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인도총리, 중국·파키스탄에 강한 경고… 카슈미르 갈등 고조
【서울=뉴시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가 인도 독립기념일인 15일을 기해 중국과 파키스탄 등 국경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웃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사진은 수도 뉴델리에 있는 17세기 무굴제국의 왕궁인 ‘붉은 요새(Red Fort)’에서 독립 기념일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디총리. 2016.08.16
수도 뉴델리에 있는 17세기 무굴제국의 왕궁인 ‘붉은 요새(Red Fort)’에서 지난 15일 행한 독립 기념일 기념사에서 모디 총리는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파키스탄이 점령하고 있는 카슈미르 영토의 반환을 주장했다. 모디 총리는 또한 분리 독립 움직임이 일고 있는 발루치스탄과 카슈미르 북서부 길기트 등 파키스탄 령 주민들을 선동하는 듯 한 발언도 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경한 모디 총리의 독립 기념일 연설은 지난 달 인도령 잠무와 카슈미르 지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분리 독립 시위와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 ◇모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분리독립 선동 발언
모디 총리는 이날 “파키스탄 내 발루치스탄과 파키스탄이 점령하고 있는 카슈미르 땅인 길기트(파키스탄 길기트발티스탄 주의 주도)주민들에게 나의 감사를 전한다. 그들이 나에게 진정에서 우러나온 고마움의 표시와 감사, 최근 나에게 보여준 그들의 선의 등에 대해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발루치스탄은 아랍과 무굴 제국, 페르시아에게 차례로 지배되다가 1887년에 영국령이 되었다. 영국이 물러난 이후 발루치스탄은 이란과 파키스탄 령으로 갈라졌다. 발루치스탄은 천연가스와 크롬, 석탄, 석회암 등의 지하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특히 1952년 발견된 천연 가스는 가스관을 통해 카라치, 라호르 등으로 수송되고 있다.
발루치스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파키스탄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발루치스탄 무장독립 운동단체인 ‘발루치해방전선’(BLF)은 지난 8일 발루치스탄 주도인 퀘타의 국립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발생한 자폭테러의 배후로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자폭테러로 최소 7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모디 총리는 이처럼 파키스탄이 아주 민감하게 생각하는 지역의 주민들을 격려하면서 분리독립을 자극하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한 것이다. 더군다나 파키스탄은 인도가 발루치스탄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비난을 해 왔다. 인도는 이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인도령의 반군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1일(현지시간) 인도령 카슈미르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반군 지도자 부르한 와니 사진이 기차에 붙어있다. 총을 들고 서있는 여성은 파키스탄 여경이다. 이 기차는 오는 14일 파키스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지 70년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독립 후 파키스탄은 카슈미르를 둘러싸고 인도와 유혈분쟁을 벌였다. 지난 7월 와니가 피살된 이후 카슈미르에서는 폭력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2016.08.12
외교부 성명은 또한 모디 총리의 발언이 인도령 잠무와 카슈미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인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인도령 잠무-카슈미르에서는 지난 달 9∼10일 분리주의 시위대와 인도 보안군이 대규모로 충돌하면서 23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다쳤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마이클 쿠겔먼 학장은 16일자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아시아처럼 불안한 지역에서는 경제적 결과를 초래하기 위해 실제 공격적인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단순한 위협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 인도, 중국-파키스탄 밀착에 긴장
블룸버그통신은 영토 문제와 관련해 작심을 한 듯한 모디 총리의 강경 발언은 최근 중국과 파키스탄 간 밀월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1951년 수교했다. 양국은 그 이후 인도를 견제하면서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2015년 양국 관계는 '전천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지난 5월 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맘눈 후세인 파키스탄 대통령은 양국 수교 65주년을 맞아 서로 축전을 교환하면서 양국간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후세인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국은 파키스탄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의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한다. 중국-파키스탄 간의 '경제 회랑'(economic corridor) 건설은 양국 간 운명공동체의 튼튼한 기초가 될 것"이라며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후세인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보낸 축전에서 "수교 65년간 중국은 줄곧 파키스탄의 절친하고 굳건한 친구이자, 믿을만한 동반자다. 우리는 양국 간 우호를 대대손손 계승해 나갈 책임이 있다"며 양국 간 우호 관계가 후대에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리나가르=AP/뉴시스】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에서 지난 9일 현지 인도군인들이 시위대와 대치하며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하루 전 현지 최대 분리주의 반군 히르불 무자히딘의 지도자 부르한 부르한 와니가 인도군의 공격에 사망한 이후 카슈미르에서는 반인도 저항시위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2016.07.13
중국과 파키스탄 간 경제 및 군사적 유착이 가속화 하면서 이에 대한 인도의 반발심도 높아지고 있다. 카슈미르 인도령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 인도계 무장세력들은 중국의 파키스탄 투자에 대해 위협을 하고 있다. 최근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60여 명이 살해될 정도로 치안이 불안한 상태다.
◇ 1947년 영국 철수때 갈라진 카슈미르가 분쟁의 씨앗.
1947년 영국이 철수를 할 때 인도대륙은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로 분리 독립됐다. 이때 카슈미르는 인도로 편입됐다. 카슈미르의 지도자였던 하리 싱이 힌두교도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카슈미르 주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였다는 사실이다. 결국 카슈미르의 이슬람교도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하리 싱의 지원요청으로 인도가 개입하면서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한다.
1949년 유엔 중재로 휴전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카슈미르의 북부는 아자드카슈미르는 파키스탄, 남부 잠무카슈미르는 인도로 편입됐다. 이후 인도는 카슈미르 전체를 인도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파키스탄 간 영토분쟁에 중국마저 끼어들었다. 1962년 말 중국은 카슈미르의 동쪽을 침공했다. 그리고는 아크사이친 지역을 중국의 영토로 편입시켜 버렸다. 그리하여 카슈미르는 인도령, 파키스탄령, 중국령 3곳으로 갈라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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