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찰 "바르셀로나 차량테러, 폭탄테러 정황 포착"…안일한 대테러 정책 비난도
【 바르셀로나=AP/뉴시스】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가에서 17일(현지시간) 차량 돌진 테러 발생한 이후 시민과 관광객들이 급히 피신하고 있다. 2017.08.18
1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은 전날 "바르셀로나 라스 람블라스와 캄브릴스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테러의 가해자들이 원래 폭발물을 이용해 더 큰 피해를 입힐 계획이었다"며 "폭발물이 오폭하면서 초기 계획은 좌절된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셀로나 테러에 몇 시간 앞선 17일 새벽 폭발 사고가 발생한 바르셀로나 인근 알카나르 주택에서 스페인 경찰이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의 흔적을 발견했다.
TATP는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2016년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 2017년 5월 영국 맨체스터 테러 등에 이용된 강력한 폭발물질이다. 이번 바르셀로나 테러에서도 배후를 자처하고 나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사용하는 전형적인 폭발물로 꼽힌다.
호세 루이스 트라페로 카탈루냐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알카타르 가옥에서 폭발물이 발견됐다"며 "우리는 이 집에서 테러가 모의됐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종의 사고로 테러범들이 준비한 폭발물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이들이 계획했던 것보다 초보적인 수준의 테러를 저질러 더 큰 재앙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카나르 주택 폭발 사고로 스페인 국민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중상을 입었다. 부상자는 체포된 바르셀로나 테러 용의자 4명 중 1명이다. 그는 토르토사시(市) 경찰서로 이송됐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에서 알카나르 주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라페로 청장은 "거주자 중 몇 명이 테러에 사용된 차량과 연관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수사는 알카타르 주책 거주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8일 바르셀로나 일대를 덮친 두 차례의 차량 테러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120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중 15명이 위독한 상태라 사망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희생자는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벨기에 등 34개국 출신으로 파악됐다.
모로코 국민 3명, 스페인 국민 1명 등 용의자 네 명을 체포한 경찰은 공범의 신원을 파악하고 그를 추적하고 있다. 이들 모두 당국의 테러범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지 않아 스페인의 안일한 대테러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알카나르 주택에서 폭발이 일어난 뒤에도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13년여만에 테러의 피해를 입은 스페인에는 충격과 두려움이 감도는 동시에 연대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뒤집힌 의자와 먹다 남긴 맥주 등 테러 당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라스 람블라스 거리를 전국 곳곳에서 모인 추모객들이 꽃과 양초 등으로 장식했다.
산드라 그레고리오는 CNN에 "이번 테러는 인류에 대한 공격이었다"며 "그러나 이 꽃을 보라.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행한 남자친구도 "우리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 행진에 동참한 연구원 하자르 멘주리는 "공포가 우리를 분열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앞서 이번 사건을 '지하디스트 테러’로 칭하며 3일 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도 추도식에서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잊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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