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컷 전국일주' 윤석열, 유세 자신감…과격발언 우려도
정치 8개월차 尹, 야외 마이크는 처음
원고 읽다 즉흥 "국민께만 부채 있다"
부산 즉흥 어퍼컷…이준석 "끼가 있다"
전공분야 '부정부패 척결'로 주도전략
"범법세력 26년 상대…與는 파산선고"
권영세 "활력있는 모습 긍정" 만족감
박살·나치 거친 표현에 與 강한 반발
송영길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부산=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5일 부산 부전동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2.15. [email protected]
[서울·부산·광주=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지난 15일 시작된 공식 선거운동 첫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검증 공세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국정운영과 정책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다가 검증 공세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공식 선거운동 초반에 기선을 제압한 형국이다.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윤 후보는 즉흥 연설에서도 기세가 오른 모양새다. 그는 '어퍼컷'으로 쇼맨십을 내보이고, 특수부 검사 경력을 내세워 '대장동 의혹'에 강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연설 과정에서 과격한 발언이 튀어나면서 자칫 아킬레스건인 '말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윤 후보는 대규모 군중 앞 연설이 사실상 처음이다. 정치에 입문한지는 8개월 가량 지났지만, 선거운동 개시 전인 지난 14일까지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확성기 이용이 불가능해 육성이 전달되는 규모의 시장 인사나 실내 간담회에 일정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 후보가 선거운동에서 어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대중 연설에 잘 맞는 편인 윤 후보의 개인적 성향과, 자신 있는 분야인 '부패 척결'에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어퍼컷' 등의 화제성에 다소 고무된 분위기지만, 윤 후보가 유세마다 날선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장 액션에 적성…이준석 "대중 열광 속 굉장히 적절"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부당한 기득권에 맞서 과감하게 개혁을 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문에 없던 즉석 발언이었다. 윤 후보는 이후 유세에서도 '부채 없는 정치신인' 표현을 줄곧 활용하고 있다.
윤 후보가 15일 저녁 부산 유세에서 처음 선보인 뒤 매 유세마다 이어지고 있는 '어퍼컷' 세리머니 역시 사전에 계획된 행동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에서는 홍준표 의원이 '신공항 활주로'에 관해 묻자 갑자기 마이크로 다가가 "예 형님"이라고 소리쳐 호응을 얻기도 했다.
부산 현장에 있었던 이준석 대표는 18일 CBS 라디오에서 "윤 후보가 그런 것을 할 때 흥이 있고 분위기를 좀 잘 타서 '밈'들을 생성할 수 있는 끼가 있다"며 "대중이 열광하는 분위기 속에서 굉장히 적절한 본인의 '밈'을 찾아낸 것"이라고 호평했다.
[대구=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대구 달성군 대실역 사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2.18. [email protected]
'검사 26년' 전략…"부정부패는 정치보복 문제가 아니다"
앞서 윤 후보는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시 전 정권 적폐 수사' 질문에 "해야죠"라고 답해 청와대와 여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까지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발언이었으나, 윤 후보는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적극 공세로 전환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16일 광주 유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무인도로 갈 때 실업, 부정부패, 지역감정을 들고 가겠다고 하셨다"고 언급하며 "부정부패는 정치보복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엉터리 프레임으로 위대한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17일 성남을 찾아서는 "범법세력들을 상대해서 26년 동안 공직생활을 해왔다. 제가 이 자리에 서있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파산선고"라며 "어느 정권에서도 부정부패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재직중에 처리해왔는데, 3억5000만원을 갖고 1조원을 받아가는 부정부패를 묵살하고 이런 사람을 후보로 선출한 정당이 또 5년 국정을 끌어가도 되겠나"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원고를 보지 않았다.
당은 "자신감" 고무됐으나…與 "이런 오만, 반드시 국민이 평가"
대구·경북 일대를 돈 18일에는 유세에 동행한 국회의원들이 윤 후보 발언이 끝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먼저 권유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역동적이고 자신감 있는 표현"이라며 "2002년 한일월드컵 히딩크 감독의 세리머니처럼 지지자들에게 역동성을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유세를 거듭할수록 점차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종전의 '실언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는 16일 충북 청주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오랜 세월 집권해서 이권을 나눠먹은 카르텔 기득권세력을 국민을 위해서 박살내겠다"고 외쳤고, 17일 경기 용인에서는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자신의 과오를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자기 과오는 덮는 허위 선동을 했다"며 "그대로 놔두면 이 당이 암에 걸려 제대로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17일 "대선에서 상대당과 후보를 향해 이렇게 모멸적이거나 격렬하고 무례한 언사를 쓴 적이 없다. 다 이긴 진영 후보의 태도로 보여진다"며 "이런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는 반드시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대표는 18일 "웬만하면 윤 후보 막말에는 귀를 대지 않으려 했는데 오늘은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며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18일 윤 후보 발언이 너무 강하다는 질문에 "유세장에 가면 환호를 불러내기 위해 좀 센 발언이 나온다"며 "원고를 너무 안 보다 보면 선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또 진정시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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