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같은 진짜 비바람 압도적…연극 '만선'[강진아의 이 공연Pick]
[서울=뉴시스]연극 '만선'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3.04.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만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명장면이다. 거센 바람이 불며 5분여간 매섭게 쏟아지는 5톤의 비는 순식간에 공연장의 공기를 바꿔 놓으며 객석까지 덮칠 듯 웅장하고 압도적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과 파도 소리, 무대는 마치 바다 한가운데 놓인 난파선 같다. 모든 것을 잃고 허망한 표정으로 덩그러니 놓인 뱃사람 곰치와 그의 아내 구포댁의 비극적인 신세와 같다.
[서울=뉴시스]연극 '만선'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3.04.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진 것 없는 삶에 배 한 척 갖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칠산 앞바다에 가득한 부서(보구치)떼를 눈앞에 두고도 마음껏 나설 수가 없다. 나가기만 하면 누구보다 만선을 이룰 수 있다고 곰치는 자신만만해하지만, 빚을 독촉하며 배를 꽁꽁 묶어두는 가진 자의 횡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연극 '만선'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3.04.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쩌면 비바람은 곰치를 향한 자연의 꾸중 같기도 하다. 자식을 잃고 가족들을 불행에 몰아넣으면서도 만선이라는 욕망에만 사로잡힌 곰치의 아집을 향한 일침이다.
[서울=뉴시스]연극 '만선'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3.04.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근현대 대표 극작가인 천승세가 쓴 희곡이다.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그해 7월 공연됐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마도로스이기도 했던 천승세가 남해 바닷가를 배경으로 쓴 구수하고 차진 사투리가 우리말이 가진 말맛을 보여준다.
중견 배우 김명수와 정경순이 초연에 이어 다시 돌아와 극의 중심을 잡는다. 9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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