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다, 죽음의 허망·공포 달래다…박찬호 ‘귀(歸)’
ⓒ박찬호, 2017. 전라북도 부안. 뉴욕타임스 신문에 실린 사진이다. 누가 무엇을 하는 모습인지 작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사진 안에 인력(引力)이 팽팽해 보는 이의 시선까지 강하게 끌어당기는 이 사진은 사진가 박찬호(48)의 작업 ‘귀(歸)’ 중 하나다.
박 작가는 30일부터 서울 종로구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 2관, 5월24일부터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6월15일부터는 광주 혜움 갤러리에서 ‘귀’를 순회 전시한다.
ⓒ박찬호. 2014, 제주 제주시, 굿-영감놀이.
박찬호의 무속 행위를 담은, 한국인의 눈에도 기이하고 아름다운 사진들과 작업세계는 2018년 4월 뉴욕타임스 에디터 존 오티스에 의해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둘러싼 제의를 촬영하다(Fearing Death, and Photographing the Rituals That Surround It)’라는 제목의 기사로 상세히 소개됐다. 한국사진가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박찬호. 2013, 제주도 남원, 동백나무가 있는 마을당, 조상신에게 바칠 제물을 태운 모닥불이 꺼져간다. 어디선가 동백꽃 한 송이가 떨어져 제물과 함께 타고 있다. 작가는 동백 꽃도 신에게 도달했을까 궁금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11세부터 3년동안 말기 암 환자들이 모여있었던 병실에서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간호했다. 누군가 항암제라도 맞고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병실 가득 울려 퍼지는 절규가 어린 그에겐 지옥과도 같았다. 하나, 둘, 주인을 잃어가는 침대, 죽음 그 자체보다 그들이 겪는 고통과 비명이 더한 두려움으로 다가와 어린 그를 잠들지 못하게 했고 결국 어머니는 고통 속에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14세가 되던 해 아버지와의 불화로 집을 떠나야만 했다. 30대 후반에 우울증을 사진으로 벗어나고자 시작한 작업이었다.
ⓒ박찬호. 경기도 구리. 2017. 당제 지내는 제관이 신대를 잡고 액운을 물리치고 있다.
‘돌아간다’. 누군가 이승을 떠난 허망과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공포 사이에서, 돌아간다는 표현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온 곳으로 다시 간 것이다. 그곳이 어떤 곳이든 그곳은 그가 원래 있었던 곳이니, 그가 비록 여기를 떠났다 해도 덜 서럽고 덜 무서울 일이다. 어쩌면 박찬호는 죽음의 허망과 공포를 ‘돌아갔다’라는 말로 위무한 것과 같이, 사진이라는 시각언어로 우리를 혹은 그 자신을 위무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박찬호. 2013. 경북 안동시 서후면
류가헌 전시 개막식은 4월30일 오후 6시30분이다. 5월12일까지 오전 11시~오후 6시 관람할 수 있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는 6월6일까지, 혜움은 6월28일까지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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