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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우리 마음의 시계는 아직 2009년 1월19일에 멎어있다"

등록 2017.01.19 13: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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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유가족 전재숙 씨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참사백서 발표회 및 전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25일까지 7일 간 용산참사 관련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2017.1.19.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유가족 전재숙 씨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참사백서 발표회 및 전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25일까지 7일 간 용산참사 관련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2017.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저희들 마음은 아직 2009년 1월19일로 멎어있습니다."

 용산참사 사망자 유족들이 19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을 찾았다. 2년에 걸친 용산참사 백서 발간 작업이 마무리됐음을 알리는 발표식과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백서 발간 과정과 내용을 소개하는 순서가 끝난 뒤 용산참사 당시 사망한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가 단상에 올랐다.

 마이크 앞에 선 전씨는 "용산을 잊지 않고 이렇게 위로해주고, 또 백서 출판기념식을 한다고 해서 (시청에) 왔다"며 "용산 8주기가 됐지만 우리들 마음 속 (시계는) 2009년 1월19일로 멎어있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케 했다. 

 그는 또 "여러분들이 우리들과 함께 해주고 용산을 잊지 말고, 또 용산과 같은 어려운 지역이 나오지 않게 해 달라. 시청에 많은 부탁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유가족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참사백서 발표회 및 전시회에 참석해 발표회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25일까지 7일 간 용산참사 관련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2017.1.19.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유가족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참사백서 발표회 및 전시회에 참석해 발표회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25일까지 7일 간 용산참사 관련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2017.1.19. [email protected]

 이어 용산참사 당시의 희생자들의 생전 영상 등이 상영되자 유족들은 연신 눈가를 닦아냈다. 코를 훌쩍이는 유족도 있었고 차마 화면을 쳐다보지 못하는 생존 철거민도 눈에 띄었다.

 백서 발간에 참여했던 이들은 이날 행사에서 미처 삭이지 못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 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유남영 변호사는 "백서를 정리하면서 기록을 보니까 백서가 용산참사의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게 아니었다"며 "이름을 달리해서 세월호라든지 메르스라든지 국정농단으로까지 계속되고 있어서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게 아니고 현재를 기억하고 성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현 정국을 꼬집었다.

 이강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도 "8년전 용산은 국가가 자신의 책무를 망각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그리고 국가가 얼마나 괴물이 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교훈이었다"며 "철거민은 도심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국민은 적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유가족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참사백서 발표회 및 전시회에 참석해 발표회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25일까지 7일 간 용산참사 관련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2017.1.19.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유가족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참사백서 발표회 및 전시회에 참석해 발표회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25일까지 7일 간 용산참사 관련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2017.1.19. [email protected]

 노순택 사진작가는 용산참사와 세월호사건의 유사성을 지적한 뒤 "용산의 참혹한 거리에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강행으로 위해 세월호에 실은 400t의 철근에도 삼성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온 나라를 뒤흔든 헌정농단과 국정농단의 한복판에도 삼성이 있음을 알게 됐다"며 "오늘 새벽 사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뜬눈으로 지켜본 분이 많았다. 한 재벌총수의 불행을 보려 한 게 아니라 진실과 정의의 햇살이 깃들길 기대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실망스러웠다"고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을 꼬집었다.

 이윤엽 화백은 "엊그제 페이스북에서 철거민들이 용역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것을 봤는데 그게 왜 합법적인지 모르겠다. 또 김석기 같은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되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며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현 새누리당 의원을 비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행사에서 "사람이 철거의 대상일 수 없다. 한사람의 삶의 뿌리는 집에 있다. 그 뿌리를 송두리째 뺏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권력이 부당한 철거에 동원될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적 약자, 힘없는 철거민, 월세 사는 사람이 보호받는 세상으로 가는 변화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서 발표식 이후 유족들과 박 시장,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 위원회 위원들은 시청 1층에 마련된 전시회장으로 이동해 용산참사 관련 작품 30여점을 둘러봤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참사백서 전시회를 내빈및 유가족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25일까지 7일 간 용산참사 관련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2017.1.19.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참사백서 전시회를 내빈및 유가족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25일까지 7일 간 용산참사 관련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2017.1.19. [email protected]

 전시회장에 설치된 '소망나무'에는 방명록 형태의 잎사귀가 달렸다. 유족들은 소망나무에 '국가폭력 없는 세상, 민중의 세상이 되길' '좋은 세상 만들어요' '진상규명을 꼭 해주세요' 등 글을 적었다. 박 시장은 '사람이 철거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라고 적었고 유남영 변호사는 '필부의 용기는 누구도 꺾을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박 시장은 유족들에게 "이제 시작이다"라고 격려했다. 감회에 젖은 유족들은 전시회장을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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