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한은 국감, '정부 금리압박'·'부동산 책임' 공방
與 "박근혜 정부 시절 안종범 전 수석 금리인하 압박 의혹"
野 "현 정부 금리인상 압박 문제있어…제2의 척 하면 척"
이주열, 통화정책 독립성 강조 "정부 발언에 좌우 안 돼"
한은, 저금리 장기화 따른 '부동산 책임론'도 제기돼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보고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현아 천민아 기자 = 22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금리인하 압박 의혹을 둘러싼 여당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금리인상 요구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에 이어 제2의 '척 하면 척'이라며 맞불 공세를 펼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가 정부의 압박을 받아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다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한은의 저금리 장기화 기조에 대한 여야간 공방도 벌어졌다. 한은이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집값 상승과 금리 조정을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朴정부 안종범 전 수석 금리압박 의혹…野 "현정부도 외압"
이날 국감에서는 한은이 지난 2015년 3월 금리를 2%에서 1.75%로 인하하고 그해 6월 다시 1.50%로 내릴 당시 청와대와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금융위 전 부위원장과 조선일보의 금리인하 기획기사와 관련된 문자를 주고받은 내용을 공개하며 "박근혜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언론, 금융당국, 기재부, 청와대가 한팀이 돼서 금리인하를 압박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당 박영선 의원도 이날 자료를 통해 지난 2016년 6월 한은이 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하기 직전인 4월과 1년 전 금리인하 단행 전 2015년 5월 안 전 수석의 수첩에 '한은 총재', '양적완화' '한은' 등의 문구가 수차례 적혀있던 내용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당시 부동산을 얼마나 인위적으로 부양했는지 기록이 된 것"이라며 "한은이 정권의 반대를 뚫고 부동산 거품을 억제하기 위해 버텨줬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밀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난리나게 되고 정부는 조일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강병원 의원도 "과거 저금리가 우리 경제에 가져올 문제가 지금에 와서 현실화됐다"며 "당시 총재가 되기 전 소신을 바꿔서 왜 금리를 인하했는지, 가계부채나 금융불안정성 등을 뒤로 둘 정도로 과감한 금리인하가 필요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금리인상 압박을 문제삼았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금리인상에 대한 정부의 주문이 도가 지나치다"며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현철 경제보좌관까지 제2의 '척하면 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에 정부가 외압을 휘두른게 문제라면 2018년에는 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도 "현 정부에서도 한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한다"며 "정부는 경제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나 인상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정부와 한은이 짬짜미해서 금리를 인상, 인하한 것 처럼 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는 "당시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경기가 안좋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며 "6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1%로 낮춰야 하고 물가안정목표가 3%였는데 0%대로 떨어질만큼 경기가 아주 안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통위는 정부의 압박을 받아 운영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뜻을 금통위에 전달하거나 협조를 구한 적도 없고, 금통위에 앞서 개별적으로 (위원들과) 접촉한 적도 없다. 금통위 판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금통위는 정부의 발언에 좌우되지 않는다"며 "본연의 책무에 맞춰 거시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쏠림" vs "집값 상승,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때문"
수년간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는 한은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통해 지난 2014년 4월 이주열 총재 취임 당시 99조원에 불과하던 본원통화는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올 8월 170조원으로 72조원(73%) 폭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계신용도 지난 2014년 1분기 1035조원에서 올 2분기 1493조원으로 458조원(44%) 증가했다.
해당 기간 한은은 2014년 8월 2.50%의 금리를 2.25%로 내린 뒤 네차례의 추가 인하를 통해 2015년 6월 1.50%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심 의원은 "금리인하로 자금이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갔고 한은이 부동산 가격을 올린 것 말고 한게 뭐가 있느냐"며 "통화 유동성 확대와 저금리 정책이 한국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었다고 한다면 그 돈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인 투자에 이용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18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1.50% 수준으로 동결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그러나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집값이 오른 것은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인데 금리정책으로 대응해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최교일 같은당 의원도 "금리가 올라도 주택가격은 오르고, 금리가 내려가도 주택가격은 오른다"며 "최근에도 금리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오른 것이고, 금리만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게 아니기 때문에 한은이 소신있게 (금리정책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실기론'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차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경기가 하향세여서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기 둔화 추세가 이미 보이고 있어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며 "실기론이라는 지적에 상담히 공감한다. 한은이 덫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실기 논란에 대해 "금리를 결정할 때는 그 당시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와 관련해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급격한 유출은 없다"면서도 "당장 걱정은 안하지만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염두에 두고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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