워졌는데 부상선수인 추신수를 계속 뛰게 하는 것은 진짜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찬호가 텍사스에서 힘들었던 이유도 확실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복귀하려다 다시 부상을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라며 “추신수도 그렇게 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신수의 반전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워낙 몰아치기에 능한 스타일이라 한번 감만 잡게 되면 타율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송 해설위원은 “추신수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한 경기에서 감이 오면 무섭게 치고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타율 2할8푼 언저리에서 시즌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해설위원 역시 “추신수는 몰아치기에 능한 타자다”며 “푹 쉬면서 몸을 다 추스르고 나오면 3할까지는 힘들어도 부진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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