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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까기 인형' 진중권의 따듯함?…'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등록 2017.01.13 11: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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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모두까기 인형'으로 통하며 냉철한 시선으로 사회를 꿰뚫어보는 인문학자 진중권(54·동양대 교수)은 2013년 점차 따듯한 사람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그해 비 오는 어느 날 '냥줍'(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주워오는 것) 이후 새사람 '진 집사'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뾰족뾰족 날카로움을 자랑하던 그가 어느새 고양이와 찍은 사진을 트위터 대문에 걸어둘 정도가 됐다.

 그의 반려묘의 이름은 '루비', 진중권이 존경하는 철학자 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에서 따왔다.

 루비는 부르기 편하라고 줄인 것이고, 점잖은 신사숙녀들이 모인 공식 자리에서는 '루트비히 (진) 비트겐슈타인'이다.

 연남동 골방에 은둔하는 현대의 수도승 진중권은 작업할 때 3일씩 세수도 안 하고 목욕도 안 하고 때로 이도 안 닦는다는데, 이 고독한 학문의 길에 루비는 유일한 친구이자 영혼의 동반자가 돼 준다.  

 진중권이 최근 펴낸 인문교양서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는 루비가 구술(?)하고 그가 받아 적어 펴낸 책이다.

 낡은 인간중심주의 집사 문화를 버리고 새롭게 '고양이중심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 펴낸 책이다.

 고양이의 창세기부터 현대, 그리고 동서양을 아우르며 고양이에 관한 역사, 문학, 철학에서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이 펼쳐진다.

 진중권은 "이를 통해 전국의 집사들은 냥이와 사는 지금의 삶이 매순간 각별한 철학적 사건임을 깨닫게 될 것이요, 아직 간택당하지 못한 이들은 고양이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리라"라고 말했다.

 "초보 집사들은 자기들이 우리를 데려왔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우리랑 좀 지내다보면 슬슬 너희가 우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외려 우리에게 ‘간택’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할 거야. 다시 말해 우리를 데려온 것이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고양이계의 어떤 영적 힘에 의해 미리 결정된 사건, 그리하여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되도록 운명 지워진 사건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지. 바로 그때 집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집사가 되기 시작하는 거야"('고양이중심주의 선언' 중)라고 루비가 말했다. 336쪽, 1만8000원, 천년의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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