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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코로나 우울' 날리고 해피엔딩 "연결해"...연극 '스카팽'

등록 2020.10.27 15: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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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서울=뉴시스] 연극 '스카팽'. 2020.10.2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스카팽'. 2020.10.2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삶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하는 코로나19 시국에, 무대는 가끔 숨통을 터줘도 된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극단의 연극 '스카팽'(Les Fourberies de Scapin)은 그 기능에 충실하다.

프랑스가 낳은 천재 극작가 몰리에르의 대표작. 하인 '스카팽'이 어리숙한 지배계층을 조롱하는 이야기가 뼈대로, 탐욕과 편견을 풍자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냉소는 아니다. 자식들의 정략결혼을 약속한 재벌가인 '아르강뜨'와 '제롱뜨'가 여행을 떠난 사이, 두 사람의 자식들은 각자 신분도 모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부모의 정략결혼 약속을 알게 된 두 자식들은 제롱뜨의 하인 스카팽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스카팽이 계략을 세우면서, 요절복통 해프닝이 잇따라 펼쳐진다.

아르강뜨와 제롱뜨는 자식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스카팽의 거짓말에 속아 돈을 뜯기면서 그것이 아까워 쩔쩔맨다. 심지어 제롱뜨는 자신을 위협하러 온다는 이들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수화물 주머니에 들어가, 영문도 모른 채 스카팽에게 매를 맞는다.

하지만 결론은 모두 행복하다. 한국식 막장 드라마처럼 우연이 반복되며 제롱뜨와 아르강뜨 집안이 겹사돈을 맺는 장면은 다짜고짜 해피엔딩의 카타르시스다. 극 외부에 있는 몰리에르가 내뱉는 "연결해" 한마디에 배우는 물론 관객들도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개연성 없는 억지 코미디가 아닌 이유는, 인물들의 성장담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제롱뜨와 아르강뜨는 관용, 철없던 자식들은 사랑을 배운다. 꾀병으로 위험을 돌파한, 스카팽은 만찬에서 빠질 막바지 위기(!?)에도 끝까지 특유의 넉살을 잃지 않는다.

[서울=뉴시스] 연극 '스카팽'. 2020.10.2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스카팽'. 2020.10.26.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사실 이탈리아 희극 양식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하인 '스카피노'에서 유래한 캐릭터 스카팽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한국 관객 정서에 딱 들어맞을까, 라는 의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극을 보는 순간 복잡한 양식, 크게 와닿지 않는 배경은 일단 잊어버리게 된다. 각색·연출을 맡은 '한국 신체극'의 대가 임도완의 리듬 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만화적인 상상력과 움직임을 표현하는 각종 사운드, 거기에 걸맞게 통통 튀는 움직임, 그리고 유랑극단 같은 합주가 빚어내는 소동극 앞에 고전의 현재적 의미, 시대를 관통하는 성찰, 문학적 맥락의 유의미함은 하릴없어진다. 먼땅의 고급문화처럼 보이는 희극이, 유쾌하게 한국식으로 연착륙했다.

스카팽 역의 이중현과 몰리에르 역의 성원, 제롱뜨 역의 김명기 등 배우들의 호연도 장점이다. 배우 권은혜와 문예주는 아르강뜨와 네린느 역을 번갈아 맡으니 눈여겨 볼 만하다.

작년 초연 당시 입소문이 나면서 후반부에 표 구하기가 힘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지침을 지켜 '좌석 거리두기'가 적용된 올해 공연의 티켓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을 잠시나마 날려주는 만큼, 더 귀하게 여겨진다.

오는 11월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서울 공연 종료 후에는 같은 달 20~21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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