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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문일답]맨부커상 한강 "채식주의자,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등록 2016.05.24 13:55:28수정 2016.12.28 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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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작가 한강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카페 꼼마 2페이지에서 열린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수상 기념 및 신작 ‘흰’ 발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작가 한강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지난 17일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2016 맨부커상 시상식에서 수상했다. 2016.05.24.  life@newsis.com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창비)로 한국인 최초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셜널상(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받은 작가 한강(46)이 수상 후 처음으로 국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작가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채식주의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이 소설을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한다. 11년 전에 내가 던진 질문으로부터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고,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책으로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이제 최대한 빨리 내 방에 숨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작가와의 일문일답.

 -수상 후 달라진 게 있나.

 "오늘 지하철을 타고 (간담회에) 왔는데, 아무 일도 안 생겼다. 예전처럼 살고 싶다.(웃음)"

 -맨부커상 받았을 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당시 시차 문제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렸다.(웃음) 다행이 발표 나기 전에 커피 한 잔을 마셔서 잘 마무리했다."

 -담담하게 상을 받았다.

 "이 책을 쓴지 오래돼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건너서, 이렇게 먼 곳에서 ('채식주의자'를) 사랑해주는 게 좋은 의미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채식주의자'가 영어로 번역된다고 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채식주의자'는 앞서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스페인어, 폴란드어, 일본어 등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됐는데, 그것은 내가 읽을 수 없는 책이었다. 영어로 번역된다고 했을 때, 유일하게 내가 읽을 수 있는 언어여서 기뻤다."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는 어떻게 소통했나.

 "데버러가 번역본을 보내줬을 때 기뻤다. 여러 개의 노트와 메모, 질문을 곁들여서 메일을 보내줬고, 나는 그것에 대해 답을 하고, 메모해서 보내는 방식으로 여러 번 왔다갔다 했다."

 -번역판과 원작과의 차이는?

 "소설은 톤이 중요하다. 목소리의 질감 같은 게 중요하다. 데버러는 ('채식주의자') 1장에서 '영혜'가 악몽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의 내 감정을, 그 톤을 정확하게 옮겼다. 데버러의 번역은 ('채식주의자'의) 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번역이었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작가 한강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카페 꼼마 2페이지에서 열린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수상 기념 및 신작 ‘흰’ 발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작가 한강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지난 17일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2016 맨부커상 시상식에서 수상했다. 2016.05.24.  life@newsis.com

 -톤을 중시한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의역이 있게 되면 작품의 오리지널리티가 훼손될 수도 있지 않나.

 "'채식주의자' 번역본을 받았을 때 '소년이 온다'를 쓰고 있었다. 원작과 일일이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읽어봤을 때 원작에 불충실한 부분은 없었다. 제가 느낀 건 별 문제가 없었고, 어떤 분이 하나씩 비교를 했는데, 원문에 충실히 번역됐다고 했다."

 -수상에 대한 압도적인 칭찬,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현재 쓰고 있는 작업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책의 형태로 드리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고 싶다."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

 "'채식주의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이 소설을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한다. 11년 전에 내가 던진 질문으로부터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고,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싶다. 또 정말 어려운 소설, 어려운 시는 없다. 문학을 어떤 대답 혹은 제안으로 받아들이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모든 소설의 장면들, 인물들의 움직임을 질문으로 생각하면, 이 질문은 뭘까, 이 움직임은 뭘까, 그렇게 생각하면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게 조금은 마음을 열고 한국 문학 작품 읽어주면 좋겠다."

 -한국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위해 개선돼야 할 게 있나.

 "'채식주의자'는 이 상의 후보로 오르기 전까지 2만부 정도 팔린 것을 알고 있다. 적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 하나하나가 귀중한 분들이다. (독자들이) 좀 더 많이 책을 읽어준다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노벨상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것을 국가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냥 글 쓰는 사람은 글을 쓰라고 하면 좋겠다. 상은 어디까지나 책이 완성된 다음에 아주 먼 어떤 결과인 거다.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문학의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나는 한국 문학 속에서 글자 그대로 자라난 사람이다. 한국 작가들이 쓴 작품을 읽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 문학에) 커다란 애정과 빚이 있다. 한국 문학은 많이 읽혀질 수 있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지금 이번 일(맨부커상 수상)이 화제가 되지도 않을 만큼 아주 자주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그런 일이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작품 활동을 해나갈 생각인가.

 "나는 아주 개인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다. 어떤 글을 쓸 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독자를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다.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바람 사이에서 흔들리면서 글을 쓴다. 그러다가 완성되면 '어떻게 되긴 됐네'라는 느낌으로 끝난다. 그렇게 쓰는 입장에서 그 다음 일들까지 생각하기에는 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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