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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흥망성쇠를 바라보며 [기자수첩]

등록 2024.04.01 11: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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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산업부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안경무 산업부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폭스바겐, 포드, 아우디, 푸조…"

이들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판매난을 겪고 있다. 극심한 불황으로 한국 수입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이들 업체의 수입차 판매량도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이다. 이 중에는 지난해까지 수입차 톱티어(Top-tier) 업체로 불렸던 곳도 있다.

불과 1년만에 이렇게 수입차 업체들이 쇠락한 이유는 뭘까.

완성차 업계는 수입차 시장이 수년간 성장하면서 업계 특유의 '무사안일주의'가 독이 됐다고 본다.

수입차 업계가 안주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신차를 새롭게 들여오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하면 애프터 서비스(AS) 개선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수입차 업계의 이 같은 무사안일주의는 그래도 판매량이 늘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의 수입차 시장 규모는 27만대로 20년 전인 2003년(2만대)보다 14배 가까이 커졌다.

그러나 이 무사안일주의는 판매량이 줄어든 시기에는 경쟁자에게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90%를 기록 중인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년간 공격적으로 전기차를 내놓았고, 기존 모델의 상품성을 강화하며 수입차 업계와 품질 격차를 상당부분 좁혔다.

수입차들이 공공연하게 무시했던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이제는 국내에서 독일 프리미엄 3사(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를 위협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정비 편의성과 유지비를 생각하면 독일차보다 제네시스를 사는 게 오히려 더 낫다"고 말할 정도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흔들림 없는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BMW와 벤츠의 '생존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 수입차 1등 자리를 두고 끊임 없이 경쟁하는 양사의 최근 행보는 무사안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독일 회사인 BMW는 지난해 말 핵심 모델인 5시리즈 풀체인지 모델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했다. 이는 이 회사가 한국 시장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방증한다.

BMW는 국내 모든 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공공재 성격의 전기차 충전소를 지으며 "우린 한국 시장에서 단순히 차만  파는 브랜드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벤츠도 올 초 E클래스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특히 E클래스 주력 트림 디자인을 아예 한국 시장을 겨냥해 새롭게 선보였다. E클래스 출시 현장엔 한국 사장뿐 아니라 글로벌 총괄 부사장이 직접 나와 제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은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무조건 첨단을 추구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어느 나라 고객들보다 자동차에 까다롭다. 내수 점유율 90%, 지난해 글로벌 판매 3위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지금도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계속 전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에서 생존하려면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기차를 포함해 수요가 있다면 내연기관차도 적극 들여오고, 서비스 센터도 크게 늘려 고질적인 AS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 소비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익 감소까지 감수하며 가격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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