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탈리아 남부, 몰려오는 코로나19에 긴장
"의료용 마스크도 없다"…남부 의료진 불안감 호소
남부, 경제난에 의료지원 줄여…문 닫은 병원만 40여개
[로마=AP/뉴시스]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의 한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19일 기준 전날보다 427명 늘어난 3405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하루 만에 5322명 증가한 4만1035명으로 나타나 사망자 숫자가 중국(3249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이미 적용하고 있는 개별적 산책이나 외출 제한에 더해 더욱 엄격한 이동 제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20.03.20.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이탈리아 북부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중부와 남부로 번지고 있다. 북부에 비해 의료 체제가 헐거운 남부의 병원들은 "북부와 같이 확진자가 증가할 경우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며 불안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민보호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인 로마가 있는 중부 라치오주(州) 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지난 9일 102명에서 열흘 만에 823건으로 늘어났다. 마찬가지로 중부에 있는 아브루초주의 확진 환자는 30명에서 385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남부 캄파니아에서는 확진자가 120명에서 625명, 풀리아에선 50명에서 478명으로 증가했다. 남부에 있는 칼라브리아는 11명에서 169명, 시칠리아섬에서는 54명에서 340명으로 확진자가 급증했다.
페이스북에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현황을 분석해 게시하는 조지오 세스틸리 박사는 가디언에 "지난 며칠 동안 중부와 남부에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스틸리 박사는 "지난 9일 이탈리아 정부가 북부 도시를 봉쇄하겠다고 발표하자 남부로 많은 사람이 이동했다"고 이유를 분석하며 "누가 바이러스를 옮겼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남부 지역의 몇몇 주지사는 주정부에 봉쇄를 요청한 상태다. 시칠리아와 나폴리 등에서는 이미 경력이 동원돼 시민의 방역 상태를 검사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최고 휴양지로 꼽히는 시칠리아 주정부는 로마에서 출발해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카타니아로 들어오는 항공기 운항을 하루 두 번으로 축소하는 등 방역 조치에 나섰다.
문제는 남부의 부족한 의료 시설이다. 가난한 남부는 최근 이탈리아가 재정 위기를 맞으며 예산을 삭감하자 의료, 복지에 투자되는 비용을 크게 줄였다. 최근 1~2년 동안 문을 닫은 대형 병원만 해도 40개가 넘는다.
코로나19의 타격을 먼저 맞은 북부는 경제·금융중심지 밀라노와 유명 관광도시가 몰려있어 상대적으로 의료 체제가 잘 갖춰진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북부에서도 감당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남부에서 똑같이 벌어진다면 그 충격은 더욱 심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주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남부 캄파니아주는 대형 병원 2곳을 개조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집중 치료 병상 수를 6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탈리아 남부의 의사들과 문제를 논의했다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런던 대학교의 세리나 마시노 박사는 "(남부의) 의사들은 장비 부족 문제를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며 "지난 18일 나폴리의 한 의사는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가 없어 맨 얼굴로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의료진의 가족도 문제다. 지난주 남부 칼라브리아주는 (의료진의 가족에) 마스크를 제공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캄파니아주 같은 경우엔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팔레르모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주세페 크라파로는 "남부의 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의 거대한 쓰나미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 채 두려운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확산을 막는 것이다. 중환자실을 최대한 비워두기 위해 며칠간은 응급수술만 하고 일상적인 수술은 하지 말라는 지시도 떨어졌다"고 했다.
시칠리아 작은 마을의 한 의사는 "우리 마을에서만 1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며 "북부에서와 같은 규모로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엄청난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고 걱정을 표했다. 그는 "벌써 중환자실에는 자리가 없어 코로나19 환자를 팔레르모로 이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3405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이탈리아의 사망자가 발원지인 중국 사망자(3248명)를 넘어섰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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