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피해자 뱃속서 아이 구했다, 예수병원 의료진 귀감
산모 심장 멈췄는데
의료진 한마음 협업으로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와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예수병원 김경진(왼쪽) 산부인과 과장과 문정범 산부인과 과장이 5일 전북 전주시 예수병원 산부인과에서 차트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4.05. [email protected]
특히 필수의료계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이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고 협업해 죽어가던 한 생명을 살려냈다.
그 대상은 전주 예수병원 의료진.
지난달 28일 오전 10시께 예수병원 의료진에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현재 환자는 심정지 상태이고 임산부입니다.”
전화를 받은 문정범 예수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즉시 응급실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이미 환자가 도착해있었다.
환자는 이날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미용실에서 전 남편으로부터 살해당한 A(30·여)씨였다.
A씨의 심장은 멈춰있었다. 뱃속에 있는 아이의 심박수를 보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곧바로 시작했다.
미약하지만 심장이 뛰고 있었다. 문 과장은 김경진 산부인과 과장에 전화를 한 뒤 상황을 알렸다. 김 과장은 암환자 수술을 위해 수술실에서 수술준비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김 과장은 양해를 구한 뒤 곧바로 응급실로 향했다. 문 과장과 김 과장은 상태를 본 뒤 곧바로 응급수술을 결정했다. 뱃속의 아이마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응급실에 있던 의료진이 심장이 멈춘 산모에게 도착과 동시에 심폐소생술(CPR)을 지속했고, 응급실 한켠에 있던 처치실로 산모를 옮겼다.
문 과장과 김 과장은 수술실이 아닌 처치실에서 제왕절개술을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초 응급상황이었다.
모든 의료진이 죽어가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두 달라붙었다. 소아과 의료진, 응급실 간호사, 수술실에 대기 중이던 수술방 간호사, 전문간호사들 수십명이 산모에게 달라붙었다.
응급실 의료진은 계속해서 CPR을 이어갔고 김 과장은 전문 수술도구가 아닌 응급용 메스로 산모의 배를 갈랐다.
긴급 제왕절개로 인해 아이가 세상에 나온 시간은 단 10초.
심박수가 떨어져가고 있던 27주 된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심장을 살리기 위해 소아과 의료진이 곧바로 아이에게 CPR을 실시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의 심박수가 조금씩 회복됐다. 미숙아 상태로 세상에 예정보다 일찍 나온 아이는 인공자궁에 옮겨져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
필수의료진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달라붙은 결과였다.
문 과장은 “너무나도 긴박한 상황이었다”면서 “수술실이 아닌 응급실에서 수술을 진행해 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모든 의료진이 잘 협조해 이룬 결과”라고 말했다.
김 과장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보람찼다”며 “모든 국민이 위기상황에서 의료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시스템이 유지되도록 의료제도가 잘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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