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조선총독부·중정 자리, 한세기 만에 시민 품으로…'남산예장공원' 정식 개장

조선시대 군사 무예훈련장(예장)으로 쓰이다

조선총독부 관사, 1961년 중앙정보부 들어서

지상 녹지공원, 우당 이회영 기념관 등 마련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서울 남산 예장자락이 9일 '남산예장공원'으로 정식 개장했다.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예장)이던 곳에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관사가, 1961년 이후에는 중앙정보부 건물이 들어서면서 한 세기 넘게 고립됐다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서울시는 이날 남산 예장자락을 1만3036㎡(약 3950평) 규모의 녹지공원으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상 녹지공원과 명동~남산을 보행으로 연결하는 진입광장, 이회영 기념관 등으로 조성됐다. 공원 하부 지하에는 친환경 녹색순환버스가 정차하는 환승센터와 40면 규모의 관광버스 주차장 등이 마련됐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2009년 시작한 남산르네상스 사업이 12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기도 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09년 재임 당시 장충, 예장, 회현, 한남 등 남산 4개 자락을 재정비해 시민에게 돌려주는 내용의 '남산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2015년 남산예장자락 재생사업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 있던 옛 중앙정보부 6국(서울시청 남산별관) 건물과 TBS교통방송 건물 등은 철거했다.

남산예장공원 입구에 조성된 광장에는 명동에서 공원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지상 녹지공원에는 남산 고유 수종인 소나무 군락을 비롯해 6만그루가 넘는 다양한 나무를 식재해 풍성한 숲을 만들었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발굴된 유구터도 그대로 뒀다.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기초 일부분을 보존한 것이다.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에는 '기억6'라는 공간을 조성해 전시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부 공간에 마련된 이회영 기념관에서는 '난잎으로 칼을 얻다'라는 이름으로 상설 전시가 열린다. 난을 그려 팔아 독립운동 자금에 보탰던 이회영의 묵란과 낙관, 가명으로 보낸 친필 편지봉투, 신흥무관학교 교관, 학생들의 사진과 약력 등이 전시된다.

우당 이회영 선생을 비롯한 6형제는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전 재산을 처분해 독립운동기지인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봉오동·청산리 대첩까지 승리로 이끌었다.

서울시는 개관 특별전으로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기념하는 '체코무기 특별전'도 연다. 당시 독립군 연합부대가 체코군단으로부터 획득해 전투에 사용한 소총과 권총 등 무기와 지도, 군복 등 28점을 전시한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체코군단공동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무기를 무상으로 대여 받아 이번 특별전을 열게 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남산예장공원 개장식과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이 진행된다. 개장식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회영 선생의 후손을 대표해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에 기부증서를 수여한다.

행사에는 박성준.윤주경 의원,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구스타브 슬라메취카 주한 체코대사, 서양호 중구청장, 김희걸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시의회 의원 8명, 이회영 후손인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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