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유산'이 된 그녀들의 숨비소리…'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제주올레길을 내면서 제주의 속살을 세상에 알린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절대로 남의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던 생각을 접고 결국 제주해녀들의 삶을 책으로 옮겼다.
해녀들은 숨을 멈춰야 산다. 물에 들어가면 가슴으로만 숨을 쉬다가 물 밖에 나와야 진짜 숨을 쉴 수 있다. 숨을 내쉬는 순간 바다는 해녀의 무덤이 되고 만다. 바다는 해녀들에게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바다에서는 카리스마 가득하지만 영락없는 손자 바보인 최고령 해녀, 물질을 하면서 우울증을 치유한 젊은 마라도 해녀, 언젠가 어머니의 바다에 들기를 소망하는 해녀 등 그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또 가혹한 수탈의 역사와 일제 강점기, 4·3 민중항쟁의 숨은 이야기 등 해녀의 고달픈 역사와 그들의 정신도 함께 풀어냈다.
책 곳곳에 담긴 제주의 풍광과 해녀들의 삶의 현장은 독자들의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곳곳에서 읽히는 제주 방언을 해독해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명숙 지음, 강길순 사진, 276쪽, 북하우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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