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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중재로 풀자③]소송 남발의 후폭풍…고소·고발 덩달아 늘어

등록 2018.01.03 05:00:00수정 2018.01.23 09: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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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중재로 풀자③]소송 남발의 후폭풍…고소·고발 덩달아 늘어


민사소송서 유리한 위치 점하려 고소고발 남용
'민사사건의 형사화'에 검찰 '해결사' 노릇 허덕여
무고 사건도 갈수록 증가…기소율 20%에 그쳐
"근본 해결책 절실…소송 안 가고 조정·중재로"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A씨는 유명연예인 B씨와 부동산 계약을 맺었다. B씨 소유 사무실을 20개월간 빌려 쓰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A씨가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않는 바람에 소송이 벌어졌다. 법원은 결국 B씨 손을 들어줬지만 분쟁은 멈추지 않았다. A씨가 검찰에 B씨를 고소한 것. A씨는 사기계약을 맺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달랐다. A씨가 B씨를 무고했다고 결론냈다. 결국 A씨는 무고죄로 실형을 살게 됐다. B씨는 혐의를 벗었지만 소송과 고소로 인해 무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소송이 남발되면서 부작용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각종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상대방을 불리하게 만들려는 수단으로 고소·고발이 덩달아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소송 남발에 따른 고소·고발 증가는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검찰이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없을 만큼 곤란한 상황을 유발하고 있다. 사실상 검찰이 '민사소송의 해결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생기고 있다.

 ◇쏟아지는 고소·고발…'고소 공화국' 오명

 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매년 검찰에 접수되는 고소·고발은 50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40만4313건의 고소와 8만5371 건의 고발(총 48만9684건), 지난 2013년에는 41만8395건의 고소와 9만4118건의 고발(총 51만2513건)이 있었다. 이어 2014년에는 40만9409건의 고소와 8만6027건의 고발(총 49만5436건)이 접수됐다. 

 또 2015년에는 43만3176건의 고소와 7만9503건의 고발(총 51만2679건)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41만3138건의 고소와 7만6323건의 고발(총 48만9461건)이 접수되는 등 이 수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법조계는 고소·고발이 늘어난 원인을 '민사사건의 형사화'에서 찾는다. 수사기관 고소·고발을 통해 분쟁 상대방에게 압박을 준다거나, 민사소송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의 힘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덩달아 늘어나는 무고 사건…허덕이는 검찰

 고소·고발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무고 사건도 많아지고 있다. 무고란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해당 기관에 고소·고발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년~2016년) 무고 사건 접수는 4만7913건에 달한다. 지난해만 해도 10월 기준 8546건의 무고 사건이 접수됐다. 매해 약 9000건의 무고 범죄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무고 사건 중 실제 혐의가 입증돼 검찰의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약 20%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의 경우 1만156건의 무고 사건이 접수됐으나 7026건이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불기소율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선 검사들은 무고 사건을 수사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가지 사실을 두고 두 당사자의 진술이 명백히 엇갈리기 때문에 객관적인 증거 분석 등을 통해서 정확하게 범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고소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는 요즘 무고 사건을 인지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며 "상당히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무고가 명백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수사를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갈등, 중재로 풀자③]소송 남발의 후폭풍…고소·고발 덩달아 늘어


 ◇해결책 필요하다…제기되는 대안들

 고소고발 남용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사 주체인 검찰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대검은 최근 고소인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고소장을 피고소인이 받아 볼 수 있게 하는 등 내용의 고소 사건 처리절차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개선안에 따르면 검찰은 향후 고소장이 접수될 경우 검사의 재량에 따라 고소인 동의 없이 고소장 접수 사실 및 고소장 사본을 피고소인에게 보낼 수 있게 된다. 피고소인이 고소 사실을 알고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즉 남소를 막겠다는 취지다. 당사자 대 당사자로서 소명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함으로써 인권침해 소지와 수사력 낭비를 막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보다도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데 대한 대안이 나오고 있다. 수사기관인 검찰의 짐을 덜기 위한 민간조사업 도입, 손해배상 책임 비율 향상 등이 거론된다.

 특히 조정이나 중재 제도의 활성화 필요성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양 당사자 간의 문제가 소송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그 전에 원만하게 해결되면 사건을 둘러싼 모든 관계인들의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의 개선 방안은 하나의 대안이 될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조정 및 중재를 통해서 사전에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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