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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박은태 "비울수록 자연스러워져요"

등록 2015.07.15 07:00:00수정 2016.12.28 15: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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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태, 뮤지컬배우(사진=클립서비스)

박은태, 뮤지컬배우(사진=클립서비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스타 박은태(34)는 또 울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지저스' 역을 맡고 있는 그는 '겟세마네'를 부를 때마다 매번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곡은 뮤지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곡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67)와 작가 팀 라이스(81) 콤비의 대표작으로 1971년 초연한 뒤 42개국에서 1억5000만명이 관람한 원동력 중 하나다.

 성경 속 예수의 마지막 7일을 클래식과 록을 결합한 '록 오페라' 방식으로 그렸다. '겟세마네'는 예수가 못 박히기 직전,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죽어야만 하는 운명의 틈 사이에서 겪는 고뇌와 갈등을 절절하게 그렸다. 게다가 폭발적인 고음으로 점철된 곡이라 감정을 실으면서도 방심하면 안 된다.

 박은태가 '겟세마네'를 부를 때는 운명에 담담히 순응하는 예수가 겹쳐진다. 최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공연 중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그는 "울지 않으려고 해도 가사와 상황이 너무 슬퍼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눈빛은 담담하면서도 단단했다.  

 -감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정말 힘든 작품입니다. 매번 공연이 끝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의 차이가 있나요?

 "사실 지저스를 연기하면서 가장 큰 딜레마는 보여줘야 할 감정선과 모습을 정해놓는 거예요. 정해놓은 순간 집중이 되지 않아요. 커다란 감정 하나만 가지고 무대 위에서 오는 느낌대로 연기를 해야죠. 죽음을 앞둔 메시아의 감정에 대해 감히 잣대를 그어놓고 연기하는 건 갈수록 오만하다는 판단이 들어요. 공연은 일회성이 아니고 똑같은 것을 반복해야 하니까 가이드라인을 정해놓는 것이 안정적이기는 하죠. 하지만 지저스는 그렇게 하면 제게는 거짓말 같았어요."  

 -지저스는 은태 씨에게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2년 전 공연에서 처음 예수를 연기했는데 그 때랑 지금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무대에서 처음에는 욕심이 더 많았어요. 지난번보다 더 잘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욕심을 버릴수록 자연스런 연기가 나온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지난 번보다 어느 부분을 강화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내려놓는 것이 정답이더라고요. '비움의 미학'인데 그런 걸 느낄 때마다 카타르시스가 생겨요."

 -마이클 리와 예수를 번갈아 연기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듯합니다.  

박은태, 뮤지컬배우(사진=클립서비스)

박은태, 뮤지컬배우(사진=클립서비스)

 "힘든 게 많죠(웃음). 연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노래가 워낙 어려워서 목소리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요. 쉴 때도 쉬는 게 아니에요. 마음 편히 쉬어야 하는데 목소리 컨디션을 신경 쓰느라 긴장을 놓을 수가 없죠. 지저스는 마른 몸매도 중요해서 다이어트도 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가 컨디션 조절을 하는데) 총체적 난국인 셈이죠."

 -지저스의 상황과 은태 씨의 상황과 닮은 점 또는 닮았던 적이 있나요?

 "특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삶과 연결하면 너무 힘든 작품이에요. 공연 준비하고 무대에 오를 때는 정말 최대한 집중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최대한 연결시키지 않으려 하죠."

 -그래서 커튼콜 때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건가요?

 "일부러라도 더 밝게 웃죠. 관객분들 공연 내내 어둡고 가슴이 아프신데 가시는 길, 발걸음이라도 조금 더 가벼웠으면 해서요."  

 -유다를 비롯해 주변 인물을 대하는 태도가 2년 전과 좀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지저스가 과연 메시아가 됐느냐?'라는 물음으로 끝나요. 그런 질문이 있어 의미가 있는 작품인데 지저스가 결국 죽으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큰 신념 중 하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죽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 되게 독함을 가져야 하는데 지저스가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죽지는 않았을 거예요. 인류를 사랑하는 기본 마음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죠. 저도 주변 캐릭터에 대해 그런 마음을 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부족하나마 십자가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죠."

 -은태 씨의 예수는 그 어느 예수보다 운명에 순응한다는 느낌이 강해요. 미성과 하얀 옷이 잘 어울리는 이미지도 그러한 판단에 한몫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마냥 순응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단단한 중심축은 가지고 있는 순응.

박은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사진=클립서비스)

박은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사진=클립서비스)

 "철성(쇳소리가 깃든 발성)을 지닌 마이클 리는 카리스마가 강하죠. '왜 알지 못하나'라고 부를 때 키를 더 높여서 부르기도 하고(웃음). 저는 밀면 넘어질 듯 호리호리하지만 강단이 있는 지저스를 그리고 싶었어요. 펜 하나만 들고 있고 겉으로는 부드러운 선생 이미지인데 실은 대단히 강하신 분들이 있잖아요."

 -지난해 10번째 지킬로서 출연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비롯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모차르트!'의 모차르트 등 갈등하는 역에 잘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지킬앤하이드'와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엘리자벳을 암살하는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같은 역을 할 때도 재미있어요. 평소 보여주지 못한 제 모습을 극대화할 수 있죠. 뮤지컬 남자 주인공 중에는 내적으로 갈등하고 주저하는 캐릭터가 많은 편이죠."

 -약간 도발적인 질문일 수 있어요. 다른 예수와 마리아는 스승과 제자 관계처럼 보이는데 은태 씨의 예수가 마리아와 함께 있을 때는 연인처럼 보이기도 해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재미있는 지점은 바로 그 부분이에요. 따로 정해놓은 감정선이 없어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죠. 외국의 여러 버전에서는 '섹슈얼리티'로 풀기도 했어요. 그런데 연민이라는 감정이 가장 맞는 것 같아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처럼 노래가 어려운 뮤지컬에 출연하면 다른 뮤지컬 넘버들은 좀 더 쉽게 부를 수 있을까요?  

 "테너가 음이 높이 올라간다고 해서 다른 음역대를 노래하기가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오해에요. 음이 높이 올라갈 뿐이지 베이스의 음역대를 제대로 소화하기는 힘들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출연 중인 지금은 '지킬앤하이드'의 '갈등'(Confrontation)을 부르기 힘들어요. 이미 지저스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연할 때는 다른 행사에 되도록이면 출연을 하지 않아요. 자칫 현재 목소리에 균열이 생겨 지금 작품에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요."  

 -(뮤지컬스타 조정은과 함께 출연한) '피맛골 연가' 등 여자 뮤지컬배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는데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이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까지 남자 배우와도 시너지가 대단하더라. 세 유다(한지상·윤형렬·최재림)와도 호흡이 잘 맞는다.

박은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사진=클립서비스)

박은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사진=클립서비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사실상 남자 투 톱 뮤지컬이잖아요. 같이 무대에 설 때 큰 시너지가 오죠. 그럴 때 울림이 있고 행복할 때가 많아요. 남녀 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다룬 작품보다 감정의 스펙트럼도 커서 폭발력도 더 강하죠."  

 -2007년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라이온 킹'에서 앙상블을 맡아 뮤지컬에 데뷔한 뒤 어느새 10년차를 앞두고 있네요.

 "그동안 정말 많이 컸죠(웃음). 꾸준하게 무대에 서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도 그렇게 무대에 계속 서는 것이 바람이죠."

 -이제 배우로서 책임감도 점점 생길 것 같아요.  

 "점점 후배들도 늘어나니 그렇죠. 그런데 어떤 위치가 돼서 그 만큼 책임감이 늘었다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뮤지컬에 임하는 자세죠. 티켓값이 다른 문화 장르보다 비싼 게 사실이잖아요.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 게 맡고 배우로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큰 책임감이 되는 거죠. 공연은 두 세시간이지만 목소리 관리를 위해 열시간 이상 신경을 쓰죠. 공연 전날에도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도 만나기 힘들고. 특히 지저스 역은 스트레스가 많아서 수도승처럼 집과 공연장만 오가고 있어요(웃음)."  

 -이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하나요?

 "성극 또는 종교극이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정말 대중적이고 선입견을 깨는 작품이에요.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40년 넘게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이유를 알게되더라고요."

 9월13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예수 마이클 리·박은태, 유다 한지상·윤형렬·최재림. 프로듀서 설도윤, 연출 이지나, 음악 수퍼바이저 정재일, 음악감독 김성수. 러닝타임 2시간15분(인터미션 포함). 5만~14만원. 롯데엔터테인먼트·알앤디웍스·RUG·설앤컴퍼니.1577-336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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