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차관 인사까지…文정부, EPB 전성시대
참여정부 데자뷰…모피아 출신은 소외
정권초기, 중장기 전략수립에 능한 인물 발탁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그야말로 경제기획원(EPB) 출신 전성시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이어 고형권 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이 차관에 임명됐다. 상대적으로 재정경제부(모피아) 출신은 소외되는 모습이다.
31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부 2차관으로 조현 전 유엔 차석대사를, 통일부 차관으로 천해성 전 통일부 대변인을, 행자부 차관으로 심보균 전 행자부 기조실장을, 국토부 2차관으로 맹성규 전 강원도 경제부지사를, 기재부 1차관으로 고형권 전 기조실장을, 교육부 차관으로 박춘란 전 서울시 부교육감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전남 해남 출신인 고 신임 차관은 전남대 사대부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콜로라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했고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다. 기재부 기조실장을 맡은 이후 지난 2월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서 필리핀에 머물러 왔다.
고 차관은 30년 동안 공직 생활에서 주로 정책 기획 파트에서 일해 왔다. 소탈한 성격이 조정 업무에 제격이라는 기재부 내부의 평가가 있다. 그 덕에 마지막 본부 보직인 기조실장직을 수행할 때 국회와의 관계가 비교적 원만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차관 자리마저 EPB 출신이 가져가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EPB 라인의 세는 더욱 공고해졌다.
김동연 후보자가 경제기획원에서 시작했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역시 이곳 출신이다. 특히 이 세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지근거리에서 모신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의 사람이다.
이 같은 인선은 언뜻 참여정부 때를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박봉흠, 권오규, 변양균 전 정책실장 등 EPB 출신 관료들을 곁에 두고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강만수, 윤증현, 박재완 전 장관이 기재부의 수장 역할을 한 이후엔 모피아 출신 공무원들의 인선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장관과 차관 모두 EPB 라인으로 기용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성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체로 EPB 출신은 중·장기 과제를 수립하는 데 능하다는, 모피아 출신은 단기적 위기 진화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정부는 참여정부의 '국가비전2030'을 보완해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큰 그림'을 보는 EPB 출신을 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 정부가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만큼 예산과 재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EPB 출신 관료들은 국가 정책이나 어젠다에 대해 넓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공약이나 비전을 이행하려면 재정 파트에서 뒷받침을 해 줘야 하는데 중장기 관점에서 업무를 챙기는 인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1964년생 ▲전남대 사대부고 ▲서울대 경제학 ▲미국 콜로라도대 ▲KDI 국제정책대학원 정책학 석사 ▲경제기획원 동향분석과·경제조사과·인력과 ▲기획예산처 산업정보예산과장 ▲재정총괄과장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선임행정관 ▲세계은행 컨설턴트(몽골 재무장관 자문관)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 ▲기획조정실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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