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침묵과 소리의 경계 '우리는 코다입니다'
[서울=뉴시스]우리는 코다입니다. (사진 = 교양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큰 충격이었다. 한 지역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의 영화화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랬다.보는 내내 불편하고 보고 난 뒤의 찝찝함은 오래 갔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물론 피해 당사자들의 용기있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정 장면에서 그려진 청각장애아들의 외로운 투쟁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재판 초기에는 방청객인 청각장애인들의 항의도 그저 소란으로만 받아들여졌다.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던 인권운동가는 퇴장을 당했다. 나중이 되어서야 배치된 통역사가 있어 청각장애아들의 증언이 재판부에 잘 전달될 수 있었다.
실제 당시 증인들은 통역에 맞추어 증언을 하다가도 어떤 순간 데프 보이스(Deaf Voice·청각장애인들이 감정을 드러내는 발성)를 쏟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속,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 수어통역사는 청각장애인들의 사실 고백과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2017년 출간된 마루야마 마사키의 소설 '데프 보이스'는 이러한 법정 통역을 하는 수어통역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도가니'의 수어통역사와는 결이 약간 다르다. 이 주인공은 청각장애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들을 수 있는 사람) 자녀,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이기 때문이다.
'코다는 경계에 서 있는 존재다. 농문화와 청문화, 수화언어와 음성언어 사이에 서 있는 존재'
지난달 말 출간된 '우리는 코다입니다'는 한국사회에서의 코다 역사를 다룬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이길보라, 수어통역사이자 언어학 연구자인 이현화, 장애인인권 활동가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황지성은아직은 낯선 존재 '코다'로서 살라온 이야기를 공유한다. 나아가 한국계 미국인 코다인 수경 이삭슨(Su Kyung Isakson)의 사정도 더해졌다.
수어통역사 이현화씨는 어릴 적부터 청각장애부모와 청인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것까지 연결해왔던 그의 삶을 공개하며 숙명적으로 수어통역사를 택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길보라 감독의 경우 코다로 살면서 겪은 결혼과 유학 등 이야기를 전한다. 황지성 활동가는 소통에서 소외되고, 가족들에게서도 소외됐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활동가로서의 활동을 다짐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수경 이삭슨은 한국 국적의 청각장애 어머니와 미국 국적의 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양국의 말과 수어를 모두 익힌 그가 겪은 인종과 언어,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풀어낸다.
'우리는 코다입니다'는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 사이에 서 있는 코다들의 존재를 알리고 두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성과 고유성 등을 담고 있다. 394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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