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화백 첫 디지털펜화전...스릴러 포스터같은 강렬함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로 그린 '유령패션'
15일부터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
[서울=뉴시스] 안창홍, 디지털펜화. 사진=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2021.2.08. [email protected]
안창홍(68) 화백이 또 한번의 변신을 꾀했다. 1세대 민중미술작가의 트렌디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작품은 매번 도발과 충격을 선사한다. 2011년 성기노출까지 감행하며 극사실화로 도발하던 그는 2019년 피를 흘리듯한 새빨간 화가의 심장과 붓자루를 잡고 있는 백골의 뼈다귀 손을 선보이며 입체작가로 변신했다.
이후 3년, 그는 붓대신 펜을 들었다. 일명 '디지털펜화' 스마트폰으로 그린 그림이다.
최신식 스마트폰(Galaxy Note20 Ultra 5G)에 달린 펜으로 그린 그림은 강렬하다. 손안의 작은 화면이지만 디지털펜화에 매료된 그의 에너지가 전해진다.
투명 모델의 몸에 강렬하게 전사된 의상과 신발. 안창홍의 디지털펜화 '유령패션(Haunting Loneliness)' 시리즈는 사람은 없고 옷만 있는 스릴러 포스터 같은 분위기를 전한다.
[서울=뉴시스] 첫 디지털펜화전을 연 안창홍 화백이 휴대폰으로 작업하는 장면.
안창홍 첫 디지털펜화전, 2년간 그려온 작품중 50여점 공개
서울 강남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대표 김나리)와 아이프라운지(대표 김윤섭)는 안창홍 화백을 초대 ‘유령패션'전을 15일부터 개최한다.
수백 점의 디지털펜화 중 50점을 선별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안창홍의 감성이 담긴 ‘디지털화(畵)의 손 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는 디지털펜화의 제작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했다. 먼저 그림의 밑바탕이 될 사진이미지를 인터넷상에 떠도는 풍부한 자료들 중에 수집한다. 선별된 사진 위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그리기 방식을 선택 후, 차용한 사진을 지우고 덧붙여 그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완성했다.
최신식 스마트폰의 그림그리는 앱(app)을 사용했다. 손안의 작은 화면이지만, 스마트폰의 디지털펜 한 자루면 어디서든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손쉽게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시대와 디지털시대 집콕하며 창작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재생산의 복제와 회화의 무한 가능성을 숙고시킨다.
[서울=뉴시스] 8일 오전 안창홍 화백이 서울 청담동 아이프라운지에서 '유령 패션'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0.2.08. [email protected]
유령패션 시리즈, 허욕을 경계하는 중용의 도 '자각몽'
1980년대 ‘현실과 발언’ 활동 이력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안창홍을 민중미술 작가로 기억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부패한 자본주의, 적자생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인물들과 역사 속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비판적 사유를 평면과 입체 작품에 담아오고 있다.
안창홍의 전시는 늘 고정관념을 깨 충격적인 자극을 선사해왔다. 이전 작품이 하드보일드 작품이었다면 이번 디지털펜화는 칠순을 바라보는 화가의 SF식 표현기법으로 보인다.
이번 디지털펜화도 작가의 이력처럼 '시대의 아픔을 깨닫게 하는 자각몽(自覺夢)'이다.
투명 모델의 화려한 패션이 강렬한 작품처럼 "예술은 규범과 단정의 부산물이 아니라 모호함과 불안함과 갈등의 긴장 속에서 피어 나는 꽃"이기 때문이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아이프 김윤섭 대표는 "‘비워짐의 허망함’을 고발한 것"이라며 "안창홍이 그린 욕망엔 지나친 허욕(虛慾)을 경계하는 중용(中庸)의 도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펜화 전시타이틀 ‘유령패션’ 시리즈 영문표기를 ‘Haunting Loneliness’으로 한 이유다. 사전적 뜻은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무서워서) 잊을 수 없는 고독 혹은 외로움’ 정도이다. 입거나 걸친 것들이 아니라, 그 모델의 심리상태에 주목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안창홍 디지털 펜화 '유령 패션'. 호리아트스페이스 전시 전경. 2021.2.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창홍, 첫 디지털펜화전.사진=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2021.2.08. [email protected]
디지털 펜화, 프린트 에디션과 영상 디지털 액자로 전시
영상 원본의 이미지가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원하는 완성작품 이미지를 골라서 디지털액자 상태로 소장할 수 있다. 이 액자 겉면엔 안창홍 작가의 친필서명, 뒷면엔 작가의 서명과 개별적인 드로잉을 그려준다.
영상이미지 원본을 세계적인 디지털액자 기업인 ‘넷기어뮤럴 디지털 캔버스’와 협력해 선보인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과 수십 점의 완성작 이미지를 5초 간격으로 감상할 수 있다.
완성된 이미지를 디지털 프린트한 에디션 작품도 선보인다. 출품작품 50점 중 45점은 30호(90.0×72.7cm) 크기(에디션 수량 20장)이고, 5점은 40호(100×80.3cm) 크기(에디션 수량 5장)이다.
전시기간 이상훈 영화감독의 안창홍 작가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며, 코로나19 방역지침을 고려해 5인 이내 소규모로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된다.
전시를 기념해 제작된 엽서의 판매금액은 전부 아프리카 말라위 어린이를 위한 미술재료 지원비로 사용된다. 전시는 3월13일까지.
[서울=뉴시스] 안창홍, 첫 디지털펜화전. 사진=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2021.2.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창홍 조각 '화가의 심장'이 아이프라운지 명상실에 걸렸다. 무념무상에서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화가의 열정에너지를 상징한다. 2021.2.08. [email protected]
안창홍은 누구?
안창홍은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여 제도적인 미술 교육을 거부하고 화가로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1970년대 중반 '위험한 놀이'연작을 시작으로 '가족사진' '봄날은 간다', '사이보그' 연작 등을 발표하며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그동안 사비나미술관(2002), 부산시립미술관(2009), 가나갤러리(2011), 조현갤러리(2016), 아라리오갤러리(2019), 경남도립미술관(2019), 호리아트스페이스(2021) 등에서 4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초대된 주요 기획단체전에는 한국미술 2001-현대 회화의 복권(국립현대미술관), 한국 현대미술 100년전(국립현대미술관), 봄날은 간다(광주시립미술관), 2009,2011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삼성리움미술관), 2017 트라이앵글(아트사이드갤러리), 2013 사람아! 사람아!-신학철·안창홍 2인전(경기도립미술관)등이 있다.
1989년 카뉴 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2009년 이인성 미술상에 이어 2013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기도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사비나미술관, 금호미술관, 대구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출판물은 작가론 '어둠속에서 빛나는 청춘'(눈빛, 최태만 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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