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학고재화랑서 첫 개인전
【서울=뉴시스】이우성 작가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학고재갤러리에서 신진작가 이우성(34) 개인전을 펼친다.역량을 갖춘 청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다.
7일부터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를 타이틀로 회화 30여점을 선보인다.
이우성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을 걸개그림으로 제작해 주목받고 있다. 상징적 형태 표현과 ‘접혔다 펼쳐지는 그림’ 개념을 작업에 담아 특유의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작가는 서울 출신으로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2008년 첫 그룹전 참여를 시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경남도립미술관 등 한국 주요 국공립 미술관에서 전시했다. 해외에서는 두산갤러리,뉴욕과웩스포드 아트센터,아일랜드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지만 갤러리 개인전은 학고재화랑이 처음이다.
【서울=뉴시스】이 나무를 쓰러뜨리면-빠지지지직 직 쾅쾅,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수성 페인트, 젯소, 210x210cm
"김승옥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다시 읽었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사는 지금의 시간이 보이더군요. 문득 이 시간을 어떠한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봤습니다. 거기에 있는 여러 형태의 얼굴들은 누구를 향해 있을까.. 저에게 사람은 모든 것이 표정이고 메시지입니다. 그것을 그림으로 옮겨 그리는 것이 저의 작업이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이 당신과 연결된 끈입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얇은 천에 옮겨 그린 그림들이 당신의 마음에 닿을 수 있기를. 제가 본 것을 담기에는 그림의 크기가 여전히 작습니다." (이우성)
이번 전시는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1965)에서 시작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는 1964년의 겨울 풍경에서 우리가 사는 지금을 보았다. 격변기 시민의 너무 일찍 나이 먹어버린 자화상으로 등장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과 불안 속에 고뇌하며 살아가는 88만원 세대의 모습은 다른듯 하면서도 닮은 점이 많다.
그동안 두꺼운 색면으로 표현했던 익명의 인물이 이번 전시에서는 세부 묘사를 통해 구체적 인물로 드러났다. 인물의 구체화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고자 했다.
1983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적 토대 위에서 성장했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서는 88만 원 세대에 속한 청년 작가다. 금수저,은수저 등의 단어가 등장할 만큼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힘든 시기에 20대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은 좌절,불안 등을 표현하지만 기존 작가에게서 볼 수 없던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색다른 완성을 보인다.
위트 있지만 페이소스를 동반하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어서 더 눈길이 간다. 천에 그림을 그리고 빨래집게로 걸어 전통적 캔버스 회화 개념에 도전하기도 하며 OCI 미술관 개인전에서는 벽에 ‘내가 내가 내가 갑이다’라고 크게 써서 갑일 수 없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기다리고 있습니다,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과슈, 40.9x31.8cm
학고재 김한들 큐레이터는 "우리 시대 젊은 미술계의 관점과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학고재는 청년 작가 전시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이우성을 주목해야 할 이유와 그의 의미있는 작품세계를 자세히 살펴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2018년 1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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